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신자로 출가까지 했다가 극적 회심으로 기독교인이 된 이정훈 전 울산대 교수. 독자들 중에선 ‘울산대’ 앞에 ‘전(前)’ 자가 붙는 걸 이상하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그는 울산대 교수였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내려놓고 ‘목회’, 그것도 ‘담임목회’에 임하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빛의자녀교회에서 김형민 목사와 함께 공동 담임으로 사역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22년 가을, 한국독립교회선교단체연합회(카이캄)를 통해 안수를 받고 목사가 된 이정훈 전 교수. 여전히 ‘이정훈 교수’가 더 익숙한 이들에게 ‘이정훈 목사’를 소개한다.
담임목사 되리라곤 상상도 못해
철저한 성경교육, 내 목회 방향
-목사님, 근황이 궁금합니다. 어떻게 지내시나요?
“지난해 1월 1일부터 빛의자녀교회에서 공동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그 동안 해왔던 PLI(Practical Leadership Institute)를 통해 성경적 세계관을 교육하는 사역도 계속하고 있고요.”
-담임목사가 되셨다니, 좀 놀랍기도 합니다.
“저도 그래요(웃음). 제가 담임목사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냥 교수로서 자유롭게 사역하고 싶었는데, PLI 사역을 하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신학을 공부했고, 결국 목사안수까지 받게 됐습니다. 그래도 목회까지는 할 생각이 없었어요. 하지만 늘 그랬듯이, 하나님께서 저를 강하게 인도하셨습니다.”
-빛의자녀교회와는 어떻게 연결이 되신 건가요?
“목사가 되고 나서 사실은 개척을 하려 했습니다. 그래서 이곳저곳 장소를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는데, 과거 우연한 계기로 알고 있던 김형민 목사님께서 제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함께 사역하자고 제안하셨습니다. 그렇게 빛의자녀교회에서 사역하다, 역시 김 목사님의 제안으로 공동목회를 하게 됐습니다. 저로서는 참 감사한 일입니다.”
-지난 약 1년 동안 어떻게 목회해오셨나요?
“교회에 부임하고 제가 주력해온 것은 철저한 성경교육입니다. 신학적 목회의 실종에 대한 문제의식이 교수시절부터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철저하게 성경적 세계관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세상의 유혹과 영적 싸움에서 이길 수 없다고 봤습니다.
종교개혁 이후 기독교는 건강한 자본주의에 그 토대를 제공했고,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선한 영향을 끼치며 인류의 발전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의 기독교는 그렇지 못하고, 짠맛을 잃은 소금이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성경에서 멀어졌기 때문입니다.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 삶의 모든 규범과 판단의 기준이 성경이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 목회의 방향입니다.”
목사 된 후 복음주의 맞는다는 확신
우리는 주님의 제자인가 구경꾼인가
-그 밖에 또 어떤 목회전략이 있으신가요?
“‘하이브리드 처치’입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마치 온라인이 대안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은 얼굴을 맞대고 그들의 삶 속에서 하나님을 체험하고 싶어 합니다. 따라서 코로나 기간 무너진 예배가 철저히 회복돼야 합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젊은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온라인 영역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결국 이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3040세대 기독교인들의 방황은 교회가 공적 가치를 잃어버린 것에도 한 원인이 있습니다. 교회가 개혁되면 그 힘으로 사회가 개혁되는 게 역사적으로 증명되어 왔는데, 교회가 개혁되지 못하니 공적 가치를 등지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하게 된 것입니다. 저희 교회는 환경과 같은 공적 가치를 이야기 합니다. 그러나 이 역시 복음을 전하기 위함입니다.”
-목사가 되신 이후 달라진 점이 있나요?
“제 삶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목회를 하면서 복음주의가 정말 맞는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간의 제 사역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목회를 하면서 깨닫게 됐습니다. 한 마디로 말씀의 힘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말씀으로 사람이 바뀐다는 걸, 저는 목회를 통해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말씀이 들어가게 되면 성령이 역사해 그 사람의 삶이 바뀝니다. 그렇게 되면 그의 삶의 영역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밖에 없습니다. 목회를 하면서 이걸 더욱 체감하고 있습니다.”
