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 지속된 완충지대인 비무장지대(DMZ)를 가지고 있다. 완충지대란 이해가 상반되는 지역이나 국가 간의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두 지역 사이에 설치되는 중립지대를 말한다.
이렇게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 사이에 공간적 거리를 둠으로써 대립지역들을 지리적으로 차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간이 완충지대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생태구조를 바라보며 완충지대가 절실함을 느낀다.
매일같이 들려오는 ‘묻지마 테러’ 소식에 국민들은 불안하다. 가해자들의 신상이 밝혀짐에 따라 우려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들 중에는 사회적응력이 떨어지는 은둔형 외톨이들이 있다. 은근히 사회에 대한 일종의 분노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사회공동체를 해칠 ‘시한폭탄과 같다’는 견해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은둔 외톨이들이 죄다 범죄자가 된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고립·은둔 상태의 청년이 크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19-34세 청년 인구 177만 6000명 중 고립 · 은둔 청년이 2019년 3.1%에서 불과 3년 만에 5.0% (53만8000명)으로 증가했다고 한다.
이들이 이런 상태에 처한 요인으로는 학업을 일찍 중단했거나, 가족이나 또래에게서 대인관계의 외상을 입었거나, 정신질환 진단 과거력이 있거나, 우울감이나 외로움 정도가 높거나, 새로운 경험을 회피하려는 성격 등이 있다. 이들의 개인적 위기는 자살을 의미한다. 평생 자살 시도가 4배에서 17배까지 늘어난다고 한다.
국내 최초로 우리 사회 고립·은둔 청년들의 심리를 연구·DKS분석한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 교수는 “청년들의 비혼주의나 결혼해도 자녀를 출산하지 않겠다는 현실도 심각하지만 일단 생존해 있는 청년들의 삶부터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사회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손상되고 부서져 있는 마음을 가진 이들을 먼저 건강한 쪽으로 이끌어야 다음 세대를 낳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MZ세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정신건강이 불안정하다. 자기애가 높지 않고 완벽주의적인 염려와 걱정, 본인을 다그치거나 책망하는 특성이 강한 편이다. 또 본인이 주관적으로 주변의 기대를 상당히 높게 잡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고립을 선택했다기 보다는 고립으로 떠밀렸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런 심각한 사회 현상을 놓고 국가가 개입해 비싼 비용을 지불해서라도 전문가를 동원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동시에 다음 세대를 위해 한 발 먼저 자원하는 시민단체의 움직임이 시급하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구조 공동체가 필요하다.
먼저 이들을 발굴해 내는 일이 시급하다. 다음은 전문가들의 상담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오프라인으르 이끌어내어 공동 치유하는 공간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공간은 완충지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가족과 이웃과의 관계 가운데로 나아가기까지 완충 역할을 할 공간이 필요하다. 교회와 청년을 위한 시민단체가 나서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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