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환 목사
김창환 목사

필자가 교회 개척 초기 어느 월요일 새벽 날이었다. 목사님, 큰일 났어요! 큰일 났어요! 교회에 도둑이 한 밤중에 들어왔나 봐요! 다 없어졌어요! 어쩌면 좋아요! 새벽기도를 드리기 위해서 교회 입구에 들어서는데, 파랗게 질려있는 김 00 집사의 목소리에... 나는 정신없이 예배당에 들어서는 순간 눈앞이 깜깜해졌다. 얼마 전 김 집사가 은혜를 받고 헌물 했던 스피커 한 벌과, 앰프, 그리고 전기 기타가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새벽 기도회를 마치고 경찰지구대에 도난신고를 했다. 경찰지구대에서 2명의 경찰관이 찾아왔다. 경찰관은 도둑씨(?)가 청계천 전자 고물상 같은 곳에다 팔아 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니 미안하지만 찾는 것은 일찍이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사형선고를 내렸다.

도둑씨가 얼마나 원망스러운지... 개척한 지 얼마 안 되어 큰마음 먹고 산 고급 앰프와 스피커들인데... 교인들이 이 사실을 알면 얼마나 낙심하고 실망할까? 믿음이 약한 교인은 혹, 하나님을 원망할 것 같아서 걱정이 앞섰다. 달리 뾰족한 방법은 없고, 수요예배 때 없어진 상태로 예배를 드릴 수는 없었다. 당장에 중고 앰프와 스피커라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낮에 월간목회를 보다가 우연히 얼마 전에 강화도에 있는 어느 교회에 도둑이 들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다음 날 교회 앞마당에 훔쳐 갔던 물품을 누군가 슬그머니 갖다 놓았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필자도 그런 역사가 우리 교회에도 일어날 것을 믿고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하나님께 간절하게 강화도 00 교회처럼 도둑씨의 마음을 돌이켜 다시 돌려놓으라는 기도를 드렸다. 아니면 도둑씨가 잡혀서 물품을 돌려받게 해 달라는 기도도 드렸다. 하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수요일 아침까지 기다려 봤지만 경찰지구대에서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방법은 한 가지, 당장 수요예배 전까지 중고 물품을 사기로 결심했다. 거리에 나가서 동네 벼룩신문(여러 종류)들을 가져다가 열심히 찾아보았다. 그랬더니 00 벼룩신문 광고에서 필자가 구입하고자 하는 종류의 앰프와 스피커가 광고 사진으로 올라와 있었다. 필자가 구입하려는 종류의 물품이 나온 것이다.

다행이다 싶어서 전화로 문의해 보았다. 그런 물품이 우리(양천구 신월동 소재) 교회에서 2킬로 정도쯤 떨어져 있는 곳인 중고대리점(만물 전파사)에 있다는 것이다. 너무 잘 되었다 싶어서 지인 목사님과 같이 그 중고대리점으로 찾아갔다. 그곳엔 우리 교회가 도둑맞았던 종류와 똑같은 회사의 앰프와 스피커 한 벌이 있었다. 중고대리점 주인이 신품에 가까운 것이라며 가격을 높이 제시했다. 그래서 가까스로 흥정을 해서 전에 구입한 가격의 절반 값으로 구입하였다.

교회에 와서 설치를 했다.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값싸게 똑같은 종류에 물품을 구입하게 해주셔서... 예배실에 설치하고 중고 앰프의 볼륨을 조정하는 중에 이상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낯설지 않은 느낌이다. 도둑맞았던 앰프와 너무 똑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스피커 뒤에 붙어있는 시리얼 넘버를 확인하고 나서, 전에 스피커 박스를 버리지 않고 교회 창고에 보관해 놓았기에 창고로 뛰어가서 박스에 붙어있는 시리얼 넘버를 보았다. 놀랍게도 11자리의 번호가 정확히 일치하는 것이다. 로또가 당첨된 것이다.

O, MY GOD! 세상에 이런 경우도 있습니까? 도둑맞았던 그 앰프와 스피커를 내가 다시 구입하다니...

즉시 경찰지구대에 연락을 했다. 전화를 받은 담당경찰관에게 도둑맞았던 물품을 내가 다시 구입했다고 하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한다. 경찰관이 교회에 와서 자세히 조사를 해 보더니 하는 말, “목사님! 목사님이 한 건하셨네요. 경찰생활 20년 동안 이런 경우는 처음 본다. 세상에 이런 기적도 있네요!”라고 했다. 그리고는 “양천구 관내의 여러 교회들과 컴퓨터학원에 도둑이 들어섰는데 아마도 그들의 소행일 겁니다. 중고대리점이 그 장물을 산 것 같으니 그 중고대리점에 가서 수사해 보면 그 도둑을 잡을 수 있겠다”는 것이다.

경찰관의 예상이 적중했다. 도둑씨가 그 중고대리점에다 우리 교회에서 훔친 물품을 팔아넘긴 것이다. 경찰들이 도둑씨의 집을 급습했을 때는 그 도둑씨는 이미 도망가고 없었다. 그 집안에는 우리가 도둑맞았던 전기 기타도 있었고, 컴퓨터학원에서 잃어버렸다는 컴퓨터도, 그리고 훔친 듯한 물품들이 이곳저곳에 쌓여 있었다.

하나님께서 기적적으로 도둑맞았던 물품을 다시 찾게 해주신 것이다. 그 후 양천경찰서에서 중고대리점 주인을 만났다. 중고대리점 주인이 장물을 팔아서 죄송하다면서 그 자리에서 물품을 살 때 지급했던 원금을 모두 돌려주었다. 장물을 팔았던 주인은 양천경찰서에 벌금을 냈다면서 피해자인 필자에게도 선처해 줄 것을 호소하기에 처벌하지 말라고 합의서를 써 주었다. 며칠 후 중고대리점 주인이 필자에게 전화를 주었다. 선처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시간이 나면 자기 대리점으로 꼭 오라는 것이다. 다음날 갔더니 “목사님 감사합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다 고르세요, 다 드리겠습니다”라고 하였다. 괜찮다고 사양했더니 그 주인이 성능 좋은 마이크 두 개를 집어서 필자에게 주었다.

도둑맞았던 앰프와 스피커 한 벌, 전기 기타는 3일 만에 화려한 외출을 끝내고 생각지 못한 마이크 두 개와 같이 교회로 다시 돌아온 것이다. “여호와 나의 하나님이여 주께서 행하신 기적이 많고 우리를 향하신 주의 생각도 많아 누구도 주와 견줄 수가 없나이다 내가 널리 알려 말하고자 하나 너무 많아 그 수를 셀 수도 없나이다”(시 40:5).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에게 기적을 보여주신 하나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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