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임석순 목사, 이하 한복협)가 10일 서울 강남구 소재 서울영동교회(담임 정현구 목사)에서 ‘AI와 기독교윤리’라는 주제로 11월 월례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회에선 김윤태 교수(한복협 신학위원장, 백석대 기독교전문대학원장)의 사회로 ▲곽혜원 교수(경기대, 21세기교회와신학포럼 대표)가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이 합세한 위험 시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김기석 교수(한동대 전산전자공학)가 ‘인공지능 로봇의 본질과 인식의 갭(Gap)에 대한 이해의 단서, ‘여김’에 대하여–기독교 윤리의 기준 설정하기’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 21세기 기독교, 위기에 잘 대처하려면 인간 존엄성 보호에 앞장서야
먼저, 곽혜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팬데믹의 합작으로 21세기는 문명의 대전환 시대에 진입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뉴노멀의 등장은 4차 산업이라는 기술혁명의 도구와 함께 우리의 삶을 바꿀 것임은 너무나 명약관화하다”며 “4차 산업혁명의 기술 발전이 점진적으로 변화를 준 가운데 코로나19라는 촉매제가 가세함으로써,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앞으로 팬데믹이 자주 출몰할 것이고,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인해 우리는 이전에 살아보지 못했던 새로운 환경에서 살게 될 것이며, 정치·경제·사회·환경·교육·종교 등 많은 영역이 이미 팬데믹으로 인해 급변함으로써, 우리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그런데 향후 몇 년 동안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변화될지 정확히 알 수 없기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직 상세한 매뉴얼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1세기 기독교는 이 시대가 처한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 위험 시대에 치밀하게 대비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부여받았다”며 “팬데믹이 합세한 위기 국면에 다음 세대를 치밀하게 준비시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이다. 위험 시대가 도래한 21세기는 누가 더 위험을 피해 가느냐보다는, 누가 위험에 잘 대비하고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곽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 인류를 비인간화하여 우리 삶에 의미를 주는 전통적 가치를 위태롭게 할지, 아니면 공동운명체 의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공동의 윤리의식의 세계로 인류의 수준을 높이는 데 4차 산업혁명을 활용할 수 있을지는 공존·상생, 연대·협력하려는 우리 모두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사실상 기독교가 시대와 소통을 할 때에 계속해서 영향력 있는 종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현실에 적극적으로 반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21세기 기독교는 AI를 위시하여 과학 기술의 발전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사회와 함께 호흡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팬데믹 여파로 인류 역사에서 가장 막대한 규모로 인간 존엄성이 훼손당하는 상황에 직면하여 21세기 기독교가 위기에 잘 대처하려면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 인간 존엄성에 대한 성경적 가르침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고 했다.
곽혜원 교수는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창 1:27) 존엄한 존재”라며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하나님의 모양을 체화하고 영혼을 지닌 존재이며 미래적 잠재성을 지니고 다른 유기체와는 구별된 특별한 존재로서 문화 위임을 수행할 책임적 존재”라고 했다.
그러나 “AI가 인간보다 대부분의 부분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일 경우, 인간이 하던 일의 상당수를 AI가 대체함으로써, 인간은 소위 ‘잉여 인간’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과학은 학문적 특성상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어떤 논리적 주장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이 부분은 21세기 기독교계에서 적극적으로 다뤄야 할 책임이 있다”며 “우리의 인간성이야말로 우리의 영원한 과제이며 앞으로도 그래야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인간성은 우리가 보호하고 지키려고 애써야 할 무엇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기준 두 가지
이어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기석 교수는 “로봇에 대한 기독교 윤리의 첫 출발은 로봇의 정체는 반도체 회로와 코딩일 뿐이라는 사실”이라며 “로봇의 정체는 반도체 회로와 코딩일 뿐이지만, 그것을 그렇지 않다고 사람들이 여길 수 있는 수준을 가능한 한 낮게 만드는 것이 일차적인 윤리의 첫 번째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사도바울의 제사음식에 대한 접근 방법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마련해준다”며 “제사 음식을 먹는 것을 보고 혹 실족할 형제가 있을 수 있는 것처럼, 로봇개를 보고 그 로봇개가 정녕 살아있는 로봇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를 논할 때 또 하나의 중요한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로봇을 만들 때, 잘못 형성될 인간의 여김의 가능성을 최소화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 가능하다면 사람 모양을 한 로봇을 만들지 않아야 하며, 많은 서비스 끝에는 항상 단지 인공지능 로봇임을 스스로 밝힐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어느 수준 이상으로 정서적 연대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선을 넘어서지 않도록 주의하거나, 또 주변에 경고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며 “더 나아가 사람을 신체적으로 해할 가능성은 철저해 배재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것이 또 하나의 인공지능 시대의 윤리적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로봇은 어디까지나 반도체 회로일 뿐이고 코딩일 뿐이며, 또한 미생물일 뿐이다. 그것을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기준의 맨 왼쪽이라면, 그 가족들과 정서적 연대를 나누며 사랑을 나누고 인격적인 교류를 나눠 왔기에, 그 가족들은 인공지능 로봇을 또 하나의 가족으로 여기고 살아옴으로, 그 로봇과 헤어질 때의 슬픔에 대하여 우리는 인간의 마음에 형성된 정서적 연대를 무시하지 않고 함께 슬픔을 나누는 것, 이것이 인공지능 시대에 생각할 수 있는 기독교 윤리의 맨 오른쪽”이라고 했다.
한편, 발표회에 앞서 기도회에서 최이우 목사(한복협 명예회장, 종교교회 원로, Ministry Mentoring Service 대표)는 ‘다시 근원으로’(고전 2:1~5)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최 목사는 “작년 챗GPT의 출현 이후 인공지능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프런티어 AI’라고 불리는 미래의 고성능 AI가 실제로 탄생하면 AI가 스스로 생각하고 추론하면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게 되었다”며 “고도로 지능화된 AI가 전쟁의 판도를 마음대로 바꾸거나 테러를 일으키는 시나리오도 가능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런 시대에 우리 기독교회는 어떤 복음을 어떻게 전해야 하는가. 우리의 믿음과 교회는 예수님의 재림 때까지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가. 기독교는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라며 “고린도 전도에서 바울의 선언은 새로운 전략이 아닌 본질로의 회귀였다. ‘오직 예수·오직 십자가’, 다시 근본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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