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까지 정부의 재정적자가 74조 4000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22조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연간 재정적자 규모가 100조 원에 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7월호'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누계 총수입은 258조 2000억 원, 누계 총지출은 310조 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는 52조 2000억 원 적자를 기록했으며, 4대 보장성 기금 흑자수지를 제외한 관리재정수지는 74조 4000억 원의 적자를 나타냈다.
이는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77조 9000억 원) 이후 5월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가 올해 예산에서 설정한 관리재정수지 적자 목표 91조 6000억 원의 81.2%를 5월까지 이미 달성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이러한 상황에 대해 2분기에 주요 세입이 적은 것이 통상적이며, 8월 법인세 중간예납 등을 통해 하반기에 재정 상황이 개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연간 재정적자가 100조 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및 적자국채 발행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신 지난해 예산 집행 후 남은 세계잉여금과 여유기금을 활용해 세수 부족분을 충당한다는 방침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일반회계와 특별회계에서 불용을 유도하거나 외국환평형기금 등을 활용해 통계적 착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교부세 및 교부금 미지급을 통해 지방정부에 손실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관리재정수지 적자폭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조세 전문가들은 나라살림 적자폭을 줄이기 위해 불용액을 자의적으로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한다. 국회가 심의·확정한 지출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은 원칙에 어긋나는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불용액이 역대 최대인 45조 70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로 인해 내수 위축과 세수 감소, 재정건전성 악화 등의 악영향이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법에 정해진 원칙에 따라 공식적으로 감액추경을 통해 지출을 줄이거나 세입 감액추경을 통해 국채발행한도를 높이는 방안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체 내 여유재원을 활용해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는 올해 관리재정수지 예상 적자 규모로 91조 원을 계획했는데, 예상보다 적자 규모가 늘어나게 되면 추경을 통해 감액경영을 하거나 국채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지난해처럼 정부가 하반기에 지출을 줄이고 외평기금을 활용하며 무리하게 불용액을 늘리는 방식으로 나라살림 적자폭을 줄이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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