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개인 영웅시 되는 경향에 반감
‘민족주의가 기독교 가치인가’ 의문도
‘그래도 바이든 보다는…’ 지지 계속될 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로 확정된 가운데, 과거 그를 지지했던 현지 복음주의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약간의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우리나라 기독교인들에게선 그런 변화가 좀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
그가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던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현지 복음주의 교계의 지지는 상당했다. 그것이 대선에서 그가 승리하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C; Political Correctness)에 염증을 느낀 복음주의계가 미국의 전통 기독교 가치의 편을 드는 트럼프에게 열광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여러 면에서 보수적 정책을 폈다. 낙태에 반대하는 보수적 연방대법관을 임명했고, 이스라엘을 지지했으며, 동성애 등 소위 LGBT 문제에 있어서도 우호적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등 주요 참모들 역시 독실한 기독교인들로 임명했다. 특히 그가 재임 시절 백악관 인근 성요한교회 앞에서 성경책을 들고 사진을 찍었던 모습은 바로 이러한 복음주의 유권자들의 열망을 대변했던 것으로 풀이됐다. 4년 전 2020년 대선에서도 대다수 복음주의자들이 그에게 투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이런 분위기는 큰 흐름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자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이 그의 대선 승리를 위해 본격 결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한 매체에 따르면 기독교계 보수 단체인 ‘신앙과 자유’(Faith & Freedom)는 복음주의 기독교인들의 유권자 등록과 투표권 행사 운동 등에 상당한 돈을 지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이 단체는 경합주를 중심으로 교회들에 3천만 개의 홍보물을 보낼 예정이라고. 또 최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인의 약 4분의 3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같은 현지 복음주의계의 트럼프 지지는 그의 집권 당시 때보다는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독교에 우호적인 모습과는 별개로 대통령으로서 그의 도덕성에 문제가 있어 보이고, 그의 기독교 관련 수사와 행보는 단지 ‘표’를 위한 정치적 행동일 뿐 진정성이 없다는 것 등이 그 원인으로 꼽힌다.
그래서 그의 정책이 당장 기독교 친화적일 수는 있어도, 결국 기독교 가치를 퇴보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현상’의 원인 중 하나로 자주 지목되는 것이 바로 ‘민족주의’(nationalism)인데, 이것을 기독교 가치로 볼 수는 없다는 점 때문이다. “(미국) 백인 복음주의 개신교 신자들이 트럼프와 공화당을 지지하는 이유는 종교 보다는 정치에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견해도 있다.
또한 미국 복음주의 신학자로 유명한 웨인 그루뎀(Wayne A. Grudem) 교수는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대선 경선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고, 재임 시절 그의 행정부 정책을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이번 대선 승리를 위해선 공화당이 다른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후보가 되면 패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그가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미국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가 많은 만큼 그 반대자도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그루뎀 교수는 “만약 그(트럼프 전 대통령)가 지금 (공화당 경선에서) 사임한다면 칭찬할 만큼 겸손하게 개인적인 야망보다 국가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보다 선출 가능한 선거를 위해 물러난 전직 대통령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선출가능성이 있는 공화당원은 대통령이 되어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7~2021년에 시작한 정책을 공고히 하는 데 향후 8년을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결국 미국 복음주의자들의 트럼프 지지는 인물에 대한 선호라기보다 그 정책 때문인데, 미국 사회에서 마치 ‘영웅’이 등장한 것처럼 트럼프라는 한 개인에게 초점이 맞춰질수록 복음주의자들의 지지는 점점 약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지 복음주의자들이, 보다 ‘리버럴(liberal)’하고 친LGBT 행보를 보이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을 지지하기는 더 어렵다는 점에서 여전히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할 것이라는 여론도 상당하다.
“트럼프 집권, 대한민국 안보에 악영향”
인식 커지며 국내 교계에선 지지도 약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우리나라 기독교인들 사이에서 보다 극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미동맹과 과거 우리나라에 선교사들을 보냈던 ‘기독교 국가’로서 미국의 정체성을 중요시하는 국내 복음주의들도 미국의 그들과 마찬가지 이유로 지난 2016년 대선과 이후 대통령 재임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체로 지지했다.
그러나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것에 더해 그가 미국 대통령이 되는 것이 대한민국 안보, 나아가 세계선교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으면서 바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 안보를 상당히 의존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상대적으로 저평가하고 자국 우선주의 외교 노선에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우리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아울러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될 경우, 전 세계 종교의 자유를 수호하고자 했던 미국의 역할이 축소되면서 세계선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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