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인권에 편중된 나머지 교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이 서울시의회 재의결로 통과됐다. 동성애동성혼반대국민연합 등 1천여 시민단체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으나 서울시교육청이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집행정지를 신청할 방침이어서 최종 폐지 확정까지는 좀 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25일 본회의를 열고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재의 요구한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재석 의원 111명 중 찬성 76명 반대 34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확정된 것은 충남에 이어 서울이 두 번째로 당초 지난 4월 26일 조례 폐지안이 통과됐으나 조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해 이날 다시 본회의에서 재의결 절차를 거치게 된 것이다.

지난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서울 광주 전북 충남 인천 제주 등 주로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당선된 시도로 급속히 확산됐다. 특히 서울은 지난 2012년 조례가 제정된 후 줄곧 그 핵심인 성별, 종교, 나이,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가 학생들에게 동성애와 젠더 이념을 부추긴다는 비판에 휩싸였다.

급기야 서울시 학부모단체들이 이를 문제 삼아 지난 2022년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는 6만4천여 건의 서명이 담긴 청구인 명부를 서울시의회에 제출하기에 이르렀다. 이 청구안을 검토한 서울시의회가 정식으로 수리함으로써 조례 폐지 절차가 개시된 것이다.

그러나 수리된 해당 청구안은 서울시의회에 부의되고도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 1년여 시간을 허송세월로 흘려보냈다. 법률과 조례에 의해 적법하게 발의된 폐지 조례안 임에도 불구하고 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측에서 서울행정법원에 2023년 12월 11일 폐지안 수리·발의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했고, 서울행정법원이 상임위 상정을 하루 앞둔 12월 18일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서 지난해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으로 교권 추락이 사회 이슈화되고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가까스로 본회의에서 다뤄지게 된 것이다.

교육계에선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인권 보호만을 일방적으로 강조해 교사의 교육 활동이 위축되는 문제를 제기해왔다. 조례에 명시된 표현의 자유, 사생활 보장 등이 학생들의 일탈 행위를 부추기는 반면에 교사가 이를 바로잡을 권한은 약화시켰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날 본회의 표결에 앞서 진행된 찬반 토론에서도 주로 추락한 교권 회복에 논점이 맞춰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학생인권조례’가 초래한 부정적 반향을 교권 추락에 국한할 순 없다. 성적 지향의 문제는 자라나는 청소년의 미래를 망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위험하다. ‘학생인권조례’는 성별, 종교, 나이 등을 나열하며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개념의 차별금지를 명시한 것처럼 보이도록 했다. 그런데 여기에 ‘성적 지향’을 포함함으로써 이 조례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드러낸 셈이다.

교계 일각에선 이를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후 기독교계의 반대로 입법이 멈춘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학교 버전’이라 부를 정도다. 그만큼 심각한 역차별이 나타날 수 있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는 학생들의 성인지 감수성에 큰 해악을 끼칠 위험한 의도가 숨어 있다는 뜻이다.

교사단체와 학부모단체들이 조례 시행 초기부터 문제점을 제기해 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예컨대 학교에서 진행되는 동성애 옹호 교육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혐오차별로 규정돼 금지 사항이라 할지 임신 출산할 권리를 내세워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한 성관계를 허용하면서 성적 방종을 부추기고 있는 것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교계는 무엇보다 건강한 가정을 꾸려야 할 미래세대를 망치려 드는 위험요소를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이하 전교연)은 지난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조례가 완전하게 폐지된 것을 환영한다”며 “지난 12년간 1,700여 건 학생인권 침해로 신고되어 많은 교사들이 억울하게 교권이 침해되었고, 기본적인 인권조차 보호받지 못했다. 무너진 교권과 학생들의 학습권 그리고 모두의 인권이 보편적이고 상식적으로 보장되는 교실이 되는 첫 단추가 채워졌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런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또다시 ‘태클’을 걸 모양이다. 서울시 의회가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재의결을 통과시킨 날 입장문을 통해 “학생조례 폐지는 입법권 남용”이라며 대법원 제소와 폐지 조례 의결 집행정지 신청으로 조례 효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기각하면 조례 폐지의 효력이 발생하지만, 집행정지를 인용할 경우 조례 폐지 효력이 중단되는 점을 노린 것이다.

국회에서는 지난 20일 야당 주도로 조례보다 상위인 법률로 ‘학생 인권 보장을 위한 특별법’이 발의됐다. 학생 인권을 보호한다는 구실을 내세우지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례 폐지의 효력을 무조건 틀어막겠다는 심사가 아니고 뭐겠나.

학생들의 권리 남용에서 더 나아가 자유 방임으로 학교 교육이 붕괴하고 자라나는 세대의 건전한 인격 형성에 암적인 존재가 된 ‘학생인권조례’에 진보 진영이 이토록 목을 매는 이유와 목적은 ‘차별금지법’이 지향하는 목표·방향성과도 정확히 일치한다. 이들이 우리들의 자녀를 망치지 못하도록 한국교회가 좌시하지 말고 두 눈 부릅뜨고 감시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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