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팬데믹, 교회의 건강성 시험당한 기간
말씀에 뿌리 내린 이들은 교회로 돌아왔지만…
AI 발달해도 하나님 주신 인간 창조성은 유지
저출산, ‘생육·번성’ 강조 못한 교회의 책임도
애즈베리, 우리 안에 있는 ‘부흥 갈망’ 건드려
이동원 목사는 지난 1993년 지구촌교회를 개척해 2010년 12월, 65세의 나이로 이 교회에서 조기 은퇴했다. 그 사이 지구촌교회는 대형교회로 성장했고, 이 목사 역시 故 옥한흠·하용조 목사, 홍정길 목사와 함께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리며 한국을 대표하는 목회자가 됐다. 은퇴 이후에도 그는 국내외를 누비며 여전히 활발히 사역하고 있다. “은퇴는 영어로 ‘리-타이어’(re-tire), 즉 바퀴를 갈아 끼운다는 뜻”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듯, 바쁜 날들을 보내는 그와 2023년의 끝에서 마주했다.
-2024년 새해를 맞게 된 소감이 어떠신가요?
“무거운 마음이랄까. 왜냐하면 2023년도의 국제적인 현실, 또 한국교회가 직면한 여러 가지 상황 때문입니다. 그런 걸 봤을 때 많은 숙제를 갖고 맞는 해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2023년은 목사님 개인적으로 어떤 한해셨나요?
“제가 은퇴한 사람이지만 2023년에 개인적으로 굉장히 바빴습니다. 국내 여러 곳에서, 또 해외에서도 집회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분주했던 한해였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세계와 한국교회가 굉장히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는 해였기 때문에 저도 제게 주어진 사명을 다하려고 애를 쓰면서도 교회들과 더불어 무척 힘들었던 한해를 보내지 않았나 합니다.”
-지난 3년여 간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한국교회에 커다란 어려움이었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어떻게 돌아보십니까?
“지구상에 있는 그리스도인의 교회가 시험을 경험한 기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교회가 그 동안 얼마나 건강하게 성장해 왔는지를 테스트 당한 기간이었다고 봐요.”
-코로나 상황이 끝나고 한국교회 현장예배도 정상화 되었지만, 출석 교인의 수는 코로나 이전의 70~80% 수준이라고 이야기 합니다.
“말씀에 뿌리를 내리고 또 예배가 삶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은 제대로 돌아왔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은 결국 돌아오지 못한 것이죠. 예수님의 씨 뿌리는 비유에서처럼, 길가라든지 돌밭에 씨가 뿌려진 탓이 아닐까요. 그렇게 주님으로부터 멀어진 이들이 상당히 많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들 중에는 소위 ‘가나안’(신앙은 있지만 교회에 다니지 않는 것을 의미-편집자 주) 형태로 온라인 예배를 드리면서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공예배의 중요성을 안다면 그럴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신앙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이들이 결국 교회로 돌아오지 못한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새해, 한국교회의 회복을 위해 제안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신가요?
“종교개혁자들도 그런 구호를 내걸었지만, ‘근본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의 ‘아드 폰테스(Ad Fontes)’를 강조하고 싶습니다. 지금이야 말로 우리가 근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입니다. 특별히 새로운 프로그램을 한다고 해서 회복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기독교의 기초 영성이라는 건 두 가지인데, 말씀과 기도입니다. 한국교회가 다시 말씀과 기도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말씀과 기도가 한국 그리스도인들의 마음에서 회복된다면 한국교회는 회복될 것입니다.”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의 발전에 한국교회도 큰 관심을 가졌습니다.
“아직은 그것이 목회 현장에까지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나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해요. 우리가 얼마나 기계에 의존할 것인가, 그리고 그 가운데 우리의 인간됨을 얼마나 잘 지켜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인공지능이 발전할수록,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고유한 하나님의 형상을 얼마나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느냐 하는 인간 성숙의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다루는 것도 결국은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으로서 최후의 인간됨을 지켜나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도 인간의 자유와 책임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달해도 하나님이 인간에게 주신 고유한 창조성의 영역은 남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저출산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제적 발전과 번영의 부산물인 안락함 속에 우리가 쉽게 안주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제 고생은 싫다, 고통은 회피하려고 하고…. 저출산은 이런 가운데서 생긴 민족적인 숙제가 아닐까요. 그런데 여기에는 기독교인의 책임, 교회의 책임도 상당하다고 봅니다. 저 같은 설교자도 회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성경은 이미 해답을 주었습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명령이죠. 이걸 충분히 설교하지 않았던 겁니다. 자녀를 낳는 것도 하나님께서 주신 창조의 명령인데, 이걸 충분히 강조하지 못했습니다. 그레이트 커미션(Great Commission)이라는 전도의 명령 이전에 이미 창조의 명령으로서 하나님은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하셨어요. 전도의 명령과 창조의 명령, 이 두 가지는 함께 가야합니다. 전도하는 만큼 생육하고 번성해야 하는 거죠. 저출산은 이걸 강조하지 못한 우리에게도 책임이 있는 겁니다.
결혼을 앞둔 커플이 제게 주례를 요청하면, 저는 아이를 둘 이상 낳을 것인지 물어봅니다. 그 약속을 하지 않으면 주례를 안 할 거라고 해요(웃음).“
-미국 애즈베리대학교에서의 대각성이 한국교회에도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국교회가 최근 숫자적인 면에서 성장하지 못했고, 질적인 면에서도 성숙하지 못했습니다. 지나간 거의 10년 간 영적 침체기를 겪어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에 부흥에 대한 갈망이 생겼습니다. 애즈베리 부흥은 우리의 그 갈망을 만진 것입니다. 부흥에 대한 사모함을 일깨워준 것이죠. ‘아, 우리도 부흥하고 싶다!’.
그런데 저는 이번 애즈베리 부흥을 교회사적 부흥으로는 보지 않습니다. 부흥의 작은 촛불 정도로는 인정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될 것 같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한국교회에 있었던 평양 대부흥이나, 영국에서 있었던 웨일즈 부흥 같은 그런 범주에 속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이것은 애즈베리대학교와 그것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에겐 부흥에 대한 갈망을 심었지만, 미국교회 전체로 퍼진 건 아니었습니다. 한국교회 역시 그것으로 인해 부흥을 경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교회사적 부흥은 아닌 것입니다. 다만 작은 부흥을 사모하는 갈망의 불꽃같은 것이었다고 봅니다. 그런 대로 의미는 있었습니다. 한 학교에서 일어난 운동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있는, 부흥이라는 단추를 건드려준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계속)
이동원 목사는
미국 윌리암틴데일대학교(William Tyndale College, 성서신학사)와 사우스이스턴 침례신학대학원(Southeastern Baptist Seminary, M.Div.)을 졸업하고 트리니티 복음주의신학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에서 선교신학 박사학위(D. Miss.)를, 리버티침례신학교(Liberty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명예신학 박사학위(D.D)를 각각 취득했다.
1993년 지금의 지구촌교회를 개척해 2010년 은퇴하고 이 교회 원로목사가 됐다. KOSTA 국제 이사장과 OM 한국훈련원 원장 및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지구촌 목회리더십센터 대표를 맡고 있다. 미드웨스턴침례신학교 ‘스펄전 Fellow 상’과 트리니티신학교 ‘자랑스런 동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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