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문화)가 10일 복음과도시 홈페이지에 ‘더 깊이 들어가야 길을 잃지 않는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김 교수는 “종교에 따라 신앙생활을 하는 이유는 각기 다르다. 우선 한국의 3대 종교인 개신교, 불교, 천주교 모두에서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응답이 가장 높다. 이는 우리 기독교도 마찬가지”라며 “지난 2023년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마음의 평안을 신앙생활의 이유로 꼽은 개신교인들은 42퍼센트로 나왔는데, 이전 조사들(2017년, 2012년)의 37~38퍼센트에 비해서 유의미하게 높아진 수치”라고 했다.
이어 “반면 구원과 영생을 위해서 신앙생활을 한다는 개신교인들은 42.5퍼센트에서 35.9퍼센트로 많이 떨어졌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신도들과의 친교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종전의 1퍼센트대에서 2023년 조사에서는 6.5퍼센트로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사회적 교제를 위해서 종교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조짐이지만, 이는 그만큼 현대인의 외로움을 반영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구원과 영생이라는 신앙의 핵심적 목표보다는 주관적이고 내면적인 마음의 평안을 위해 신앙생활을 한다는 응답이 더욱 높아진 것은 우리 교회의 현주소를 점검하게 한다”며 “그런데 다른 종교들과 비교하면 그나마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 정체성과 귀속성은 더욱 강한 편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선교한국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우선, 기독교가 여전히 다른 종교들에 비해서, 신앙의 목적, 교리에 대한 믿음, 신앙의 활동성에 있어서 더욱 적극적이라는 점은 청신호”라며 “한국 교회가 아무리 대외적 신뢰도와 이미지가 낮다고 하지만, 교인들이 무기력하거나 퇴조된 신앙생활에 빠져있는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그리스도인이 설령 습관적이라 할지라도 규칙적으로 신앙생활을 하며 인생에서 신앙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 점은 한국 기독교의 자산”이라며 “타종교와 비교되는 부정적 이미지로 교회가 위축될 필요까진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신앙의 잠재적 활동성을 담아내고 분발시킬 신앙의 방향과 공동체가 정립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 기독교의 상대적으로 견고한 신앙 정체성과 귀속성이라는 자산을 어떠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하는가”라며 “최근 선교적 교회 운동에 가장 큰 영감을 준 고 레슬리 뉴비긴이 서구 기독교의 쇠퇴 원인으로 지목한 것은 신앙의 역사성과 공공성을 잊어버리고 복음에 대한 고유한 자신감을 상실했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오늘날도 기독교 신앙의 효력이 내면에 위로와 평안을 주는 용도로, 또는 개인의 문제 해결, 혹은 기껏해야 죽음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에 정신 승리를 제공하는 내세주의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이처럼 개인적인 효용성에 머무는 복음은 온전한 변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그러한 신앙이 세대에서 세대로 지속가능할 수 없음은 서구 기독교의 쇠퇴가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상대적으로 강한 신앙적 정체성과 귀속성은 그 자체로 선교한국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산이다. 그러나 이 신앙의 성격이 더욱 역사적이고, 공공적이어야 하며, 특정 이데올로기나 문화적 패러다임에 끌려다니지 않는 하나님 나라의 초월성을 지녀야 한다”며 “유한한 인간은 더 큰 세계와 이야기 안에서 비로소 존재와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 그 큰 이야기는 오직 역사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안에서만 발견된다. 신앙의 지경을 넓히는 과제는 선교한국을 위한 가장 근본적인 기초 작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한국 기독교의 부흥과 회복은 대외적 이미지를 재고하고 외형적 신뢰를 얻기 위한 제스처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오히려 복음의 하드코어로 더 깊이 들어가서 전인격과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복음적 갱신을 통해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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