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거주 이주민이 250만을 넘어서면서 우리 사회도 이전보다 다양한 문화와 가치관이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주민이 국가 인구의 5%에 이르면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고 보는데 2023년 10월 기준 대한민국 인구는 5,135만으로, 이주민 비율이 인구의 5%에 근접하고 있다. 서로의 문화와 가치관에 대한 이해와 존중, 협력을 바탕으로 바람직한 사회통합 방향에 대한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시점에 ‘2023년 글로벌엘림 다문화컨퍼런스’가 14일 여의도순복음교회 세계선교센터에서 열렸다.
(재)글로벌엘림재단이 주최하고 엘림다문화센터가 주관한 이번 컨퍼런스는 ‘다문화 사회에서의 포용과 협력(다양성의 가치와 공존의 길)’을 주제로 분야별 전문가를 초청하여 의견을 청취하고, 이슈&사례 발표, 질의응답 등을 통해 다양성의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재)글로벌엘림재단 권일두 상임이사는 서면으로 전한 환영사에서 “요즘 우리 한국 사회는 다문화화 되면서 서로 다른 화와 가치관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자의 문화와 가치관을 존중하면서 열린 마음으로 사회통합을 이루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 이 다문화 컨퍼런스를 통해 다문화 사회에서의 포용과 협력, 다양성의 가치와 공존에 대해 함께 고민해 보는 것은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글로벌엘림재단은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주민들이 한국에 잘 정착하고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루어 가는데 계속해서 다양한 접근과 따뜻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여한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은 “저는 저보다 10살 많은 선배들이 과거 중동에 나갔을 때의 고초들, 또 그전에 독일 간호사와 탄광노동자, 벌목공으로 나간 선배들을 생각하면 우리 사회가 이제 다문화 가족들을 따뜻하게 포용하고 함께 가야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다”며 “오늘 컨퍼런스를 통해 다문화 관련 법안을 활용한 다문화 정책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모아주시면, 입법할 수 있는 부분을 준비하겠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가 포용하고 함께 살 수 있는 사회로 전진하면 좋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사회를 맡은 엘림다문화센터 이병인 센터장은 개회 선언 및 주제 발표에서 “이번 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에는 우리 국민의 다문화 및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낮다는 데서부터 출발한다”며 “2021년 발표된 ‘다문화수용성 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의 다문화 수용성은 갈수록 상승하고 있지만, 성인들의 다문화 수용성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청소년과 대조적으로 성인들은 고정관념 및 차별과 거부 등 정서 측면의 수용성이 높고, 그 뒤를 이어 세계 시민 행동 의지도 높은 편인 반면, 교류 행동 의지는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문화 사회에서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 있어 하나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고 말하고 “이제 250만 다문화인 시대를 맞이하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들을 포용하고, 또 어떻게 이들과 협력할 것인지 다양성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이 다문화 컨퍼런스를 준비하게 됐다”고 밝혔다. 글로벌엘림재단 구영아 사무국장의 환영사 및 재단 소개 후 재단 홍보 영상 시청 순서가 진행됐다.
발제는 한국청소년행복나눔 이사장 문용선 박사, 인하대 이민다문화학과 겸임교수 채보근 박사, 명지대 산업대학원 이민다문화학 국제교류경영 전공주임교수 정지윤 박사, 한국이주민선교연합회(KIMA) 대표 문창선 선교사가 전하고, 이슈&사례로 라파엘클리닉 남명부 국장, 고양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임유진 센터장, 필리핀 마르나타신대원 정재용 박사가 각각 발표했다.
