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호 박사
박춘호 박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창조론온라인포럼 줌 영상 캡처

박춘호 박사(첨단의료바이오연구원)가 17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53회 창조론온라인포럼에서 ‘창조의 유연성-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을까?’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 박사는 “가축화는 야생 식물과 동물을 인간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적응시키는 과정”이라며 “가축화된 종은 여러 용도로 사육되며, 중요한 것은 가축화된 식물과 동물은 인간이 사육하고 돌보게 되는 변화가 일어난다”고 했다.

이어 “가축화 즉, 동물들과 관계를 맺거나 동물들을 이용하는 것들이 계속 진행되어 왔고, 이것이 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가축화(길들임)는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모델시스템이다. 다윈은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론을 설명하기 위한 모델 시스템으로 인간의 통제 하에 있는 식물과 동물의 변이 메커니즘을 탐구하는 ‘가축화’를 사용했다. 다윈의 주장은 가축화된 다양성이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과 진화에서 필수적인 요소를 보여준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늑대가 개가 되는 사건은 가설로만 존재하고, 실제 실험으로 증명된 바는 없다”며 “그런데 사나운 여우가 반려동물과 같은 은여우로 길들여지는 일에 대한 기록들이 책으로도 나와 있다. 예로 2017년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에서 출판한 「How To Tame a Fox」라는 책이 과학진흥협회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한국에서도 2018년 「은여우 길들이기」라는 제목으로 번역됐다”고 했다.

이어 “이 책에선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진화를 여우의 길들임을 통해 주장한다”며 “은여우는 시베리아 붉은여우의 변종이다. 드미트리 벨라예프(Dmitry Belyaev, 1917~1985 구소련 노브시비르스크 세포유전학연구소장)가 더 좋은 여우의 털을 얻기 위해 은여우를 길들이는 실험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물 가축화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동물진화연구에서 매력적인 미해결 문제들 가운데 하나”라며 “벨라예프는 ‘인간의 접촉을 본능적으로 싫어하고 잠재적으로 공격적인 늑대 같은 동물이 어떻게 수만 년에 걸쳐 사랑스럽고 충성스러운 개로 진화했을까’하는 문제에 매료되었다”고 했다.

더불어 “벨라예프는 밍크와 여우의 품종개량을 연구하면서 가축화라는 진화과정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단서를 얻었고 이를 시험하고자했다. 여우는 유전적으로 늑대와 가까운 친척이므로 늑대에서 개로 진화할 때 관련된 유전자라면 은여우도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며 “‘만일 여우를 개와 유사한 동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가축화가 이루어진 과정에 관한 오랜 수수께끼를 해결하게 될 것이며, 인간의 진화에 관한 중요한 통찰력을 발견할지 모를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길들어진 유인원’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박 박사는 은여우 길들이기 실험의 후기 결과에 대해 “1970년부터 반대로 사나운 여우들을 선별해 교배를 해 점점 더 사나운 여우를 만드는 여우를 수행했다”며 “실제 몇 세대가 지나자 엄청나게 사나운 여우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임신한 온순한 암컷의 태아를 바꿔치기해 태어난 새끼가 유전적 어미의 성격을 보일지 대리모의 성격을 보일지를 확인했다. 실험 결과 대리모가 낳고 키웠음에도 새끼의 성격은 친모를 따라갔다”고 했다.

이어 “벨라예프 연구팀은 여우에서 일어나는 성격과 행동, 신체적 특징의 변화가 호르몬 분비와 관련된 유전적 변이의 결과일 것이라고 보았다”며 “호르몬 분비 패턴이 달라지면 성격과 형태 등 많은 측면이 동시에 변하는데 여우는 늑대와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가축화 과정에서도 비슷한 특성이 나타난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또 “온순한 여우와 사나운 여우를 대상으로 다양한 호르몬 수치를 조사했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의 경우 온순한 여우의 수치가 사나운 여우의 절반 이하로 낮았다”며 “반면 세로토닌 수치는 훨씬 더 높았다”고 했다.

더불어 “반려동물로 사람과 같이 살아갈 수 있을지 확인하는 실험으로, 1973년 선택된 암컷여우를 임신한 상태에서 연구소 내 가정집에 입주해 인간과 함께 살기 시작하는 연구를 했다”며 “4월 새끼 여섯 마리를 낳았고 사람들과 별 어려움 없이 지냈다. 그해 여름 여우는 집밖의 낮선 사람에게 개처럼 짖기 시작했다. 야생여우는 불과 수세대만에 반려동물로 길들여졌다”고 했다.

