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 나설 보수 진영 후보로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이 결정됐다. 단일화 실패에 따른 후보 난립으로 매번 진보 진영 후보의 당선을 지켜봐야 했던 보수 진영엔 더 없이 반가운 소식이다.

보수 진영의 서울시 교육감 후보 단일화 과정은 실로 험난했다. 지난 9일 직전 교육감 선거에서 보수 후보로 출마했던 박선영 전 자유선진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할 때만 해도 기대를 한껏 높였으나 다른 후보들이 한 치의 양보 없이 기 싸움을 이어나가면서 단일화 협상의 난항이 예상됐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렵게 보수 진영 단일화를 위해 꾸려진 ‘통합대책위원회(통대위)’는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후보를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안양옥 전 한국교총 회장과 홍후조 고려대 교수가 여론조사 방식에 이의를 제기하며 통대위 탈퇴를 선언하면서 이번에도 보수 후보 단일화가 물 건너가는 듯했다. 그렇지만 탈퇴를 선언했던 두 후보가 다시 전격 합류를 결정하면서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획득한 조 후보가 통대위가 선정한 교육감 후보로 최종 낙점된 것이다.

보수 진영이 이처럼 후보 단일화에 공을 들인 이유는 이전 교육감 선거에서 단일화에 실패함으로써 고배를 드는 결과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직선제 이후 6차례 차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후보가 4차례나 당선됐는데 그때마다 보수 후보 난립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가까운 예로 직전 교육감 선거만 봐도 조희연 전 교육감이 보수 후보에게 지지도에서 밀렸으면서도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교육감 선거 때마다 되풀이 돼온 이런 문제들로 우리 학교 현장이 큰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는 게 보수 교육계의 성찰이다. 버젓이 실정법을 위반하고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이 임기동안 행한 잘못된 정책으로 학교교육의 붕괴를 가져온 게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당선에 기여한 보수 후보들의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을 것이다.

진보 교육감들에 의해 주도된 ‘학생인원조례’는 교육의 근본 가치에서 벗어나 동성애 옹호라는 젠더 이데올로기의 폐해를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생 인권에 치중한 나머지 교육 현장의 중심축인 교사의 인권이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되기도 했다. 이 모든 결과는 미래 세대 교육을 짊어진 보수 교육계의 분열이 가져온 참담한 결과일 것이다.

이번에도 보수 진영은 보궐선거라는 절호의 기회를 또다시 제 발로 차버리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들었다. 입으로는 거듭 보수 단일화를 띄우면서도 제각기 내가 후보가 돼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지 못한 후보들이 지리멸렬한 기싸음을 한동안 이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론조사를 불신하며 조 전 의원과 마찰을 빚었던 두 후보가 마음을 바꾸고 다시 통대위에 극적으로 합류함으로써 큰 산을 넘게 됐다. 이들이 조 후보로 단일화하는 데 합의함으로써 또 다른 단일화 기구인 보수교육감단일화선정위원회도 별도의 단일화 경선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단일화 후보 지지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사실 이탈했던 두 후보가 단일화 합류를 결단하기까지 그 과정이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두 후보 모두 훌륭한 경력의 교육 전문가라는 점에서 어느 한 사람이 단일화 후보로 결정돼도 본 선거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그런데도 통 큰 결단을 내린 건 그동안 보수 후보 간의 분열로 번번이 교육감 선거에서 고배를 들어야 했던 악습을 스스로 깨야겠다는 마음 속 다짐과 보수진영의 간절한 염원이 통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조 전 의원은 “그동안 번번히 실패를 거듭했던 중도보수 후보 단일화가 이번에는 극적으로 성공했다”며 “서울교육을 바꾸어야 하는 그 큰 책무가 오롯이 제 어깨에 놓였다”고 단일화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망가진 서울 교육 나아가 대한민국 교육의 ‘레짐 체인저’ ‘패러다임 체인저’가 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름 앞으로 다가온 선거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한동안 단일화에 지지부진하던 진보진영은 지난 25일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를 단일 후보로 추대했다. 진보 진영은 곽노현 조희연 등으로 이어진 진보 교육감의 대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목표로 시간이 갈수록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이번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는 전임 교육감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돼 중도에 물러나면서 치르게 된 선거다. 하지만 정당 추천이 없는 교육감 선거의 경우 시·도지자사 선거에 비해 유권자의 관심이 멀어 ‘깜깜이’ 선거라는 말을 듣는데다 최근 윤석열 정부와 여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

늦게나마 보수진영이 조 전의원으로 단일화를 이루게 된 건 그나마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보나마나한 선거가 될 뻔했다. 하지만 단일화가 곧 당선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사실 서울시민에게 보수·진보는 그리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그보다는 누가 무너진 교육을 바로 세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투표장에 나오게 될 것이다. 서울시 교육을 다시 살리겠다는 굳은 결의와 식견을 남은 선거기간동안 누가 더 진솔하게 서울시민들에게 각인시키느냐 하는 것이 당선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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