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자들,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라고 하셨는데, 교회 안은 너무나 따듯해서 밖이 잘 안 보이는 것 같다. 왕이신 하나님이 낮고 낮은 마굿간으로 오셔서 문둥병자, 창녀, 가난한 자, 귀신 들린 자들을 돌아보시고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셨다. 강도 만난 다음 세대를 막상 교회는 놓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한 카페에서 앉자마자 쏟아낸 이야기이다. 최새롬 목사는 ‘학원복음화 인큐베이팅’이라는 학원선교단체의 대표로 교회 안이 아닌, 주로 학교를 비롯한 교회 바깥의 현장에 직접 찾아가 예배와 기도 모임을 세우는 일을 하고 있다. 교회 안에는 이제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온누리교회, 할렐루야교회 등 유명한 대형교회의 사역을 경험했던 최 목사는 이제 제도권 교회를 넘어, 교회 밖 학생들의 삶의 현장에서 사역을 풀어내는 현장사역자로 잔뼈가 굵다.
교회학교… “악순환의 생태계”
최새롬 목사는 ‘다음 세대가 죽어간다’고 걱정하며 외치는 한국교회에 “교회학교의 생태계가 변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을 펴고 있다. 이것은 그가 현장을 누비고 몸소 부딪치며 얻은 경험이다. 그 이유는 ‘시대와 환경의 변화’에 있다.
현재의 한국교회의 교회학교는, 코로나를 겪으며 가파르게 감소한 아이들로 인해 무너지고 있는 시점이다. 교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출산율 감소, 그리고 문화의 변화로 교회학교 사역자가 아이들과 접촉하고 싶어도 접촉점이 없는 상태이다.
그런데, 최새롬 목사에 의하면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런 환경을 변화할 수 없게 만드는 ‘한국교회의 고질적 생태계’이다. 최 목사는 “한국교회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에, 나름대로의 생태계가 형성됐다. 그 시기는 열정만 있으면 사역과 목회가 이뤄졌으며, 슬프게도 지금의 급격한 변화를 겪는 사회에서도 그 생태계는 여전히 고착화되어 있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목회자들의 대부분은 목회의 초점이 중·장년층에 맞춰져 있기에, 막상 급격한 교회학교 감소에 대해 실제적으로 담임 목사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왜냐하면 상대적으로 중·장년층의 감소폭은 적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사역의 경험 속에서 여전히 현장을 살피지 못하는 문제는, 구체적으로 전통적인 형태의 사역 방식으로 진행되는, 교회학교를 담당하는 사역자들의 업무에서도 나타난다고 한다. 최 목사는 “많은 교회학교 담당 사역자들이 주말에는 교회학교를 담당하지만, 주중에는 중·장년층 사역에 동원되기에 교회학교에 집중할 여력이 없다”고 한다.
결국, “학교에서는 심지어 복음을 들어보지도 못한 많은 아이들을 섬길 사역자와 신앙인이 없고, 교회 안의 교회학교는 괴멸수준에 이르는 악순환의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형교회 떠나, ‘현장’에서 아이들 만나게 된 계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새롬 목사가 택한 방식은 지역교회와 학교가 연계하여 사역을 진행하는 것이다. 지역 교회가 근교에 있는 중·고등학교에 예배 모임과 동아리를 세울 수 있도록 함께 돕고, 이를 통해 학교에서 복음을 접한 학생들이 근처의 지역 교회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최 목사가 이런 사역 방식을 택한 것은 앞서 언급한 대형교회에서 교육부서의 목사로 사역하고 있을 때이다.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집사님의 부탁으로 학교에서 예배 모임을 열게 됐는데, 이것이 시초였다.
“의도적으로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는 그는, 예배 모임에 참여했던 한 학생이 자살을 하려고 했던 상황을 알게 됐고, 이것이 최 목사를 학생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 현장으로 직접 뛰어들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최 목사는 “그 후로도 자살을 고민하는 학생들을 종종 보게 됐다. 나는 어떤 새로운 사역을 방법론적으로 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학생들이 죽어가는 현장에서 생명을 살리고 싶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교회 전임 사역을 하면서도 감당할 수 있는 학교가 2~3곳이었는데, 섬겨야 할 학교들이 갑자기 늘어났다. 간식이 많이 필요해서 사례비로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다. 그 후 지인의 조언과 아내의 동의를 얻어 교회를 그만 두었다. 그 시절 “평생 사모로 헌신한 어머니가 췌장암에 걸리셨었다. 어머니가 이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하셨었다”고 회상했다.
