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가정과 결혼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가족주의(familism)는 따뜻하고 긴밀하며 지지적인 가족 관계를 강조하고 자기 자신보다 가족을 우선시하는 문화적 가치로서 정의될 수 있으며, 친밀감과 사회적 지지를 통하여 개인의 심리적 건강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이러한 효과는 유럽계, 아시아계, 라틴계 모두 공통적으로 발견되었다. 여성의 25.3%와 남성의 29.8%가 ‘혼자 사는 게 더 행복할 것으로 생각해서’를 비혼의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은 평생의 행복을 추구하려면 결혼을 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하버드 대학교 연구팀이 1930년대 말부터 하버드 입학생 268명과 서민 남성 456명, 여성 천재 90명을 85년간 추적 관찰하여 발표한 바[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에 따르면 50세 이후의 행복은 그때까지 형성한 관계의 질과 양, 즉 사랑과 관련되어 있다. 이 연구에서는 행복의 7가지 조건을 꼽았는데 이 중의 하나가 안정적인 결혼생활이었다.
따라서 가정과 결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고 가정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과 교육이 필요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가정과 관련된 캠페인으로는 다양한 가족 이해 캠페인, 위기 가정 지원 캠페인 등이 있고 이 또한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정작 가정 자체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인식 개선 캠페인은 많지 않다. 출산 당사자인 MZ 세대들이 독신보다는 가정을 이루는 것을 선택하게 하기 위한 노력은 잘 보이지 않는 것이다. 결혼축하금, 결혼장려금 등 단순히 돈을 지원하는 것은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기는 어렵다. 적극적인 콘텐츠 기획을 통해 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언론에 언급되는 역기능 가정들에 관한 비극적인 뉴스 이외에도, 너무나도 평범하여 정작 기사화되지 않는 순기능 가정의 사례들을 적극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학교교육에서부터, 가정은 모든 개인의 근원이고 사회의 근간이며, 동시에 안식과 성장 동력을 얻는 행복한 보금자리라는 것을 가르치고, 나중에 성인이 되면 가정을 이루도록 권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비혼의 이유 중 자발적 비혼보다 비자발적 비혼이 많은 만큼 국가와 지자체도 미혼 남녀의 만남을 도와주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이 모이고 어울릴 수 있는 공동체 문화를 육성하여 자연스러운 만남들이 결혼이라는 헌신된 약속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 커플 매칭률 39%를 기록한 성남시의 단체미팅 ‘솔로몬의 선택’, 일본의 니가타현의 미혼 남녀 매칭사업 ‘하트 매치 니가타’ 등도 좋은 사례이다. 한편 남성들의 경우 경제적인 부담으로 결혼을 늦추는 경우도 많다. 전세 이상의 집이 있어야 결혼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과도한 혼수, 돈이 많이 드는 화려한 결혼식을 요구하는 태도 등은 적극적인 인식 전환 캠페인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 또한 서울시청이나 한강공원, 한옥 등에서 진행되는 공공 예식장 등 공공시설을 이용한 결혼 장소 지원 등도 전국적으로 확산되길 바란다.
한편 저출산에 대한 대책으로 자발적이고 인위적인 비혼출산을 늘리는 것은 앞서 기술하였듯이 저출산 해법에 도움이 안 될 뿐만 아니라 출산의 최대 당사자인 아동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가정 보호의 가치를 파괴하여 저출산을 악화시킬 수 있다. 결혼한 부모가 양육한 아이들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안전하고 건강하며 좋은 성과를 낸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정부는 미래 사회의 시민인 아이들의 최대 복지가 보장되는, 생물학적 양부모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가정을 다른 어떤 형태의 결합보다 독려하고 지원하여야 한다.
