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시대는 4차산업혁명과 COVID-19 팬데믹이 합세하여 문명 대전환기에 진입하고 있다. 문명 대전환을 예감하며 필자는 서구세계 중심의 문명의 중심축이 비(非)서구세계로 이동하게 될 거라는 전망을 수년 전부터 제기해왔다. 특별히 서구 문명이 쇠락하고 문명의 중심축이 이동해가는 이때에 세계 미래학계는 인류 공영(共榮)의 가치를 주도할 미래지향적인 새로운 리더 국가로 대한민국을 지목하고 있다. 한국교회 또한 여러 산적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세계 기독교계의 미래의 향방을 결정할 주목할 만한 구심점이 되고 있다.
그러한 와중에 개최된 제33회 파리 올림픽 개막식은 성정치-성혁명(sexual politics-sexual revolution)으로 인해 서구 문명이 쇠락의 길을 걸어가고 있음을 전 세계에 공표하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가 자국의 문화와 역사, 국가 정체성을 보여줄 절호의 국가 행사를 선정적이고 기괴한(특히 동성애 및 트랜스 젠더주의에 함몰된) 내용으로 가득찬 광란의 장(場)으로 만든 것은, 영적으로 혼미한 프랑스의 정신세계를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생명같은 복음을 전해준 서구 기독교 국가들이 성정치-성혁명으로 인해 기독교 정체성을 잃어갈 뿐 아니라, 영적·정신적으로 퇴락한 모습을 많은 이들이 참담하게 지켜보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우리는 파리 올림픽 개막식이 성정치-성혁명 세력에게 치명적인 자충수가 될 거라고 예단할 수 있다. 보편적 윤리의식과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진 대다수 국민들이 동성애 및 젠더주의에 등을 돌리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류 언론들도 일제히 비판의 목소리를 낸 것을 지켜보면서 사회적 에토스(etos)의 반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성경적·기독교적 성윤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수호해야 할 중요 명분이 됨으로써, 지금은 하나님의 능력인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롬 1:16) 세상을 이기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요 16:33) 담대하게 사명을 감당해야 할 때다. 한국교회는 이 사태를 접하면서 더욱 깊은 기도와 성찰의 자리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제1종교개혁을 이룩한 서구 기독교 국가들이 반성경적·반기독교적 시대사조에 함몰되어 영적·정신적으로 쇠락하는 상황은 제2종교개혁이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필자는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면서 제2종교개혁의 당위성을 뼈저리게 목도했는데, 10여 년 전부터 이것이 바로 한국교회의 사명임을 절감하게 되었다. 21세기 대한민국과 한국교회는 인류문명이 올바른 정도(正道)를 걸어갈 수 있도록 서구세계를 대신하여 대리전을 치루는 중차대한 역사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서구의 복음적 그리스도인들은 성정치-성혁명으로 인해 교회 공동체가 붕괴되는 참상을 몸소 겪었다. 이들은 과거에 자국 선교사들이 한국에 복음을 전해주었지만, 이제는 역으로 한국교회가 무너진 서구교회들을 회복시켜 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악행과 패륜을 합법화하는 성정치-성혁명 법제화에 대항할 역량을 갖춘 나라는 대한민국과 한국교회가 유일한 상황이므로, 지금은 제2종교개혁을 이룩하는 일념으로 사명을 감당해야 할 때다. 제1종교개혁을 유럽교회가 주도했다면, 제2종교개혁은 한국교회가 선도할 수 있도록 힘써 중보기도해야 할 때다. 무엇보다도 한국 신학계 안에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허무는 반성경적·반기독교적 시대사조가 정착하지 못하도록, 한국 신학교들이 하나님의 주권과 창조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순교자적 영성으로 살아가는 영적 지도자들을 배출할 수 있도록, 한국 신학자들이 하나님의 진리를 지키기 위한 영적·사상적 전쟁을 견인할 수 있도록 사력을 다해야 할 때다.
