고신대학교(총장 이정기 교수) 개혁주의학술원(원장 황대우 교수)이 종교개혁주간을 맞아 29일 오후 2시 고신대학교 1강의동(은혜관) 코람데오허브홀(대학교회)에서 ‘개혁주의 예배와 전염병’이라는 주제로 제19회 종교개혁기념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는 황대우 원장의 사회로 △문화랑 박사(고려신학대학원 예배학)는 ‘존 칼빈의 예배 신학: 그의 의도, 성취, 한계, 그리고 현대 교회에 대한 시사점’ △유정모 박사(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 교회사학)는 ‘전염병에 대한 17세기 화란 개혁파 정통주의의 신학적 이해: 요하네스 호른베이크(1617~1666)의 Dissertatio de peste theologica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각각 강연했다.
◇ 16세기 종교·교회개혁은 예배개혁에서 시작
문화랑 박사는 “16세기 ‘종교개혁’은 무엇보다 ‘예배개혁’이었고, 교회개혁은 ‘예배개혁’에서 시작되었다”며 “예배개혁은 종교개혁 핵심 쟁점 중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였다. 왜냐하면, ‘기도의 법칙이 믿음의 법칙이다’라는 유명한 경구의 의미처럼, 예배는 단순히 방식이나 실천의 문제가 아니라, 교리를 형성하고, 신자의 신앙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16세기 대표적인 종교개혁가들인 마틴 루터, 울리히 츠빙글리, 마틴 부써, 존 칼빈의 신학 논쟁의 저변에는 예배와 성례에 대한 신학적 견해가 주요 주제가 되었다”며 “그 논쟁의 산물들이 그들의 신학 저서와 아티클, 편지 등에 기록되어 당대 교회들과 신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고 덧붙였다.
문 박사는 “16세기 종교개혁은 5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개혁파와 장로교 교회들의 신학과 실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특히 예배 신학과 예배 실천에 미치는 그들의 영향은 지대하다. 그러나 그들이 성경해석과 교리적 판단에 의해 제시했던 정통 신학과 정통 실천의 경계를 넘어 무언가 새로운 견해를 내놓기가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언뜻 생각할 때 그들의 작품의 깊이를 뛰어넘는 탁월한 신학자를 떠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또한 “예배신학의 문제도 마찬가지”라며 “일반적으로 장로교회나 개혁교회 전통 속에서 자랐다면, 본인이 종교개혁가들의 예배 사상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분야의 연구는 진부하며, 더 이상 새로운 것을 캐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나 “개혁 진영에 속한 학자로서, 역사적, 조직신학적 렌즈로 이들의 예배 사상을 바라보는 차원을 넘어, 1960년대 이후 북미에서 발전한, 예전학(liturgical studies)적 입장에서 이들의 예배신학과 실천을 평가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단순히 조직신학적 차원에서 ‘바른 예배는 이런 것이다’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예전 신학적 차원에서, 예전의 형성력과 논리상 우선성을 고려하는 입장에서, 종교개혁가들의 예배를 다시 살펴본다면 우리는 어떻게 그들의 예배개혁을 다시 평가할 수 있는가”라고 했다.
◇ 칼빈의 예배 신학의 의도와 원칙
그는 “예배에 대한 칼빈의 견해들은 기독교강요 뿐 아니라, 주석들, 예배 규범, 편지들, 소논문들을 종합하여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그의 견해들이 다양한 작품들에 흩어져 있지만, 그것들을 관통하는 중심사상으로는 첫째, 칼빈은 예배는 우리의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의 행위에서 시작함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어 “둘째로 성경에서 비롯되는 예배 규정 원리에 근거한 예배 회복을 지향하며, 셋째로 고대 교회 문헌 연구을 통해 예배의 본질적 요소를 파악하려 하며, 넷째로 내면과 외면을 연결하는 예전의 잠재된 가치를 인정한다”며 “칼빈의 예배 실천 속에는 칼빈의 예배신학을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현대적 의미에서 예전학자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예전의 잠재된 가치들을 통한 신앙의 형성과 성숙에 대한 심오한 이해를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칼빈의 예배 신학의 성취와 한계
문 박사는 “칼빈의 공헌에는 먼저, 예배 걔혁을 통해 로마 가톨릭 예배의 잘못된 관행들을 비판하고 교정하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며 “둘째로 말씀과 성찬의 조화를 주장하며, 이를 통한 성도의 신앙 훈련과 성장을 꾀했다”고 했다.
이어 “셋째로 칼빈은 회중의 예배에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넷째로 예전 속에는 성령 하나님의 사역에 대한 강조를 발견할 수 있다”며 “다섯째로, 칼빈은 회중 찬송을 회복하는 데 큰 공헌을 했고, 여섯째로 참회의 기도, 사죄의 선언 다음에 이어지는 십계명의 예전적 사용은, 칼빈의 예전적 감각과 창의성을 잘 보여주며, 마지막 일곱째로 존 칼빈의 예전 개혁 속에는 예배 개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툼과 분쟁을 지혜롭게 조율하는 예전적 유연성의 모범을 보여주었다”고 했다.
그러나 “예전 신학적 차원에서 보면, 인도자의 긴 설명은 예배의 흐름을 끊기게 만들 수 있고, 성도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기보다는 듣고 앉아 있는 데 익숙해져, 수동적인 태도로 이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며 “이러한 단점들은 개혁교회의 예배가 신학적으로 건전하고 예배의 엄숙함과 무게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대중성과 파급력, 그리고 좋은 예배 자체에 내재된 선교적 영향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한 것과 어느 정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 현대교회에 대한 시사점
그는 “먼저, 칼빈의 예배 신학은 소비자 중심적 마인드가 팽배한 현대 교회에 하나님 중심적 예배와 성경 중심적 예배의 회복을 요청한다”며 “둘째로, 신학적 경직성에 빠진 개혁주의 후예들에게 존 칼빈의 예배 신학 사상은 균형을 추구하는 유연한 신학적 안목을 가질 필요성을 요청한다”고 했다.