저출산 해결을 위한 가치관 변화를 위해 그동안 시행됐던 홍보 캠페인에 대해서, 근본적 사회경제적 원인은 방기한 채 캠페인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시각이 있었다. 물론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대책은 인식 전환 대책과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출산 대책이 쏟아져 나옴에 따라 오히려 “아이를 키우는 게 얼마나 힘들면 저렇게 많은 지원을 쏟아붓나”라고 하는 이차적인 출산 포비아(phobia), 냉소의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저출산 대책에서 이러한 심리적인 영향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편 홍보 예산의 부족한 편성과 공공 주도의 한계성 등으로, 아이는 낳아야 한다는 당위성만을 강조한다거나 아이가 적은 집에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했다는 지적, 버릇없는 아이에 대해 무조건 참으라고만 한다는 반응 등 국민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모습들도 있어왔다. 이에 필자는 ‘저출산 또는 새생명 서포터즈(가칭)’를 결성하여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를 제안한다.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출산의 가능성이 큰 MZ 세대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하면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보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 스스로 가정과 생명존중에 대한 가치를 제고시키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그들 자신의 가치관도 조금씩 변화될 수도 있다. 또한 결혼 전 인구, 결혼 후 무자녀, 또는 한 자녀에서 그치는 가정 등 사례를 세분화하여 SNS 알고리즘 등을 이용한 맞춤형 홍보 전략도 고려해볼 수 있다. 또한 독일의 “모든 연령대가 중요하다(Jedes Alter zahlt)”와 같은 국가적 슬로건을 내거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획기적이며 공감을 끌어낼 만한 표어에 대한 공모 및 포상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라. 성과 생명에 대한 책임 의식 강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책임성의 성문화를, 상대방과 생명에 대한 인격적인 책임을 지는 문화로 바꾸어야 한다. 임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과 그에 대한 책임을 대비하지 않은 성관계, 동거, 낙태가 여성의 신체적, 정신적, 생식적 건강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널리 홍보할 필요가 있다. 매스컴과 각종 미디어에서는 책임을 고려하지 않은 자유로운 성생활과 동거를 미화하는 것을 자제하길 주문한다.
연구에 따르면 생식 및 성 관련 건강 문제의 예방은 중고등학교 교육을 통해 가장 잘 달성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므로 청소년들의 생식적 건강을 최대한 잘 보존할 수 있게 하고 생명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과학에 기반한 성교육이 필요하다. 과거의 생식기관 해부도 설명으로 그쳤던 성교육, 생명에 대한 맥락이 빠진 순결 교육으로는 부족하다. 최근에는 청소년들에게 과거와 같은 생식기 해부학 위주의 성교육보다는 현실적으로 피임을 가르치자는 주장이 지지를 얻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포괄적 성교육(CSE, comprehensive sexuality education)이다. 그런데 포괄적 성교육의 12~15세 학습목표 중 핵심 내용에서는 “콘돔과 현대 피임약을 올바른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의도하지 않은 임신을 예방할 가능성이 높음을 설명할 수 있다”라고 하며 피임법의 피임 성공률이 완벽하지 않음에 대한 설명을 소홀히 하고 있고, 만약 원하지 않는 임신이 발생했을 때는 인공임신중단을 안전한 선택지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성적으로 활발하고 피임이 필요한 많은 청소년들은 자신의 능력, 혼인 유무, 성별, 성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과 무관하게 큰 장벽 없이 피임을 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밝혀, 능력, 혼인 등 새로운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는 상태인지와 무관하게 성행위를 청소년의 절대적인 권리로 간주하고 있다. 이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성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새로운 생명에 대한 시각이 부정적이고 회피적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방식에 따르면 성은 개인 또는 두 명의 당사자에게만 관계된 일로 인식되며, 성행위로 인해 생기는 아기는 하나의 인격체라기보다는 “피해야 하는 대상’, “장애물” 같이 인식되는 면이 있다. “성행위는 해도 되지만 임신은 피해야 한다”는 전제 아래에서 새로운 생명에 대한 환대보다는 거부감을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된다. 이렇게 자유로운 성생활을 전제로 한 성교육, 책임과 권리의 양쪽 측면을 균형적으로 다루지 않는 성교육은 생식적 건강을 보호하고 생명에 대한 환대 의식을 가르치는 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2020년 미국연방기구인 OPRE(Office of Planning, Research, and Evaluation) 리포트에 따르면 소녀들의 성생활을 18세 이후로 지연시키는 것이 그들의 미래에 첫 결혼에서의 이혼과 별거 확률을 감소시켰다. 또한 지연된 성생활은 조기 임신을 감소시킴으로써 소녀들이 더 높은 학력으로 졸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학생들에게 지연된 성생활이 청소년 임신을 감소시키고 소녀들의 결혼 파행과 학업 중단을 줄인다는 사실에 근거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야 하겠다. 현실적으로 피임을 가르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성행위를 하면서 임신이 안 되는 100% 피임법은 없으며 피임을 해도 성매개감염병에 대한 예방효과는 취약하다는 것도 함께 가르쳐야 한다. 지연된 성생활을 통해 성매개감염병과 낙태가 방지된다면 저출산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난임 문제가 일정 부분 예방될 수 있을 것이다. 스웨덴 성교육에서 학생들에게 성을 유희나 쾌락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남녀가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출산하는 건전하고 성스러운 행위로 인지시킴으로써 도덕적 타락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점 등은 배울 만하다. 근본적으로 사랑과 성과 생명이라고 하는 연결고리를 철학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하여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새로운 생명에 대해 최선의 책임을 질 수 있는 행동을 하자고 교육하는 것이 저출산 해결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