한국교회가 제2종교개혁을 위해 기도하고 준비하고 있는 이 시점에 제4차 로잔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게 된 사실이 많은 우려와 미흡한 점에도 불구하고 마치 하나님의 섭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이번에 세계 기독교계를 향해 동성애 및 젠더주의와 관련하여 하나님의 뜻을 대변하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바르게 세우는 것은 이 시대 한국교회에게 맡겨주신 중차대한 과제와 사명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2024 로잔 대회를 중대한 분기점으로 이 시대 문명을 디스토피아(dystopia)로 몰아가는 거대한 성정치-성혁명 기류를 하나님의 지혜와 권능으로 차단하고 서구 기독교계를 회복시킬 물꼬를 트고 나서, 한국교회는 올해 종교개혁 주일(10.27)에 전 세계 기독교계를 향해 제2종교개혁을 선포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교회가 성정치-성혁명 시대사조와 일대 영적·사상적 전쟁을 치루며 성도의 성결함을 회복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사회적 성화(social sanctification)를 위해 헌신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사회적 성화’는 18세기에 감리교 창시자 존 웨슬리(J. Wesley)가 주창한 강령인데, 이를 통해 당시 음주와 방탕, 사치와 음란이 지배하던 영국 사회를 구원하고 정화한 사회개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사회적 성화는 21세기 한국교회가 반드시 구현해야 할 시대정신으로 다시금 새롭게 각성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한국교회가 성정치-성혁명이 악행과 패륜을 확산시키는 성애화(性愛化)에 저항하고 개인적·사회적 성화(聖化)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자 한다.
한국교회가 사회적 성화를 실천함에 있어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급선무가 있는데, 이는 바로 도덕성의 회복이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사회적 공신력을 잃고 침체기에 빠진 주된 원인은, 다름 아닌 도덕성의 처참한 실패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특히 작금의 한국교회에서는 공공연하게 교단 대표와 대형교회 목회자의 각종 스캔들이 불거져있는 상황이다. 거물급 교계 지도자들의 심각한 비리와 범죄가 이어지고 있지만, 철저한 고백과 회개보다는 범행 부인과 자기 정당화에 급급한 모습은 한국교회를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빠트리고 있다. 이를 마땅히 징계해야 할 소속 교단과 상급 기관마저 암암리에 묵인함으로 제대로 된 반성과 사후 처리를 등한시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인들은 한국교회 전체를 매도하는 것이다.
일반 사회에서는 큰 물의를 일으킨 개인이나 조직이 국민의 공분 앞에서 두려워하여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거나 서둘러 사태를 수습하는 데 반해, 한국교회에서는 세상의 상식과 도덕성에도 못 미치는 개탄스러운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교계 지도자들의 타락과 부패에 대한 권징은 물론 교인들의 부도덕성에 대한 훈계를 포기해 버린 상황이다. 이로 인해 참된 신앙을 갈망하는 교인들이 깊은 회의 속에 신앙을 등지게 하는(가나안 성도를 양산하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성도의 구원과 성화를 이루기 위해 성도 스스로 하나님의 거룩한 이름에 치욕스러운 낙인을 찍는 도덕적 추악함을 삼갈 수 있도록 권징을 강화할 필요성도 있다.
이제 한국교회와 성도(특히 교계 지도자)는 뼈를 깎는 아픔으로 자기 갱신과 성화를 생활화하는 사회적 성화의 단계로 진일보해야 할 것이다. 사도 바울처럼 하나님의 면전에서 자기 몸을 쳐 “항상 복종하여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루어”(빌 2:12) 새 사람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엡 4:24). 문제는 거듭난 성도라도 성령님을 훼방하거나 썩어 없어질 옛 구습을 버리지 못해 죄성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기에, 하나님께 부르심을 받기까지 지난한 영적 싸움을 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교회는 예수님을 닮아가는 성화가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하나님의 성령과 동행하면서 맺어나가야 할 삶의 열매, 구원을 완성하는 필수과정이라는 사실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한국교회가 7천만 우리 민족의 삶과 정신세계에 깊이 뿌리 내림으로써 다시금 이 민족이 가야 할 길을 밝히는 등대의 역할을 감당하길 소망한다.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지만, 문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때는 흔치 않은데, 지금이 바로 그때다. 역사의 중심이 돌고 돌아 마침내 천운(天運)이 21세기 대한민국과 한국교회에 도래하고 있다. 이때를 위해 말씀과 기도, 지성과 영성, 실력과 인성으로 준비된 우리의 다음세대가 제2종교개혁과 사회적 성화의 기치를 들고 온 열방과 대륙을 향해 전진하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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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