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 박희정, 지휘 함신익 최초로 연주
그녀의 선교 일대기를 음악적으로 풀어

일기에 담긴 솔직한 신앙 고뇌에 영감
일련의 역경 딛고 일어난 과정에 주목

로제타 홀 기념음악회
지휘자 함신익이 이끄는 심포니 송 오케스트라(Symphony Orchestra for the Next Generation) ©주최측

조선을 사랑한 로제타 셔우드 홀 선교사의 탄생 159주년을 기념하여 오는 27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최초로 '로제타 홀 교향곡'이 초연된다.

이번 기념음악회는 '로제타 홀 박애(博愛)로 공명(共鳴)하다'란 주제로 열린다. 예일대 출신 작곡가 박희정의 「스크랜튼 교향곡」과 「로제타 홀 교향곡」이 공연되며, 지휘자 함신익과 심포니 송 오케스트라가 「로제타 홀 교향곡」을 세계 최초로 연주한다.

「로제타 홀 교향곡」을 작곡한 박희정 작곡가는, 로제타 선교사가 남편 윌리엄 홀과 결혼한지 2년만에 사별하고 이듬해 친아버지의 소천 소식, 그리고 세살배기 딸 이디스 마가렛을 이질로 잃게 된 순간에 겪은 신앙적 회의감을 솔직하게 써내려간 일기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로제타 홀 기념음악회
로제타 홀 기념음악회가 27일 오후 5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주최측

로제타 홀(Rosetta Sherwood Hall, 1865-1951) 선교사는 1890년 25세의 나이로 조선에 들어와 보구녀관(현 이화여대 부속병원)에서 사역을 시작했다. 그녀는 질병으로 죽어가는 조선 여성들이 유교적 관습으로 인해 남성 의사에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발견하고, 미국에서 박 에스더를 우리나라 최초의 여의사로 훈련시키며, 조선여자의학강습소(훗날 고려대 의과대학)를 여는 등 조선의 여의사 양성에 힘썼다.

또한 로제타는 1900년 평양에 맹인학교를 세워 최초의 조선어 점자교재를 개발하고, 인천부인의원(현 인천기독병원)을 건립하여 인천지역의 여성, 어린이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해 많은 기여를 했다. 그녀의 공이 늦게나마 인정되어 사후 73년만인 올해 국민훈장 모란장이 추서됐다.

그의 친아들 셔우드 홀 선교사 부부도 어머니와 아버지의 선교정신을 이어 받아 조선을 위해 헌신했고, 닥터 홀 가문 3대가 양화진 외국인선교사 묘원에 묻혀있다.

로제타 홀 기념음악회
작곡가 박희정은 로제타 홀 선교사의 아들 셔우드 홀의 시각과 그녀의 일기에서 사용된 수사 어법 등을 참조해 그녀의 선교 일대기를 음악적으로 풀어냈다. ©주최측

박 작곡가는 "1890년 조선에 당도한 때부터 십년에 걸쳐 써내려간 6권의 일기에는 로제타 홀의 순수한 감정과 가공되지 않은 솔직한 생각이 잘 정리되어 있다"며, "조선을 사랑한 로제타 홀, 그녀를 통해 이뤄진 위대한 업적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진정한 주체자인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인식에 도달하게 되었으며 곡의 총체적인 주제를 잡았다고 전했다"고 감상 포인트를 전했다.

「로제타 홀 교향곡」은 총 5악장으로 구성됐다. 각 악장은 어머니 로제타의 선교 현장을 함께 경험했던 목격자이자 아들인 셔우드 홀의 시각과 로제타의 일기에서 사용된 수사 어법 등을 참조하여 그녀의 선교 일대기를 음악적으로 풀어냈다. 악장별 제목은 '어느 향기로운 날', '조선여자의학강습소', '석양의 행진', 'The Deliverer(구원자)', '천사의 노래'이다.

또한 함께 공연되는 「스크랜튼 교향곡」은 총 6악장으로 구성됐다. 이화학당을 창립한 메리 스크랜튼과 그의 아들 닥터 윌리엄 스크랜튼, 두 모자의 한국 선교사역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22년 작곡됐다. 선교 현장의 주요 장면에서의 에너지와 분위기 및 메시지를 음악적으로 묘사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있다.

로제타 홀 기념음악회
로제타 홀 탄생 159주년 기념음악회는 「스크랜튼 교향곡」과 「로제타 홀 교향곡」을 올린다. ©주최측

「스크랜튼 교향곡」 각 악장의 장면들은 대체적으로 시간적 흐름에 따라 구성되었다. 악장별 제목은 '설렘', '귀신의 제국', '느릅나무 길', '서커스', '선교전쟁', '부활승리'이다. 이번 음악회에서는 소프라노 김순영, 베이스 정인호가 각각 메리 스크랜튼과 아들 윌리엄 스크랜튼의 역할을 맡는다. 합창 부분은 고양시립합창단이 담당한다.

로제타홀 기념사업회 김윤환대표는 "우리 민족에게 선물로 오신 홀 여사는 태어난 곳, 사는 지역, 경제적 능력, 계층과 장애, 성별과 인종과 상관없이 모두가 건강할 권리, 요즘의 표현으로 하자면 '보편적 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를 선도한 분이다"면서, "특히 평양과 서울을 아우르며 '박애를 통해 불통을 깬' 홀 여사의 사역은 분단의 고통과 적대적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한반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전을 준다"고 말했다.

또한 고려대 의과대학 교우회 회장 장일태,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윤을식, 고려대 의과대학장 편성범 등이 축하와 감사의 인사말을 전했다.

장일태 교우회 회장은 "로제타 홀 여사가 1928년에 세운 한국 최초의 여의사 양성기관인 조선여자의학 강습소는 고려대 의과대학의 뿌리가 되었다"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로제타 홀 의료선교사의 인생은 우리에게 더 큰 사명감을 갖게 만드는 힘이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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