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 구월동 소재 ‘구원파’ 계열의 인천 기쁜소식선교회에서 숨진 여고생 사건과 관련해 피해 여학생을 학대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신도가 합창단장 등 공범 혐의자들과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인천지법이 최근 아동학대 살해 혐의로 기소된 신도 A씨를 기쁜소식선교회 산하 합창단 단장 B씨 등 3명의 사건과 병합했는데 B씨가 기쁜소식선교회 설립자 박옥수 씨의 딸이라는 점에서 이번 여고생 학대 살해 사건이 ‘구원파’ 교리와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숨진 여고생은 대전의 모 대안학교에 다니다 올 초 부친이 사망하자 어머니와 함께 인천으로 이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어머니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딸을 병원이 아닌 인천 기쁜소식선교회로 보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교회 산하 합창단 숙소에서 지내던 이 여고생은 지난달 15일 오후 8시쯤 교회에서 식사도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4시간 뒤 숨졌다.

검찰은 A씨와 B씨 등이 지난 2월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사망한 여고생을 온몸에 멍이 들 정도로 구타를 일삼는 등 학대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사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해당 여고생이 자해를 하려고 해 막으려 했을 뿐 학대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나 검찰이 A씨가 피해 여고생을 상대로 장기간 이 단체 건물에 감금한 뒤 결박하는 등 학대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피해 여고생의 온몸이 멍이 든 상태였고 두 손목에 결박된 흔적이 발견된 점 등 오랜 시간 고의적으로 학대한 증거가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시신 부검결과 피해 여고생의 사인을 ‘폐색전증(폐동맥이 막히는 증상)’으로 추정된다며 학대 가능성을 제기했다.

검찰이 구속된 50대 A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한 결과,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박옥수 씨 딸 B씨의 주도하에 피해 여고생이 오랜 기간 폭행을 당했음을 입증해 주는 증거들이다. 양손이 결박당한 모습의 피해 여고생의 사진과 A씨가 해당 여고생의 학대 상황을 전화와 문자로 합창단장 B씨에게 보고한 사실 등이 드러남으로써 이들은 미성년자를 학대해 살해한 죄목으로 재판정에 서게 됐다.

이제 세간의 관심은 왜 이들이 약한 여학생을 이토록 장기간 감금해 학대하고 살해했는가에 쏠리고 있다.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미성년자라면 병원 치료를 받도록 하는 게 상식인데 왜 합창단원으로 받아들여 죽음에 이르도록 구타와 학대를 반복했는가 하는 점이다.

일각에선 ‘구원파’ 계열인 기쁜소식선교회의 교리가 잔인한 학대행위와 연관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단상담 전문가들은 ‘구원파’ 신도가 자기가 지은 죄를 회개하면 ‘구원파’ 교리에 비쳐볼 때 스스로 구원받지 못했다는 것을 시인하는 꼴이 된다며 여고생을 장기간 감금 폭행하고 학대하는 죄를 저지르면서도 자책하거나 회개하지 않는 등 자기의 행동의 합리화를 꾀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그들이 신봉하고 추종하는 교리가 피의자들의 범행을 부추겼을 것이란 추론이 가능하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구원파’는 대한예수교침례회(이요한), 기독교복음침례회(권신찬·유병언), 기쁜소식선교회(박옥수)로 나뉜다. 이들은 원죄를 회개하면 일상에서 짓는 자범죄는 회개할 필요가 없다는 교리를 내세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대속으로 율법이 폐지됐고 이미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매일 짓는 일상의 죄를 회개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 일명 ‘구원파’로 불린다.

‘구원파’하면 떠오르는 것이 오대양 사건과 세월호 참사라는 기억에서 지우고픈 단어들이다. 이들과 ‘구원파’의 한 갈래인 기쁜소식선교회(박옥수)는 매년 서울 등 대도시의 체육관을 빌려 성경세미나를 개최하며 주요 일간지에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등 유명세를 탄 인물이다.

이단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박 씨의 성경 해석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죄를 원죄와 자범죄로 구분하고 죄에 대한 회개는 오직 한 번 하는 것이라고 가르치며, 기성 교인들이 계속 회개하는 것은 구원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등 왜곡된 구원관을 전파한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로 박 씨는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예장 통합, 합동, 고신, 기성)에 의해 이단사이비집단으로 규정된 바 있다.

그런 박 씨가 최근 기독사학인 김천대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계에 이단 경계령이 떨어졌다. 재정난으로 폐교 위기에 몰린 기독교 사학을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사실상 경영권을 인수한 것으로 보이는데 늦었지만 이제라고 교계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 씨가 기독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세 확장을 꾀할 게 뻔하기 때문이다.

박 씨의 딸과 기쁜소식선교회 소속된 신도들이 한 여학생을 구타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이 박 씨가 전파하는 교리를 굳게 신봉한 것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지는 앞으로 재판 과정에서 밝혀질 일이다. 하지만 박 씨가 회개는 오직 한 번하면 되고 매일 죄를 지어도 회개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잘못된 교리로 신도들에게 범죄 행위에 대한 양심의 가책에 면죄부를 주는 등 도덕적 해이를 불러왔을 것이란 건 개연성이 충분하다.

기쁜소식선교회 신도들의 여고생 학대 살해사건은 재판 결과에 따라 오대양, 세월호 참사 사건 못지않은 사회적 파장을 던질 수 있다. 이는 이단사이비 집단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기독교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럴수록 한국교회가 바른 성경적 가치관에 입각해 복음의 진리를 전파하는 사명을 충실히 감당함으로써 이단의 발호를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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