문용선 박사는 ‘외국인 국내 거주에 대한 법률적 문제와 제안’에서 2004년부터 고용허가제가 시작된 배경과 목적, 득과 실 등을 전하면서 현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박사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노동 수요가 채워짐으로 말미암아 기업이 활성화되지만, 그 반대로 권리나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차별이 생기면서 노동관계법과 사회보험 미적용 사례가 점차 많아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E7-4의 분기별 쿼트가 170여 명에 불과해 연 6만 명에 달하는 고용허가제 쿼트에 비해 매우 적고, 사업장 변경 제한은 미등록 체류자를 양산하게 된다”며 법 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문용선 박사는 특히 “고용허가제의 현황에 따른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장 변경 제한이며,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강제노동금지협약에서 보장하는 정당한 임금, 고용 안정, 안전한 노동환경 보장, 공정한 기회 보장, 노동자 본인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국가와 기업은 보장해야 한다”면서 김주영 의원에 관련 정책 제안서를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채보근 박사(전 한국이민재단 본부장, 어울림이끌림 사회적협동조합 운영위원)는 ‘외국인 간병인력 수용제도 도입에 관한 연구’에서 한국의 간병인력제도 및 교육 현황을 분석하고 해외의 간병인력제도를 소개한 후 “제도적 측면에서 한국사회 간병인력에 대한 인식과 처우가 열악하고, 과거와 달리 여성의 사회 진출과 노인 부양에 대한 인식 변화로 간병인력의 상품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채 박사는 이날 “법적 규정 측면에서 간병인력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있음에도 노동에 대한 법적 지위와 노동력 보장이 부재한 상황이고, 교육적 측면에서 간병인력에 대한 교육 지침이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공식적인 규정을 강화하고 현장별 지침을 일원화하여 간병인 업무에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뿐 아니라 “한국사회는 산업화, 고령화로 돌봄노동의 필요성은 증가하나 내국인의 간병업무에 대한 기피현상을 증가하고 있어 간병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대체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보근 박사는 대체인력으로 외국인 간병인력 도입을 위한 제안으로 “①비자자격이나 거주자격에 대한 제도적인 규정을 확보하고 ②교육과정의 현실화로, 입국 전과 입국 후 업무에 재직 중에도 외국인 간병인력의 교육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③외국인 간병인력은 한국어 토픽 3급 이상을 가진 자로 규정하고 이주를 허용해야 하며, 본국에서 간호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수용하고 ④외국인 간병인력에 대한 관리 주체를 일원화하여, 법무부 조기적응프로그램과 사회통합프로그램 운영 등 간병인력 교육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지윤 박사(한국이민다문화학회 회장, 한국이민다문화정책연구소 소장)는 ‘다문화 사회에서의 포용과 협력(다양성의 가치와 공존의 길을 위한 다문화 전문가 육성 직무구조도 제시)’에서 “법·제도 및 정책 관점에서 국내에서 원하는 수준의 교육, 생활, 취업 등의 지원과 권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제도, 법적 뒷받침이 필요하고, 전문가양성과정 이수 후 자격을 취득하여 활동할 수 있도록 법적인 제도화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또 “교육 관점에서 국내 거주 외국인에게 자녀 교육, 보육, 의료, 취업 등 서비스 제공 전문가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다문화가정상담사, 다문화 사회전문가 등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운영을 제안한다”면서 “특히 이민·다문화 학문과 활동을 학교 안과 밖에서 국민전체 의무교육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박사는 “시설·생활 관점에서는 민원창구에 외국인주민이 생활에 필요한 사항을 매뉴얼화하여 비치하고, 외국인주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에 통역사를 배치해 의사소통 장벽을 낮추어야 한다”고 말하고 “거주 관점에서는 외국인주민이 주거지원 상담에 불만족하는 이유의 48.6%가 의사소통 문제와 형식적 답변과 태도인데, 외국인주민 상담 전문가를 양성하여 국내정착여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창선 선교사(위디국제선교회 대표, 로잔디아스포라 부대표, 산소망교회 담임)는 ‘교계의 이주민 선교 흐름과 전략방안’에서 선교신학적, 사회현상학적 관점의 이주민선교를 소개하고, 지역교회들의 이주민 선교 참여를 위한 제언을 했다.
문 선교사는 “전 세계인의 7명 중 1명이 이주민인데, 이주민 선교에 소수만 관심을 가지고 사역하는 이유는 선교지에 가는 속지적 선교에 고착된 사고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국의 모든 지역교회는 이제 가는 것에만 방점을 찍는 것이 아닌, 모든 족속에 방점을 찍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속인적 선교로 나아가, 주변을 찾아온 이주민을 대상으로 목회와 선교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모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다원주의 시대에 지역교회는 복음으로 이주민 선교를 적극적으로 해야 하며, 초국가주의 시대에 이주민들과 더불어 살며 선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지역교회의 이주민 선교 참여를 위해 △선교의 대위임령을 주님이 주신 큰 계명으로 이루어, 이웃을 네 몸처럼 사랑하듯 이주민과의 언어의 장벽과 문화의 차이를 관심과 사랑으로 돌파하고 △영혼 구령을 위해 이주민에 대한 특별한 배려와 섬김을 펼치고 △선교지가 우리로부터 먼 원심적인 곳이 아니라 우리가 있는 구심적인 곳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요구되어, 선교사를 후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 교회에서도 선교할 수 있어야 하고 △이주민들의 동화만 아니라 수용국 원주민인 우리들과의 상호 통합이 필요하며 △대상에 따라 이주민 정주 목회와 이주민 비정주 선교의 연계가 필요하고 △교회의 상황과 규모에 따라 종교권 이주민으로 대상을 선별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지역교회 성도들에 대해서는 △이주민 선교에 대한 비전을 품고,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과 시급함, 전략적이고 실제적 행동이 필요하며 △이방인들을 향한 선한 부담감을 지니고(레 19:33~34, 신 10:19) 문화적 다양성과 모든 문화, 종족, 민족을 인정하고 그리스도인의 삶과 사역의 핵심적인 영적 원칙으로써 사랑과 환대를 베풀며(마 25:35, 롬 12:13, 벧전 4:9, 히 13:2) △주변의 이주민들에 대한 내용을 알고 △복음적 영역을 넘어 정부 및 비정부기관과 파트너십도 필요하므로 총체적 사역을 시작하고 △중보와 영적 전쟁을 위한 기도팀, 타문화 적응능력 훈련, 타문화 환대 기술 등 효과적인 사역을 위해 함께 준비하며 △이주민들의 마음을 열 방법을 조사하고, 복음을 위한 접촉점을 이용해 진정한 관계를 만들며 △예수님의 복음을 나누도록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한 이주민 선교를 위한 세부적 매뉴얼과 지역교회의 이주민 선교 단계도 제시했다.