이어 “칼빈의 신학적 태도는 극단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개혁주의의 후예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 같다. ‘이것 외에는 개혁주의 예배가 아니다’라든지 ‘이것이 개혁주의 예배이므로 이 경계를 넘어서서는 안 된다’와 같은 단정적인 입장은 소중한 개혁주의의 유산을 발전·전파시키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다”며 “진영 안에서의 소모적인 논쟁을 일으켜, 예배 속에서 예배의 기쁨을 누리기보다, 예배를 평가하는 판단자로 만들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미국 장로교의 저명한 예전학자인 마르다 키쉬 무어(Martha Moore Keish)의 말을 인용하며 “우리는 단순히 과거의 실천을 답습하는 전통주의에서 벗어서, 전통에 충실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21세기에도 개혁주의 예배를 발전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 전염병의 위기,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요하네스 호른베이크’
이어 두 번째로 발제한 유정모 박사는 “16세기 말에서 17세기 중반까지 화란은 해상 무역을 통한 경제적 호황을 바탕으로 유럽에서 신흥 강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었다. ‘네덜란드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이 시기에 화란은 정치, 경제, 문화, 과학 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전례가 없는 발전을 이루었다”고 했다.
유 박사는 “종교적으로도 화란은 ‘제2의 화란 종교개혁’을 거치면서 교회의 부흥과 성장을 경험하며 유럽에서 개혁파 신앙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며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화란 사회의 계속된 발전과 성장을 크게 위협하는 요소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흑사병의 창궐이었다”고 했다.
특히 “1635년부터 1669년까지 화란에서는 여러 차례의 흑사병의 발발이 있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며 “예를 들어 흑사병이 퍼지자 이 시기에 암스테르담에서는 인구의 15%가 사망했으며, 인근 대도시 할렘에서는 1636년 한 해 동안만 전체 주민의 21%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위기의 상황 속에서 17세기 화란의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자들은 전염병으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성도를 돌보고 교회와 사회를 선도해야 할 책무를 안게 되었다”며 “요하네스 호른베이크는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17세기 화란 개혁파 정통주의 신학자 중 한 명이었다. 흑사병의 유행을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한 호른베이크는 이로 인해 고통받는 성도들과 교회를 돕고자 1655년에 ‘Dissertatio de peste theologica’라는 논문을 저술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논문은 17세기 중반 화란의 여러 지역에서 전염병이 창궐하고 있을 당시 제기되었던 신학적 그리고 목회적 질문에 대한 일종의 답변서”라며 “다양한 목회 신학적 주제들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 호른베이크의 논문이 한국교회에 주는 시사점
그는 “호른베이크의 견해는 초대교회 교부들, 중세 스콜라 신학자들, 그리고 16세기 종교개혁가들과 밀접하게 연속성을 지니고 있으며, 다른 화란 개혁파 정통주의자들의 입장과도 상당한 유사성을 보인다”며 “예를 들어, 호른베이크는 그의 동시대 개혁주의자들처럼 전염병을 인간의 죄로 인한 하나님의 심판으로 보았으며,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은 오직 겸손과 회개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그러나 “호른베이크의 주장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다른 17세기 화란 개혁주의자들과 차별성을 보인다”며 “첫째, 그는 전염병의 성격을 신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보다,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수행해야 할 의무를 다루는 것에 더 중점을 두며, 둘째로 다른 화란 개혁주의자들이 거의 다루지 않았던 문제들을 논의한다”고 했다.
이어 “마지막 셋째로 호른베이크의 글은 흑사병의 의학적 원인이나 흑사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한 의학적인 방안은 무엇인지는 거의 논의하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호른베이크는 역병의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그리고 현재 유행 중인 전염병을 극복하기 위해 가져야 할 성도의 마음 자세를 논의하는 데 보다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했다.
유 박사는 “결과적으로, 전염병에 관한 호른베이크의 논문은 한국 교계에 두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첫째, 호른베이크가 전염병으로 인해 제기된 다양한 신학적 및 사회적 질문들에 적극적으로 답변하려 했던 모습은 오늘날 한국교회가 본받아야 할 중요한 역사적 실례”라며 “한국교회는 앞으로 또다시 발생할 수 있는 전염병이나 재난에 대비하여 신학적으로 더욱 준비될 필요가 있다. 특히, 예배의 본질은 무엇인가, 교회와 국가 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책임은 어디까지인가 등의 중요한 신학적 질문에 대해 깊이 있는 답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또 “둘째로 단순히 신학적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적 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전염병이라는 재난으로 고난 받는 성도들을 위로하고 혼란 가운데 있는 교회와 사회를 이끌어야 할 책임을 신실하게 수행하였던 호른베이크와 17세기 화란 개혁파 정통주의자들의 모습은, 앞으로 한국교회가 코로나와 같은 위기를 다시 맞닥뜨릴 때 재난 극복의 방향을 제시하는 중요한 역사적 모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흑사병으로 인한 사회적 위기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성도들을 지도하고 세상을 향한 교회의 공적 의무를 충실히 이해하는 가운데 사회를 선도하고자 노력하였던 17세기 화란 교회의 모습처럼 한국교회는 신앙적 책임뿐만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위기를 함께 극복해 나가는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세미나는 마지막 질의토론 순서로 모두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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