마. 생명존중 의식, 돌봄 문화 확산을 위한 교육, 인프라 강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생명존중, 특히 인간존중에 대한 교육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대만(Taiwan)에서도 1990년대부터 학교와 종교계를 포함한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생명존중교육 운동이 전개되어 정부의 정책지원을 통해 확산되었으며, 학교에서도 생명교육을 체계적이고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2000년대 이후 자살률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 또한 생사학(生死學)이나 생명교육이 호스피스 활동 등 사회적인 활동과 연계되면서 대만 사회 전체의 생명에 대한 인식을 고양시키는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대만의 성공사례를 참고하여 저출산 문제에 대해 인간 생명이라고 하는 보다 근원적인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생명존중 및 윤리에 대한 법률로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약칭:자살예방법)」과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이 유일하다. 그러나 자살예방법에서는 주로 자살예방과 관리에만 초점을 맞춘 협소한 의미의 생명존중만이 형식적인 차원에서 다뤄지고 있다. 또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은 인체유래물, 배아, 유전자 취급과 관련한 협소한 생명윤리 문제만을 그것도 생명공학 육성을 위한 관점에서 다루고 있다. 자살예방법 제15조에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하여 자살예방을 위하여 활동하는 민간단체 등과 협조하여 범국민적 생명존중문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는데, 생명존중문화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가 아닌 ‘추진할 수 있다’라고 명시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면제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법의 실행으로 인한 자살예방효과 및 실질적 개선은 미흡해 보인다. 그나마 2023년 자살예방 교육을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하도록 하는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것은 고무적이다.
따라서 생명존중교육에 대한 별도의 법을 제정하거나, 그것이 당장 어렵다면 자살예방법 안에서의 “생명존중문화 조성”이라도 지금과 같은 협소한 의미가 아닌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차원으로 확장시키기를 제안한다. 단순히 자살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이 왜 소중한지 깊이 알게 하고, 생명을 보살피고 기르고 관계 맺는 것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현재의 학교에서 가르쳐지고 있는 도덕 교과는 이론적인 접근 위주로 되어 있어 실천적 생명존중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되고 있다. 생명존중교육에는 반드시 돌봄의 실천이 포함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실제로 체험하고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야, 내가 받은 돌봄은 무엇이었는지, 내가 돌볼 대상은 누구인지, 위기에 처해있고 돌봄이 필요한 대상은 누구인지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명존중은 저출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병리를 해소할 수 있다. 생명존중의식이 높으면 삶의 의미 지수가 높고, 자살위험성과 공격성은 낮아진다고 한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한 생명존중교육이 생명존중의식을 증가시키고 공격성 및 적대감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관찰되었고 그 효과 또한 지속적이었다. 지금까지 산발적이고 비정기적인 캠페인으로 그쳤던 생명존중교육을 학교 및 지역사회, 그리고 직장에서 정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의 물질중심문화는 생명존중문화로 극복할 수 있다. 그러한 면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산생명존중위원회’로 바꾸는 것을 제안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생명존중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교육뿐만 아니라 살림과 돌봄의 인프라도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미혼모 지원이나 입양 제도, 호스피스·완화의료와 안정적인 간병 지원 등 관심과 돌봄의 방식은 사람들로 하여금 죽음보다는 삶과 생명을 택하도록 이끌 수 있다. 생명존중은 가장 약한 자들에 대한 보호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시초부터 마지막까지, 즉 작은 수정란, 태아, 어린이, 장애인, 환자, 노인 등을 돌아볼 줄 아는 마음에서 생명존중은 싹튼다. 문제가 되는 대상을 없애는 방식이 아닌 어떻게든 살리고 돌보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자체가 사회적 메시지가 된다. 내가 만약 사회에서 성공하지 못하고 실패하더라도 나를 받아주고 돌봐 줄 가족이나 사회적 지지 체제가 있다면 개인은 절망하지 않고 미래를 꿈꾸며 가정을 이루고 자녀를 가질 수 있다.