개척교회 목회자의 자녀로 자란 그는 험난한 목회자의 삶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군대 가기 전에, 심지어 목사인 아버지에게 “아버지처럼 되지는 않을 거다”라고 쏘아붙였던 그지만, 지금은 “개척교회 목사님 아들로 경험한 험난한 세월이 목회자의 사명의 길을 가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됐다. 목회는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이 도와주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고백한다.
‘새로운 사역 모델’의 필요성
2009년 처음 이 사역을 하게 됐을 때, 학교를 통해 교회로 유입된 학생들은 100명이나 됐다고 한다. 최 목사는 “학생 사역에서 중요한 것은 관계를 먼저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 후로 멈출 수 없어 15년간 지속한 이 사역은 작년 11월 기준, 170여 곳의 중고등학교에 예배 모임이 세워졌으며, 작년 한 해 50곳의 기독교 동아리가 만들어졌다. 최 목사에 따르면, 한 예로 G중학교 불신자가 900명 포함된 1000명의 학생들이 채플에 참석하여, 140명이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교원자격이 없는 최 목사는 학교 측의 요청에 의해 교목이 되기도 했다. 최 목사는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채플을 매우 사모한다. 타 학교들과 예배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할렐루야교회에서 사역할 때는 항상 사역을 기획하고 고민하는 일에 집중했었다. 그런데 바깥에 나오는 순간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내가 다 해야 했다”며 힘들었던 점을 내비치는 최 목사는 “그런데 교회 밖으로 나가면 매일 매일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한다”고 고백했다.
최 목사는 지역교회를 돌아다니며 이 새로운 복음화 비전을 공유고 있으며, 지역 교회를 통해서 동아리가 새워지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지역별로 양성 사역을 통해서 지역교회가 전략적으로 건강하게 학교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
학교 사역 중심으로 ‘중·소형 교회의 연합’도 가능
그 결과로 안양, 철원, 양양, 이천, 부산, 광주를 비롯해 전국구로 ‘Wake up’(웨이크 업) 집회가 세워지고 있다. 최근에 열렸던 이천에서의 첫 예배에 500명이 왔고, 광주에선 150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최 목사는 “사실은 처음에는 학교에서 불신자들이 교회를 경험하고 작은 교회들이 성장하는 것을 원했는데, 규모가 커져서 너무 놀랐다.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평소 중·소형 교회들이 힘든 상황 가운데서 연합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교회 간 경쟁구도’나 ‘견해 차이’ 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 연합하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최 목사가 동역했던 교회들은 ‘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교회들이 연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최새롬 목사는 연합에 대해 “지역 교회들은 연합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인들의 숫자가 너무 적기 때문이다. 어떤 교회들은 청소년 숫자가 1명이나 2명 밖에 안되는 중·소형 교회들도 있더라”며 “학교를 통해서 다양한 교회들이 연합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학교를 중심으로 교회를 뭉치면 연합이 쉽다. 물론 교회들 간의 알력이 조금씩 있다. 그러나, 학교를 중심으로 하면 아이들 때문이라도 연합하더라”고 했다.
초기에는 한 교회와 사역을 연결하려고 하는 과정에 7년이 걸렸다고 한다. 그 이유는 담당 사역자가 계속 바꿨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산재해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 사역이 해를 거듭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지역 교회의 연계의 비전이 공유되고, 사적 단체가 중심이 아니라 학교를 중심으로 교회들이 연합하기 때문에, 연합이 힘이 있다”며 “중요한 것은 담임 목사들에 비전이 정확히 공유되는 것”에 대해 강조했다.
“사역 모델의 획일화도 다음세대 사장시키는 중요 이유”
최 목사는 “대형교회 사역만을 쫓아가는 풍토와 이로 인한 사역의 획일화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도 “한때는 대형교회 목회자를 꿈꿨다”고 한다. 그는 “대형교회를 반대하거나 비난할 의사가 전혀 없다. 대형교회도 나름대로 하나님이 쓰시는 역할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교회들은 좋은 사역을 정말 많이 한다. 그런데 모든 지역교회들이 대형교회의 모델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부르심 안에서 다양한 사역의 모델이 필요하다. 이런 지역교회들이 추구해야 할 다양한 모델이 필요하다. 그런 상황에서 부르심과 은사에 따라 사역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사실, 다음세대 사역의 답은 현장에 있다. 한국교회가 과거와 다르게 현장성을 잃었고, 그래서 현실 인식이 둔하다. 지금 학교에서 신앙이 있는 학생들은 소수이다. 그런데 사회는 무궁무진하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는가? 모두 획일화된 모델을 따르며, 현장으로 나오지 않는 이유이다. 교회가 시각이 갇혀 버렸다. 세상을 보는 눈을 띄우는 것이 중요하다”라 지적했다.
