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자치구청장 3인방이 주식 백지신탁 요구를 두고 각기 다른 선택을 하며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5일 문헌일 전 구로구청장은 2억4000만원 상당의 문엔지니어링 주식 처분을 거부하며 구청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다. 정보통신설계와 IT컨설팅 기업인 문엔지니어링의 창립자인 문 전 구청장은 지난해 3월 인사혁신처로부터 해당 주식이 구청장 직무와 관련성이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과 2심에서 연이어 패소하자 결국 사퇴를 선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처분 대상 주식이 당초 알려진 170억원이 아닌 2억4000만원 규모였다는 사실이다. 170억원은 문 전 구청장이 보유한 전체 주식의 평가액으로, 실제 처분 요구를 받은 것은 문엔지니어링 주식 4만8000주에 불과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치러질 보궐선거 비용까지 감안하면 구민들의 실망이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34억원 규모의 언론사 주식을 보유한 박강수 마포구청장은 법적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박 구청장은 본인 소유 주식을 자녀들에게 양도하고 언론사 본점을 이전하는 등 대응에 나섰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며, 2심에서도 패소할 경우 이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조성명 강남구청장은 인사혁신처의 백지신탁 요구를 즉각 수용했다. 유통업계 성공신화를 쓴 조 구청장은 26억여원 규모의 대농마트 관련 주식을 가족들의 지분까지 모두 처분했다. 주식 처분 후에도 489억여원대의 자산을 보유하며 한국 공직자 중 최상위권 재산가의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엇갈린 대응은 백지신탁 제도의 정당성에 관한 논쟁을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2012년 헌법재판소는 해당 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으나, 당시에도 4명의 재판관이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위헌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형사처벌이나 직무회피 등 다른 대체 수단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주식 처분을 강제하는 것은 최소침해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서울 자치구청장들의 상반된 선택을 계기로 공직자윤리법과 백지신탁 제도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재점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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