-한국교회가 코로나19 시기를 지나 정상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예배 인원은 그 전의 70~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돌아오지 않은 이들은 왜 그런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그들의 신앙 근본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예수님의 제자가 아니었던 겁니다. 단지 구경꾼이었던 거죠. 한국교회가 이 점을 심각하게 고민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제자화를 했던 것인가, 아니면 그저 구경꾼을 양산하는 데 그쳤던 것인가…. 그간 사람이 많이 모이면 부흥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구경꾼들을 모아놓고 부흥이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었을까요?
그래서 저는 오히려 코로나19가 알곡과 가라지를 가리는 개혁의 신호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벌을 받을까 두려워 주일성수를 했던 이들이, 코로나19를 거치며 주일성수를 하지 않아도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교회에 나오지 않는 겁니다. 그러나 말씀으로 제대로 양육된 신자라면 주일성수가 왜 중요한지, 십일조 생활은 왜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그것을 삶 속에서 계속 실천하게 됩니다. 진정 삶과 말씀이 분리 될 수 없다면, 코로나19가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영향을 주지 못할 것입니다.”
난 편협하지 않은 칼빈주의자
-코로나19라는 환란이 교회 체질을 좀 더 건강하게 바꾸는 계기가 됐다고 보시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저는 지금 약간 흥분되어 있습니다. 이제 진정한 의미의 부흥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 웨일즈에서 대부흥이 일어났지만, 그것은 양적 부흥이었습니다. 이후 마틴 로이드 존스와 같은 이들로 인해 깊이 있는 말씀이 전해지면서 마침내 질적 부흥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 동안 양적 성장이 중심이 됐던 한국교회에도 코로나19 이후 질적 부흥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다시 말씀으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강단에서 신변잡기를 늘어놓고 거기에 말씀 몇 구절 인용하며, 그걸 설교라고 생각해선 결코 안 됩니다. 말씀에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일각에선 교회의 지배구조를 고치는 거버넌스 개혁을 주장하기도 하고, 온라인 활용이나 지역사회 동참 등을 요구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런 것들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답은 아닙니다. 저는 불교 신자로서 출가까지 해보았던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참 많은 걸 경험해 보았지만,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그의 몸 된 교회 외에는 답이 없습니다.”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셨는데, 목사님께서는 스스로 어떤 신학적 정체성을 갖고 계신가요?
“저는 칼빈주의자입니다. 칼빈주의가 서구사회를 어떻게 바꾸었고, 현대적 서구사회를 만드는데 어떠한 선한 영향을 끼쳤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회심 전에도 칼빈주의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기독교인이 되고 나서도 칼빈주의가 맞는다는 확신을 가졌습니다. 그러나 그것 이외의 것을 배척하는 편협한 신앙을 갖고 있진 않습니다. 저는 존 웨슬리도 존경합니다. 그가 하나님의 종으로서 세상에서 실현했던 근대적 복음주의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의 정치의식, 자유에 맞춰져야
자유민주주의 헌법이 종교의 자유 보장
-올해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총선)를 앞두고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기독교인이 정치적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는 교회에만이 아니라 세상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걸 종종 간과하곤 합니다. 교회와 정치가 분리된다고 착각하기 때문이죠. 정교분리의 원칙은 헌법이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지, 기독교인들이 정치의식을 갖지 말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오히려 바른 정치의식을 가짐으로 인해 세상은 더 아름다워지고 살만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기독교인들은 창조주의 창조질서와 성경의 가치들을 파괴하고 무력화시키는, 반성경적·반기독교적 가치들을 확산시키고자 하는 정치적 흐름과 정책들에 분명한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선거에는 ‘최선이 아닌 최악을 제거한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실에서 우리가 기대하는 최선의 정치세력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지키고, 그로 인해 자유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인물, 혹은 그런 세력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가령 ‘아, 저 사람과 저 정당이라면 최소한 미션스쿨에서 기도하고 성경을 가르치는 것을 위법이라고 하진 않겠구나’ 이런 식으로 말입니다.”