그는 “다윈과 벨라예프는 진화적 변화의 본질에 관한 보편적인 지식과 방향성이 달랐다”며 “다윈은 진화적 변화가 대개 작은 단계들에서 점진적으로 일어나고, 길들인 동물에서 나타나는 극적인 변이와 관련된 종류의 변화는 무수한 세대에 걸쳐 축적되어 나타난다고 보았다”고 했다.

이어 “벨라예프는 수십 년간 밍크 품종개량을 연구하면서 단기간에 모피색깔이 눈에 띄게 변화가 나타나는 사실을 주목했다”며 “야생밍크 모피는 모두 짙은 갈색이지만 육종 모피의 색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났다. 새로운 돌연변이에 원인을 찾기에는 이런 일이 굉장히 자주 수차례 반복해서 일어나는 현상에 주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벨라예프의 견해는 온순함을 위한 선택이 유전자들이 작동하는 방식에 변화를 촉발했을 것”이라며 “여우들이 인간의 주변에서 길들여지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유전자 정보의 변화(신다윈주의)보다 유전자의 활동패턴이 바뀌어 유전자가 신체의 기능을 조절하는 방식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시(1960~70년대) 돌연변이 없이 유전자의 활동이 달라질 수 있다는 개념은 아직 보도된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단일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한 변화들에 작용하는 자연선택의 작은 변화율로는 진화과정의 속도와 복잡성을 일으키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생각했다”며 “벨라예프의 견해는 당시 매우 급진적이었다. 그는 동물들에게 나타나는 변화의 일부가 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이 아니라, 기존의 유전자가 새로운 방식으로 활성화 되거나 불활성화 되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예측함으로 당시 과학계보다 훨씬 앞서 갔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박사는 “길들인 여우특성을 나타나게 하는 유전적 변화는 무엇인가”라며 “가축화는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압력에 반응하여 종이 유전적으로나 표현형적으로 변형되는 진화적 변화의 한 형태이다. 신다윈주의의 일반적 진화적 변화는 선택에 따른 종에서 무작위로 발생하는 유전적 변이 또는 돌연변이와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로 작동하고 유지되는 변형된 형질을 획득하는 데는 약 백 만년 정도의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는 가축화가 일어나는 빠른 속도가 유전체의 산발적인 돌연변이만으로는 완전히 설명될 수 없다는 추론으로 이어진다”며 “이것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방안은 후성유전학이며 실제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후성적 변이가 어떻게 가축화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며 “연구에서는 아직 명확한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후성유전학이 이러한 진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은 일치된 의견”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벨라예프의 사후에는 가축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형질의 변화가 유전자 발현 패턴의 변화(후성유전학), 즉 유전자가 켜지고 꺼지는 시점과 얼마나 많은 단백질을 생성하는가의 문제라는 가설을 세웠고, 한 세대가 지난 뒤 후성유전학 연구는 그의 가설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가축화’라는 인위선택은 다윈의 진화론적 사고에 중대한 영향력을 미쳤으며 지금도 급속한 진화의 예로 사용되고 있다”며 “야생동물의 가축화에서 일어나는 형태와 행동 변화 등의 표현형의 변이(소진화)는 유전정보의 변화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유전정보(유전자)의 발현양상이 변화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따라서 가축화현상은 기존의 신다윈주의적 관점에서 본다면 진화가 아니라 환경에 따른 일시적 적응현상”이라고 했다.

이어 “가축화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분자수준에서의 변화는 새로운 유전자 정보의 생성(신다윈주의적 관점)보다는 기존 유전자 정보의 발현변화(확장된 진화종합 이론의 관점)에 가까운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가축화는 인간과의 공존이라는 환경변화에 대해 생명체가 적응하기 위하여 본래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유전적 유연성(가소성)의 발로로 보는 해석도 가능하다”며 “생명체의 유연성은 DNA의 유전정보와 견줄 만한 후성유전학적 정보에 기인하고 있다. 유전정보가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없다면 유연성은 부여하는 후성유전학적 정보는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생명체가 유전정보를 (신다윈주의 관점에서) 점진적인 과정으로 변화시키며 진화하면서 미래의 다양한 환경변화에 대응할 후성유전학적 정보도 사전에 미리 점진적으로 준비해서 진화하는 것이 가능한지에 대해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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