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 출석하는 교인들 10명 중 4명은 ‘명목상 교인’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목회데이터연구소(이하 연구소)가 지앤컴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6월 2일부터 8일까지 만 19세 이상 개신교인 교회 출석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연구소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연동교회에서 ‘한국교회 명목상 교인 실태 조사’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명목상 교인’의 정의는 세 가지 영역(신앙 활동, 정체성, 신념)에서 질문을 하고 그 응답을 바탕으로 내렸다. 즉, △교회에서 예배 외 다른 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 △성경 읽기와 기도를 거의 안 한다 △스스로 기독교인이 아니라고 여긴다 △구원의 확신이 없다는 등으로 답한 경우다. 그 비율이 39.5%였다.
‘명목상 교인’은 20대 연령대, 미혼, 직분이 낮은 성도, 겨인 수 100~499명의 중형교회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였다.
◆왜 믿나=기독교를 믿는 목적에 대해 ‘명목상 교인들’ 중 가장 많은 47.8%가 ‘마음의 평안’을 꼽았다. 이어 ‘구원과 영생을 얻기 위함’ 20.9%, ‘복음을 전하기 위함’ 5.9%,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함’ 5.5% 등이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명목상 교인이 아닌 자들’ 중에선 ‘구원과 영생을 얻기 위함’이 3명 중 2명(66.1%)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하나님 나라를 세우기 위함’(24.4%)이었다. ‘마음의 평안’을 꼽은 이들는 없었다.
◆구원의 유일성=특히 ‘기독교 외 타 종교에 구원이 없다’에는 ‘명목상 교인’ 10명 중 4명(38.3%)만 ‘그렇다’고 응답해 나머지 10명 중 6명은 ‘기독교에만 구원이 있다’는 신앙적 명제에 대해 확신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명목상 교인이 아닌 이들’의 대부분(92.1%)은 기독교 외 다른 종교에는 구원이 없다고 생각했다.
◆교회 선택 이유=또 현재 교회를 선택한 이유로 ‘명목상 교인’은 ‘가족이 다닌다’(25.0.%)가 가장 큰 이유였고, 다음으로 ‘거리가 가깝다’(20.6%), ‘목회자/설교 내용이 좋다’(14.2%) 등의 순이었다. ‘명목상 교인이 아닌 이들’에게는 ‘목회자/설교 내용이 좋다’가 29.9%로 압도적 1위였다.
◆출석 빈도=‘명목상 교인들’ 중 매주 교회에 출석한다는 비율은 49.1%였고, 한 달에 2~3번은 25.2%였다. ‘명목상 교인이 아닌 이들’의 경우 매주 참석률은 86.5%였다.
◆성경 읽기=성경을 읽는 시간은 ‘명목상 교인’의 경우 ‘거의 안 읽는다’가 44.1%로 가장 높았고, ‘매일’은 7.7%로 가장 낮았다. 반면 ‘비명목상 교인’은 ‘가끔’이 37.7%로 가장 높았고, 이어 ‘매일’ 28.4%, ‘자주’ 21.8% 순으로 응답해 명목상 교인과 대조적이었다.
◆기도=기도 시간은 ‘명목상 교인’은 ‘가끔, 필요할 때만’이 39.1%로 가장 높았고, 이어 ‘자주, 생각날 때마다’ 24.7%, ‘거의 안 한다’ 21.9% 순이었다. 연구소는 “‘명목상 교인’ 5명 중 1명 이상은 평소 기도 생활을 안 하고 있었고, ‘필요할 때만’ 기도하는 비율이 비명목상 교인의 2배 가까이 높은 점이 특징”이라고 했다.
◆교회 활동=교회에서 예배 외 다른 활동 참여 여부는 ‘명목상 교인’의 35.7%, ‘비명목상 교인’의 76.2%가 ‘참여한다’고 응답해 명목상 교인의 예배 외 다른 활동 참여율이 비명목상 교인의 그것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헌금=월평균 헌금액은 ‘명목상 교인’ 13.6만 원, ‘비명목상 교인’ 24.1만 원으로 조사됐다. 십일조를 하고 있다는 비율은 ‘명목상 교인’이 44.4%, ‘비명목상 교인’이 76.4%였다.
“회심과 양육 사역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대상”
연구소는 “명목상 교인(Nominal Christians)은 정기적으로, 혹은 간헐적으로라도 교회에 다니지만, 신앙생활에 대한 진지하거나 절실한 의지는 거의 없는 교인들을 말한다”며 “문화적 기독교인, 관념적(notional) 기독교인, 잃어버린 기독교인(missing Christians)으로도 불리며, 진정한 기독교인, 실천적인 기독교인과 대조된다”고 했다.
이어 “명목상 교인은 교회에 대한 귀속감은 있으나, 신앙의 강도는 약한 이들”이라며 “이들은 교회의 회심과 양육 사역에서 고려해야 할 중요한 대상이며, 교회 내에 있거나 교인들과의 연결고리가 있기 때문에 불신자나 가나안성도에 비해서 접근에 용이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연구한 김선일 교수(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 문화)는 “명목상 기독교는 탈기독교세계(post-Christendom)에 접어든 서구교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기독교가 전래되고 여러 세대가 흐른 한국의 상황에서도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복음이 전파되고 교회가 세워지는 곳마다 시간이 흐를수록 명목상 기독교의 과제와 마주하게 된다”며 ”명목상 교인은 점점 교회를 떠나거나 신앙을 잃는 상태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교회 내의 선교적 대상이기도 하다”고 했다.
명목상 교인을 위한 사역 방향은?
이번 조사 과정에서 명목상 교인들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한 이정나 씨(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선교와 문화 박사과정)는 ‘명목상 교인을 위한 사역 방향’으로 △눈높이에 맞는 복음 양육 △소속감을 주는 환대적 소그룹 △세심한 목회적 돌봄 △교회 안의 방해 시스템 점검을 제시했다.
이 씨는 “어떤 명목상 교인들은 기독교인이 되는 입문의 과정에 멈추어 있거나, 믿음의 영역, 신념의 영역, 교회참여에 멈추어 있을 수도 있다. 또는 영적인 경건생활에 멈춘 사람일 수도 있다. 그 외 다양한 모습으로 명목상 교인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신자들이 교회에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우리가 명목상 교인에 대하여 기준을 세우고 분류하고 정의하려는 이유는 엄격한 잣대로 그들을 판단하려는 의도가 아닌 순전한 신자로 인도하고 돕기 위한 시작이 되기 위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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