이슈&사례 발표 시간에 라파엘클리닉 남명부 국장은 ‘이주민 의료복지의 현황’에서 국내 이주노동자들의 열악한 진료 환경을 해소하기 위해 서울대 의과대 가톨릭 교수회를 주축으로 CaSA(서울대 의과대, 간호대 카톨릭 학생회)와 함께 1997년 시작된 라파엘클리닉을 소개하고, 서울 라파엘 센터와 동두천, 천안 진료소에서 진행하는 무료 진료 활동과 2007년부터 시작된 몽골, 네팔, 라오스, 필리핀,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 해외 의료지원 활동을 소개했다.
고양시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임유진 센터장은 ‘이주민 자녀의 교육정책 및 중요성’에서 이주민 자녀들의 교육격차와 무기력, 제한적 지원시설 이용률 등을 소개하며, 이들의 교육을 위해 실효성 있는 민간 차원의 접근과 의료사각지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임 센터장은 AI 학습기기를 활용한 학습멘토링을 교회에서 주일학교처럼 운영하는 방안과 병원, 의사들의 무료 의료 자원봉사 활동과 연계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필리핀 마르나타신대원 정재용 박사는 ‘필리핀 선교사역을 통한 이주민선교의 사례와 실제, 해결 방안’에서 이주민 지원 및 선교 사례를 소개하며 “다문화 사역을 위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충분히 준비된 사람이 필요하다”며 “언어와 종족적, 문화적인 서로 다름에 대한 이해와 인간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이해와 겸손, 협력이 요구되고 이뤄질 때 다문화(선교) 공동체는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많은 인내와 책임적 요소를 공유하고 이것을 위하여 희생할 때 다문화에 있는 우리의 현실적 대처와 미래에 대한 대처에서 많은 문제를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인 목사는 컨퍼런스 이후 “갈수록 다문화가족과 이주민이 늘어가고 있는 시대이지만, 우리의 대처는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법을 만드는 부서가 있고, 거기에 필요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대학교와 전문기관이 있고, 그것을 현장에서 적용하는 실무자가 있는데, 이 3박자가 유기적으로 잘 협력이 되어야 한다. 컨퍼런스를 진행하면서 우리에게 이런 것이 아직 부족하고 더 많은 논의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이와 함께 “최근 뉴스에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일하고 싶은 나라’ 조사에서 1위는 일본이었다. 인터뷰에 따르면 외국 인력을 ‘값싸게 데려와 쓰는 시절’은 지나갔고, ‘지금은 선택 받아야 하는 시대’라고 말하고 있다”라며 “한국과 일본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우리나라도 준비를 철저히 해서 다문화 가족 및 이주민들을 포용하고 진정한 이웃으로서 대하며, 그들과 함께 협력하여 모두가 행복한 세상,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져 희망이 넘치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데 글로벌엘림재단이 앞장서서 나아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재)글로벌엘림재단은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설립한 비영리법인으로서, 국내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주민들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2022년 설립되었다. 외국인 주민과 기관 및 자치단체와의 연계 활동, 한국어 교실 및 마약범죄 피해 예방교육 등의 교육활동, 다문화행복꾸러미, 자조모임 지원, 긴급구호 및 통역서비스 등의 생활지원, 결핵검진 및 예방활동 등 의료 연계 지원을 통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과 해외 청년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글로벌멘토링센터, 각종 재난과 사고, 상해, 전쟁 등으로 인해 심리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족과 외국인 주민을 상담하고 치료하도록 돕는 전문 상담기관과 연계 서비스를 진행하는 글로벌트라우마센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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