그는 이런 획일화된 모델로 인해 교회학교 사역자들이 자신의 사역에 집중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담당 사역자들은 주중에 교회학교 사역을 하고 싶어도, 할 시간이 없다. 교육부 사역자들은 주 중에는 성인 사역을 하게 된다”며 “담당 사역자들의 잦은 사역지 이동도 문제이다. 사역이 형성될 쯤 사역지를 이동하게 된다. 교회학교 사역자가 5년 이상 사역하는 것이 어렵다. 또 유능한 사역자들은 성인 사역으로 차출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교회학교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골든 타임?’ 아니면, ‘데드 라인’
최 목사는 “앞으로 6년이 교회학교와 청소년 사역의 골든타임”이라고 주장한다. 그 이유에 대해 “서울의 서초동 같은 경우는 한 반에 기독교인이 1명 정도가 있더라. 하나님도, 목사님도 누군지도 모른다”며 걱정을 털어 놓았다.
과천시의 공공 통계 자료에 따르면, 과천시는 유치원 생이 300명이라고 한다. 중학교 1, 2학년에는 평균 기독교인이 1명이라고 한다. 최 목사는 “과천시에 이 유치원생들이 복음을 듣지 못하고 6년 후 중학생이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들은 모종이다. 6년 뒤에는 심고 싶어도 모종이 없어진다”며 “요셉은 풍년 7년 동안에 흉년 7년을 미리 대비했다. 흉년이 되면 이걸 시도할 수조차 없다”고 경고했다.
교회학교 전문 사역자 양성 절실
박사 학위가 없는 최새롬 목사는 지금 백석대, 성결대, 서울성경신학대 등에서 ‘학원복음화 사역자 양성 과정’을 개설하여 신대원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는 획일화된 목회 모델을 넘어 참여하는 학생들이 직접 현장에 투입되어 학생들을 전도하고 모임을 이끄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또한, 최 목사의 한 강의를 들은 한 신학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고 한다.
이는 최 목사가 추구하는 사역을 한국교회와 공유하려는 시도이다. 이 과정에서는 유명한 강사뿐만 아니라, 이 모델을 직접 학교와 교계에 적용해 현장에서 체험한 사역자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목사 뿐만 아니라 학교의 교사들도 강사로 나와 여러 간증을 전하고 있다.
최 목사는 오륜교회 담임 주경훈 목사의 말을 언급하며 “교회가 너무 좋은 자원들이 많은데, 믿지 않는 자들과 접촉점이 없다”고 말한다. 그는 “믿는 자들은 너무 풍요로운데, 믿지 않는 자들에게 흘러갈 채널이 너무 없다. 그렇다 보니, 교회가 서로 경쟁할 생각만 한다. 영상을 잘 만들거나, 찬양팀이 좋거나, 시설이 더 좋거나 하는 부분에 치중하는 것이 있다”며 앞서 언급한 ‘획일화된 교회 모델’과 ‘역기능적 교회 생태계’를 한 번 더 지적했다.
‘왕 돈까스를 한 번에 두 덩이 먹는 보육원 아이’
‘인상 깊은 사역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최새롬 목사는 보육원에서 만난 아이들을 언급했다. 그는 “성인 1명이 먹기도 많은 왕 돈까스를 한 번에 두 덩이씩 먹더라. 또, 언제 먹을지 모르는 불안한 심리에서 온 것 같다”며 “사역 가운데 다양한 학교를 둘러보며 느낀 것은 서울 강남의 아이들은 유학 갈 고민을 하고, 어떤 아이는 성인이 되기 전에 보육원에서 나가면 무엇을 할 지를 고민하더라.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 자해하는 아이들 너무 많다. 사실 셀 수 없이 많은 경우를 봤다. 그런데 예수 이름이 그들을 살린다. 제발 다른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지 마라. 오직 예수 이름만이 능력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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