III. 결론
본 논문에서는 저출산 위기의 원인으로 그동안 여성에게만 과도하게 부과되어온 출산, 양육의 의무와 권리 논쟁에 밀려 정작 보호받지 못 해온 모성에 대해 진단하는 것을 시작으로, 모성과 부성, 아동, 가정, 결혼에 대한 부정적 사회 인식에 대해 검토하고, 비혼출산 등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는 문제에 대해 합리적인 관점에서 분석하였다. 또한 무책임한 성문화와 그로 인한 결혼 선택 감소 및 성매개감염병, 낙태, 난임 등 생식적 문제를 짚었으며 그를 극복할 수 없는 기존 성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논하였다. 마지막으로 물질중심주의와 돌봄에 대한 가치, 인프라 부재를 꼽았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가족친화적 관점을 포괄하여 생명에 대한 환대와 살림 그리고 돌봄의 문화를 제시하였다. 저출산과 재생산의 문제는 여성만의 책임도 권리도 아니기 때문에 부성에 대한 실질적 책임과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 부성애법, 양육비 책임법을 도입하자는 주장을 소개하였다. 이를 통해 선진국과 같이 한부모라도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 낙태와 영아유기로 잃을 수 있었던 생명을 출생에 편입하고자 하였다. 또한 모성 자체에 대한 부정적이고 동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게 하고, 그동안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던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매스컴을 통한 홍보와 더불어 결혼예비학교, 어머니 학교, 아버지 학교, 학생 대상의 예비 부모 교육 등을 개발하고 활성화하는 것을 제안하였다. 아동에 대한 배제 문화를 개선하고 더 나아가 아동을 환대하는 문화를 만들며 자녀의 존재가 개인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캠페인을 지속해서 진행해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 또한 중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다른 OECD 국가들처럼 산전후휴가에 대해 부과되는 기업의 부담을 없애고 고용보험 미가입자도 육아휴직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가정과 결혼을 적폐로 보는 사고방식에서 가정과 결혼의 긍정적 효과에 대한 인식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결혼이 행복의 장애물이 될 것으로 생각하는 오해와 달리 안정적 결혼생활이 50세 이상의 행복으로 연결된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 그동안의 저출산 극복 캠페인이 홍보 예산의 부족과 관(官) 주도로 인한 한계가 있었으므로 ‘저출산 또는 새생명 서포터즈(가칭)’를 결성하고 SNS를 활용하며 저출산 극복 슬로건에 대한 공모, 포상을 하는 등, 국민참여형, MZ 세대 맞춤형 홍보를 할 것을 제안하였다. 저출산의 대책으로 인위적으로 비혼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출산율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가정의 쇠락을 초래하여 출산율을 더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지 면밀하고 비판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비혼 사유 중 비자발적 비혼이 많고 결혼비용 부담 때문에 결혼을 늦추는 경우가 많으므로, 일부 지자체에서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공 매칭 프로그램과 공공 예식장 등의 바람직한 사례를 소개하였다.
무책임한 성문화의 부정적인 결과를 ― 가족 가치관 붕괴, 성매개감염병, 낙태, 난임 등을 ― 바로잡아 상대방과 생명에 대해 인격적인 책임을 지는 문화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생명의 소중함을 내재화하고 생식적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과학과 사실에 근거한 성교육을 시행하여야 한다.
저출산의 원인이 되는 물질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생명존중문화를 확산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출산생명존중위원회’로 바꾸자고 제안하였다. 또한 생명존중교
육에 대한 별도의 법을 제정하거나, 자살예방법 안에서의 “생명존중문화 조성” 부분을 실질적으로 확대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 가장 약한 자들을 살리고 돌보는 데에서부터 시작하는 생명존중과 돌봄의 문화를 교육과 홍보와 제도적 뒷받침을 통하여 육성해 나가는 것이 대만의 성공사례에서와 같이 근본적이며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수 있다.
[감사의 말]
안타깝게도 이 논문의 완성까지 함께하지는 못하셨지만 초고까지 함께해 주시고 귀한 의견과 변함없는 지지를 주신 故 박상은 원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끝)
김수정(내과 전문의, 성누가병원 내과 원장)
*출처: 생명, 윤리와 정책 제8권 제1호. 1-34 ©(재) 국가생명윤리정책원. 2024년 4월.
투고일 2024년 2월 24일, 심사일 2024년 4월 9일, 게재확정일 2024년 4월 16일 http://doi.org/10.23183/konibp.2024.8.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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