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교회법학회(회장 서헌제 교수)가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소재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 북미션센터 국제회의실에서 ‘교회 부교역자의 지위와 역할’이라는 주제로 제32회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위형윤 교수(학회 이사)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서헌제 교수(중앙대 명예교수, (사)한국교회법학회 회장, 개신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가 ‘부교역자, 사역자인가 근로자인가? - 법원판결과 표준계약을 중심으로’ ▲진지훈 목사(제기동교회 담임, 개신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 총신대 신학대학원 강사)가 ‘부교역자의 교회법상의 지위와 성경적 모델’ ▲서승룡 목사(한국실천신학회장, 새전주중앙교회 담임)가 ‘목회현장에서의 부교역자의 역할과 계발’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교회와 부목사간의 관계 설정, 법치주의 정신 중요
먼저, 발제를 한 서헌제 교수는 “교회에는 대표자인 담임목사 외에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가 담임목사를 보좌하여 목회사역을 수행하는데 이들 부교역자의 법적 지위가 사역자인가 아니면 근로자인가 하는 점이 특히 문제된다”며 “최근 교회 전도사에게 근로기준법상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임목사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판결이 나와서 교계의 큰 관심을 끌었고, 얼마 전에는 교회법에 따른 재청빙을 받지 못한 부목사가 근로기준법상 부당해고를 이유로 교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판결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여러 소송 사례에서 법원의 판단 기준은 첫째, 부교역자가 하는 사역이 담임목사의 지휘·감독을 받는 종속적 관계에 있는지 아니면 자신의 신앙에 따라 헌신하는지, 둘째로 부교역자에게 지급되는 사례비가 생활보조비인지 아니면 사역의 대가로 받는 임금에 해당하는지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고 했다.
서 교수는 “부교역자를 어떤 지위로 채용(청빙)할지는 교회의 재정 상태나 부교역자의 의사에 따라야 한다. 그러나 부교역자는 하나님께 헌신을 다짐하고 교인의 영적 지도자인 목회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근로자가 아닌 사역자로 채용(청빙)하고 대우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서는 민법상 위임계약의 하나인 ‘사역계약서’, 또는 ‘청빙계약서’ 형식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계약서에는 부목사가 담임목사를 보좌하고 협력하여 목회활동을 주로 한다는 점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부교역자, 특히 부목사에게 교회 내에서 목회자로서의 위상을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담임목사의 종속적 관계에서는 부교역자의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헌신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교회와 부목사간의 관계 설정은 교회와 부목사들의 선택에 맡기되 교회법학회에서 제시한 표준계약서를 참조해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서에 명시된 내용을 양측이 준수하는 법치주의 정신이 중요하다. 그렇게 되면 부목사의 지위가 보장되고 목회자들이 더 이상 가이사의 법정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는 불행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성경 속 사울과 다윗의 관계로 보는 동역 방식
이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진지훈 목사는 “‘부교역자’라고 부르는 호칭은 교회법 상에서 공식적으로 존재하는 명칭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담임목사를 보좌하여 교회의 사무를 돕는 사역자들을 통칭하여 일컫는 말”이라며 “현행 교회법에서 규정하는 부교역자의 지위를 보면 교회 공동체 일원으로서 봉사의 직을 감당하는 사람이라고 보기보다는 교회 공동체의 필요를 따라 유급 직원으로 고용한 고용인의 형태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최근 이어진 세속 법정에서 부교역자들을 사역자가 아니라 근로자로 평가한 것은 교회법 상으로 보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며 “교회가 부교역자들을 근로자로 취급하지 않고 또 세상에서도 부교역자들이 근로자가 아니라 사역자로서 평가하게 하려면 현행 교회법을 수정하여 부교역자들을 교회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자율적으로 사역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보완·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진 목사는 “부목사의 경우 담임목사나 당회가 고용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성도들에 의해서 공동의회의 결의로 청빙하는 과정을 거치게 한다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담임목사나 장로와 같이 교인들의 대표성을 인정받아 당회원이 되고, 당회의 결의에 따라서 사역을 해 나간다면 담임목사나 당회에 종속되어 사역하는 근로자가 아니라 당회 안에서 협의의 당사자가 됨으로써 사역자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전도사를 비롯한 다른 사역자들의 경우, 제도적 보완을 통해 사역자로서 인정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유급 직원으로 꼭 필요한 업무만 의무로 부과하고 나머지 교회 안에서 개인적인 신앙생활의 영역은 완전히 본인의 자율의 맡기는 것이 맞다”며 “하지만 교회는 전도사들이 유급직원으로서 일할지라도 담임목사는 그들을 동역자로서 인격적으로 대우해 주어야 하고, 성도들은 그들을 사역자로서 존중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전도사들이 사역자로서 스스로 자존감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성경에 나오는 모세와 아론의 동역방식, 모세가 세운 천부장에서 십부장까지의 방백들, 모세와 여호수아와의 관계 등은 좋은 동역의 모델로 모범을 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울과 다윗의 관계 속에서 다윗의 모델은 부교역자로서 모범된 모델이라 할 수 있지만, 사울의 모델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동역의 모델”이라고 했다.
