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때 주춤했던 자살률이 지난해부터 다시 급증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 이후 사회적 고립과 경제난 심화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에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 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해동안 자살로 사망한 수는 1만3978명이었다. 이는 2022년보다 1072명(8.3%) 증가한 것으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망자 수를 뜻하는 자살률도 27.3명으로 전년 대비 8.5%나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60대 자살률이 30.7명으로 1년 전보다 13.6% 증가해 전 연령대를 통틀어 증가폭이 가장 컸고 50대 자살률이 12.1% 늘어나며 그 뒤를 이었다. 10대 10.4%, 40대9.3%, 30대 4.4% 순이었다.

안타까운 건 10대부터 30대까지 청소년과 청년층의 사망원인 1순위가 자살이라는 점이다. 10대 사망원인 중 자살이 전체에 46.1%를 차지했고 20대는 사망자의 52.7%가 자살로 삶을 마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자살에 의한 사망자도 40.2%에 달했다.

지난해에만 10대 청소년 370명이 목숨을 끊었다. 하루에 적어도 1명 이상의 아이가 자살한 셈이다. 2018년 이후 매년 상승하고 있는 10대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관련 사회단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역부족이란 생각이 든다.

모든 자살이 다 그렇지만, 특히 청소년과 청년층의 자살률이 계속 증가하는 건 매우 심각하다. 청소년의 자살은 과거엔 대학입시에 대한 과도한 부담감이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했다. 하지만 갈수록 청소년의 정신건강이 악화하면서 원인도 다양해지고 있어 그에 따른 진단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의 자살 시도율도 2018년 3.1%, 2019년 3.0%, 2020년 2.0%로 차츰 낮아지다가 2021년 2.2%로 반등한 이후 계속 오름세다. 처음엔 슬픔과 절망감으로 시작해 일상생활을 중단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도달하는 것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된 자살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자살은 때때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구제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소년이 2018년 25.0%에서 31.2%로 늘었다. 또 ‘자살만이 유일한 합리적 해결책인 상황이 있다’에 동의한 사람도 24.5%에서 27.4%로 증가했다.

자살이 유일한 해결책이라 생각하는 청소년이 4명 중 한 명꼴이라는 건 매우 충격적이다. 모든 청소년이 다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만 자살을 대안으로 여길 정도로 끔찍한 고통에 처한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내던져진 청소년들에게 기성세대는 한 번이라도 따뜻한 말이라도 건낸 적이 있는가.

전문가들은 과열 입시경쟁에 놓인 청소년들의 성적에 대한 심리적 압박을 자살 충동의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고민 단계를 넘어 스스로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요인이 입시경쟁과 성적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부모의 교육열이 유별난 건 전 세계에 소문이 날 정도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영어유치원을 보내고 초등학교 저학년 과정에서 중등 수학을 뗀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초등학생 반을 개설한 학원도 등장했다. 꼭 입시 목적이 아니더라도 초등학생 때부터 태권도, 줄넘기, 기타, 피아노, 수학, 한문, 바둑, 댄스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교육이 아이들을 옭아매고 있다.

자유롭고 건강하게 커야 할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과도한 학습의 짐을 지게 되면 사춘기에 접어들어 학업 성취도뿐 아니라 사소한 친구 사이의 빈번한 갈등도 엄청난 무게로 작용하게 된다. 그럴 때 고민을 털어놓을 1순위가 부모, 또는 학교 선생님이 돼야 하는 데 소통의 문을 걸어 잠근 채 혼자 삭히며 좌절하는 게 문제다.

청소년이든 성년이든 자살을 결행하게 하는 동기는 절망감과 소외감, 외로움, 박탈감 등 복합적인 감정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그 모든 끝에 언제나 ‘우울증’에 도사리고 있다. ‘우울증’은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히 감기가 아니다.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을 해 원인 치료를 내야 나아진다.

자살률이 급증하고 있는데 정부도 여야 정치권도 일언반구 없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생명에 수조 원을 투입하며 온갖 저출생 대책이 쏟아지고 있으나 정작 생명을 스스로 끊는 청소년과 청년이 이렇게 많은 데도 국회에서 ‘자살대책법’ 하나 발의하는 의원이 없다.

자살률의 증가는 한국교회에도 큰 위기이자 도전이다. 아동이 없어 교회학교가 문을 닫고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것만 한국교회에 위기가 아니다. 자살을 개인의 선택 문제로 돌리는 사회 분위기야말로 한국교회를 벼랑 끝으로 밀어낼 수 있다.

한국교회는 하나님이 주신 고귀한 생명을 살리고 지켜내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한국교회가 복음의 최일선에서 생명목회에 사활을 건다면 그들이 교회 문을 두드리길 기다려선 안 된다. 먼저 찾아가서 그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함께 우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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