-말씀하신 기독교인의 정치참여와 신정정치는 어떻게 다른가요?
“바른 정치의식을 갖고 정치에 참여하자는 게 기독교 신정국가를 만들자는 얘기는 결단코 아닙니다. 기독교인들이 종교의 자유를 누리면서 복음을 전파하고, 그 가운데서 선한 영향력으로 사회가 개혁되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이미 증명된 것입니다. 항상 교회가 개혁되고 부흥하면 그 영향으로 사회가 개혁되었습니다.”
-종교의 자유를 계속 강조하시네요.
“칼빈 이후 수많은 리더들은 종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분투해 왔습니다. 미국의 헌법도 그 과정에서 나온 것입니다. 칼빈주의를 따르던 위그노들이 박해를 피해 망명한 국가들이 그들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면서 정치·경제적으로 다 발전했습니다. 따라서 대한민국도 종교의 자유를 지키고 세계선교를 하는 국가로서 위상을 지켜내는 것은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절대 타협해선 안 됩니다. 이런 정치의식이 없기에 교회도 국가도 모두 위기에 빠지는 것입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기독교인의 정치의식은 자유에 맞추어져 있어야 합니다. 자유를 빼앗기면 결국 다 빼앗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지키자는 이유도 그것이 우리의 종교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까닭이죠.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자유는 하나님의 선물이며, 선조들의 피로 지켜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자유는 언제고 침탈당할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우리가 그 자유를 지키고 더욱 발전시켜 나갈 때 교회와 국가에도 밝은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가지 부연하고자 합니다. 한미일 공조에 대한 것입니다. 한국은 국제정세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입니다. 국가안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기독교인들도 그 중요성을 알아야 합니다. 자유민주공화국의 헌법을 지켜내지 못하면 종교의 자유는 보장되지 못하니까요. 그렇기에 저는 같은 자유민주주의를 공유하는 미국, 일본과의 공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일본과 관련해 기독교인들은 극단적 반일감정을 부추기는 잘못된 정보에 오염되거나 선동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끝으로 목회를 하시면서 받은 은혜, 간증이 있다면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교인들 중에 주일성수와 십일조를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교인들의 경우, 주일에 가게 문을 닫는 것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런 이들이 제 설교를 통해 하나님 앞에 나아와 믿음을 갖게 되는 걸 보면, 참 보람을 느낍니다. 저 역시 가게 문을 닫고 주일성수를 한 교인의 가게가 더 번창하는 모습을 보면서 거꾸로 도전을 받고 확신을 갖게 됩니다.
또 동성애에 빠져 있던 한 형제가 제 설교를 듣고 회개하며 그것에서 벗어났다는 간증을 하고, 삶이 변화되어 교회를 섬기는 모습을 보았을 때 더없이 행복했습니다. 성도들의 간증을 듣고, 그들의 삶의 변화를 보면서 ‘아, 말씀이면 다 되는구나’ ‘하나님께서 무익한 종을 사용하셔서 일하시는구나’ 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말씀에 모든 답이 있습니다.”
이정훈 목사는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을 전공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철학으로 법학박사학위(Ph.D.)를 받았다. 대학시절 그의 전공에서도 알 수 있듯, 한때 출가까지 했던 불교 신자였다. 이후 기독교로 회심했는데, 그는 자신이 기독교를 공격하기 위해 했던 종교개혁 등에 대한 공부가 오히려 개종의 단초가 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울산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일했다. 현재 빛의자녀교회 공동 담임목사로 있으며, PLI를 통해 복음주의 기독교 세계관을 교육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 「기독교와 선거」 「성경적 세계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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