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는 목회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대한 목회자들의 답변 비율
“귀하는 목회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자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물음에 대한 목회자들의 답변 비율 ©목회데이터연구소

지난해 12월 18일 전북 익산에 거주하던 목회자 A씨 일가족이 숨진 채 발견됐다. 2018년부터 전북 익산에서 평일엔 카페를 운영하고 주일엔 예배당으로 활용하는 ‘카페 목회’를 해온 A씨. 익산경찰서에 따르면 그는 과도한 채무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목회자들의 생계 지원을 위해 교계 차원에서 무이자 대출을 해주는 ‘선교은행’ 개념의 플랫폼 구축을 제안한다.

코로나19 이전까지 A씨는 카페 목회 등 다양한 목회로 독거노인 난방비 지원 등 지역사회 소외 이웃을 섬기던 명망있는 목회자였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부터 A씨의 목회는 명암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A씨가 운영하던 카페에 손님들 발길이 뜸해지면서 그가 남긴 블로그 기록에 따르면, 2020년 11월 28일 한 잔의 음료도 팔지 못할 정도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대비 매출은 급감했다.

그는 이러한 위기를 돌파하고자 2021년 말 당시 빌린 대출금 8천여 만 원을 갚지 못한 상태에서 제2금융권에서 아파트를 담보로 5천여 만 원을 추가로 빌렸다. 그리고 2023년 10월 전북 전주에서 새로운 카페를 개업했다. 하지만, 익산·전주 카페엔 전기요금과 관리비 등이 몇달 간 체납됐을 만큼 운영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지난해 12월 18일 A씨 일가족 4명은 자신들이 거주하던 전북 익산시 발봉동의 한 아파트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러한 비극적 사례는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정도로 생계적 어려움을 겪는 목회자들에게 정신적 보살핌을 넘어 경제적 지원이 필요함을 방증한다.

목회데이터연구소(대표 지용근)가 지난 2021년 6월 10일부터 7월 1일까지 예장 통합·합동·횃불회 소속 목회자 6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목회자들(47.7%)은 사례비를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또 이 설문기관이 지난해 9월 25일부터 10월 8일까지 목회자 675명을 상대로 설문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26%는 목회자 스스로가 목숨을 끊는, 극단 선택에 대해 ‘그럴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는 경제적 요인을 변수로 설정하지 않은 통계이나, A씨 사례에 비춰볼 때 생계적 어려움이 목회자의 자살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교회와 무이자 대출을 하는 사단법인 간의 업무협약(MOU) 사례도 있어 눈길을 끈다.

한우리교회 더불어사는사람들 MOU
 ©기독일보DB

지난해 12월 27일 경기도 수원시 소재 한우리교회(담임 이정우 목사)는 사단법인 ‘더불어사는사람들’(대표 이창호)과 지역사회의 저소득층 금융문제를 해결하고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한우리교회가 지역사회 최저 신용자를 선발하고 기금을 기탁하면, ‘더불어사는사람들’이 이를 위탁·운용해 무이자 대출로 긴급 재정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우리교회는 매년 1천만원씩 향후 10년 동안 ‘더불어사는사람들’에 지속 후원할 계획을 세웠다.

2011년 창립돼 2012년부터 대출을 시작한 ‘더불어사는사람들’은 신용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이 단체는 현재 누적 대출자 1,900명이 매달 일정액 저축한 적립금과 기타 개인·기업체 후원금을 재원삼아 1인당 최대한도 3백만 원까지 무이자로 대출해주고 있다. 지난해 대출 1,200건에서 대출액 6억 6천만 원 중 상환액은 6억 원으로, 상환률은 약 90%에 이른다. 특히 이 단체는 온누리교회(담임 이재훈 목사)와 맺은 업무협약을 통해 교회 및 지역사회 소회계층 6명에게 1,600만 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기도 했다. 또 소상공인에 한해 시중은행보다 낮은 3% 저금리로 최대 7천만 원까지 대출을 진행하고 있다.

더불어사는사람들 이창호 상임대표는 “은행처럼 신용조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신용자들의 절박한 사연이 대출 기준이고, 잘 갚겠다는 의지와 신뢰가 담보”라며 “그들의 믿음을 담보로 믿음의 선순환을 이뤄 신용사회를 이루고 싶다”고 했다.

이어 “교회에서 직접 이러한 무이자 대출을 하기 어렵다면, 간접적으로 우리를 통해서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위 사례처럼 생계적 어려움으로 인해 목회자들이 극단 선택에 이르지 않도록, 생계 지원 및 다양한 목회 활로를 뚫어주기 위한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황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전 한국기독경제학회 회장)는 “레위기 신명기 등 성경 곳곳엔 생계에 허덕이는 이웃을 위해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라는 얘기가 있다”며 “목회의 본질을 유지하려는 생계형 이중직 목회자들에 한해 무이자 대출은 용인될 수 있고, 머리를 맞대 심도있게 논의해볼 사안”이라고 했다.

다만 “부채 경제로 시작해 이익 창출의 여건을 목회자들에게 만들어주자는 차원의 무이자 대출 플랫폼 구상은 반대한다”며 “빚을 지면서까지 이중직 목회를 하는 것은 본말전도로서, 복음전파의 사명을 흐릴 수 있다”고 했다.

조성돈 실천신대 교수는 “교단들이 이중직 논의를 양성화해야, 목회자들이 이중직 관련 목회 사업에 대한 컨설팅을 문의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교단 차원에서 각종 지원책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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