◆ 부교역자, 하나님의 부름 받은 사명자
이어 마지막 발제를 맡은 서승룡 목사는 “한국교회에서 리더십은 리더인 담임목사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한때는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십이 흔히 성공이라고 말하는 ‘교회성장’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며 “이제는 교회에서 리더십의 변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의 부교역자에 대한 문제를 다루려면 먼저 담임목사의 인식이 변해야 한다”며 “담임목사가 80년대와 90년대의 상황인식을 가지고 목회를 하면서, 부교역자에 대한 인식을 한다면 부교역자와 갈등이 유발된다. 담임목사는 시대적 교회 현실과 부교역자에 대한 현실 인식에 민감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교회에서 교인들의 부교역자에 대한 인식도 변화되어야 한다”며 “교인들은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차별이 심하다. 담임목사에겐 존중하며 예의를 갖추다가도 부교역자에게는 마치 회사 하급 직원을 대하듯 한다. 이런 이유로 부교역자가 자존감을 잃어버리게 된다”고 했다.
서 목사는 “지금의 교회 상황은 부교역자의 위치가 매우 불안정하고 열악하다. 이런 이유로 상처받고 포기하여 도망칠 것이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부교역자의 사역을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스스로 갱신해야 한다”며 “부교역자는 자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담임목사의 헬퍼로서 담임목사와 교회를 세우는 데 공헌을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부교역자에 관한 문제는 먼저 법적인 규정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부교역자에 대한 호칭, 임기, 사역, 처우에 관한 법적 보장이 되어야 한다. 법으로 강제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며 “부교역자가 계륵 같은 존재가 아니라 교회에서 꼭 필요한 사역자로 주신 소명을 감당해야 한다. 부교역자는 자신의 사명을 분명히 하여 목회 사역이 행복해야 한다. 부교역자도 하나님의 부름을 받은 사명자”라고 강조했다.
세미나는 이후 명재진 교수(학회 편집위원장)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백현기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김상백 교수(순복음대학원대학교)·송준영 목사(성석교회)·박상흠 변호사(법무법인우리들) 등이 참여한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순서가 진행되었다. 이어서 김석금 목사(GGU 부총장)가 ‘AI를 활용한 목회(쳇Gpt와 미드저니)’라는 주제의 특강과 윤리교육이 진행되었으며, 김정부 목사(학회 이사, 찬송하는교회)의 폐회기도로 모든 일정을 마쳤다.
한편, 앞서 개회예배는 황영복 목사(학회 상임이사)의 인도로, 김배박 목사(학회 서울지회장, 희락교회)의 기도, 이정익 목사(학회 대표회장, 신촌성결교회 원로)의 설교, 김병덕 목사(상현교회, 학회 직전상임이사)의 개회사, 주연종 목사(사랑의교회)의 축사, 전주남 목사(새서울교회, 학회 명예이사장)의 환영사, KMS(한국어머니합창단)의 특별찬양 순으로 진행됐다.
‘목회서설’(딤전 4:1~16)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한 이정익 목사는 “사도바울은 디모데에게 정직하고 충직하게 전심전력으로 사역하기를 가르쳤다”며 “사도바울과 디모데가 대표되는 좋은 관계라면 반면에 최악의 관계는 사울과 다윗의 관계이다. 사울과 다윗의 관계를 통해 지도자라고 다 지도자가 아니며, 목회자라고 다 존경받는 목회자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오늘 세미나를 통해 담임 목회자들이 사도바울과 같이 책임감을 느낄 수 있다면 성공적인 세미나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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