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파트너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앞두고 미국 기독교 비영리 법률단체인 국제자유수호연맹(ADF)이 자격을 인정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법정 의견서를 우리 대법원에 보내와 주목된다.
ADF는 지난 6월 27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동성결혼 권리는 없다: 국제법은 결혼의 재정의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제목의 해당 의견서에서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의 결합이라는 혼인의 정의는 대한민국을 포함한 대다수 아시아 국가들의 본질적인 주춧돌”이라며 “견고하고 안정적인 혼인은 아동 보호, 가족의 발전, 그리고 사회 안정에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ADF 아시아 법무 총괄이사 테미나 아로라 변호사가 작성한 이 의견서는 대법원이 동성 파트너가 국민건강보험법상 ‘부양가족인 배우자’로 등록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에 앞서 남녀 간의 혼인을 보호하는 국제법을 상기시켰다는 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외국의 법률단체가 우리 대법원의 판결에 영향을 줄만한 의견서를 보내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법원이 국제법상 참고를 위해 외부에 요청할 수는 있어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판결을 앞둔 중요한 사안에 대해 먼저 의견서를 내는 일은 매우 드물다. 그럴 정도로 이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해당 사건은 동성 파트너인 두 남성이 지난 2020년 2월 자신들이 ‘사실혼 관계’임을 주장하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허락해 달라고 요청한 게 발단이다. 그해 10월 보험공단이 최종 불허하자, 2021년 2월 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면서 법적 공방이 시작됐다.
이 소송은 2022년 1월 7일 서울행정법원은 1심에서 “현행법 체계상 동성인 두 사람의 관계를 사실혼 관계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기각하면서 쉽게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2023년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이 1심을 뒤집고 “보험료 부과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 건은 대법원의 최종심만 남겨 둔 상태다. 대법원이 헌법 정신에 따라 2심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2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동성애 관계를 사실혼으로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여서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하다. 결과적으로 동성애자들의 동성혼 요구 등에 힘이 실어주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동반연, 진평연, 반동연, 자유교육연합 등 시민단체들은 동성애 파트너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건 헌법질서에 반하는 것이라며 대법원이 마땅히 불허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최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현행법에서 동성애 관계를 사실혼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할 아무런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서울고법에서 사법부의 권한을 벗어나 입법권을 침해하는 판결을 내린 건 매우 유감”이라며 “사법부가 입법 권한을 국회에 부여한 헌법의 명령을 어기고 권력분립의 원칙을 위반하는 자의적 판결을 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 시민단체들이 우려하는 건 대법원이 고법의 판단처럼 헌법의 명령이 아닌 자의적 판단에 기울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다. ‘동성커플’의 개념에 대한 법적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데다 범위와 스펙트럼이 매우 넓은 사안이란 점에서 신중한 법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만에 하나 대법원이 동성애 커플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허락한다면 다양한 동성 간의 관계를 모두 사실혼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하는 문제가 뒤따를 게 뻔하다. 결국 우리 사회 질서의 붕괴와 왜곡이 극심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게 될 걸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동성 커플에 대한 법적 인정 문제를 국제법과 유엔 세계인권선언의 정신에 맞춰야 할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성인 남녀는 인종, 국적 또는 종교에 따른 어떠한 제한도 없이 혼인하고 가정을 이룰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한 세계인권선언 제16조의 해당 조항은 동성 간이나 제3의 성이 아닌 ‘남성과 여성’을 언급한 유일한 조항인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ADF가 우리 대법원에 “혼인을 ‘성별과 관계없이 모든 2인 간의 관계’로 재정의해야 할 국제법상 의무는 없다”는 의견서를 보낸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ADF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과 ‘인권 및 기본권 자유의 보호에 관한 유럽 협약’ 등 유사한 국제조약들도 역시 본질적으로 혼인을 ‘한 남성과 한 여성’ 간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이 모두는 ‘개인의 이성(異性)에 근거한 특정한 종류의 결합을 보호한다’는 보편적 이해에 기반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동성애 확산 저지에 혼 힘을 쏟아온 기독교계 시민단체들은 대법원이 2심 판단을 유지할 경우 결국 동성결함의 제도화의 문이 열리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만약 대법원이 이 사건에서 동성애 관계의 파트너에게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다면, 이후 소득공제, 각종 연금, 신혼부부 주택 특별공급 등 모든 사회보장 혜택을 인정해 달라는 줄 소송이 이어지게 될 것이고 그 끝에는 동성혼 합법화가 있기 때문이다.
동성혼을 인정한 외국의 경우, 대부분 처음엔 동성 간 결합의 제도화로 물꼬를 텄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판단은 대한민국이 동성혼 합법화로 가느냐 아니면 지금의 혼인제도의 중요성을 그대로 유지하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고 본다. 이 문제는 누구에겐 건보 자격을 주고 누구는 안 주는 평등권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인 가족제도가 허물어지느냐 든든히 서 가느냐 하는 국가의 명운이 달린 사안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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