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바보 사랑’, ‘라스트 챈스’ 등 일반 무대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녹인 작품을 선보여 온 극단 세븐파이프(Seven Pipe, 대표 배경호)가 이들의 첫 기독교 창작 뮤지컬인 ‘BACK TO 1931: 시무언 이용도’을 준비하며 이를 위한 쇼케이스를 지난달 26일 윤당아트홀에서 개최했다.
‘타임슬립’, 즉 ‘시간여행’의 개념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독특한 형식으로 준비한 이번 뮤지컬의 주요 소재는 한국 교회사 초기의 대표적 목회자이며 다소 논쟁적 인물이기도 한 이용도 목사이다.
이용도 목사는 33세의 나이로 단명한 감리교 목사로 독립운동가이며, 부흥사 또는 영성가로 불리기도 한다. 그는 3·1운동 때 적극 가담하여 옥고를 치렀다. 그 뒤에도 세 차례나 독립운동을 하여 수감되었다. 그는 출옥 후인 1924년 협성신학교(協成神學校)에 입학하여 공부하던 중 심한 폐결핵으로 휴학을 거듭하다가 1928년에 졸업하고 곧 목사 안수를 받고 강원도 통천으로 파송되어 목회활동을 하였다.
이때 기도 중에 성령체험을 하여 신앙생활에 커다란 변화를 일으켰으며 부흥사로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 목사는 감리교의 경성지방 순회 부흥사로 일하였으며. 예수에 대한 신비주의적 사랑과 헌신이 주조를 이룬 그의 부흥집회 설교는 대단한 반응을 일으켜 전국 각지에 교회부흥을 이룬 인물이다.
이번 뮤지컬은 이용도 목사를 소재로 작품을 기획하기는 했지만, 사실 극의 전개는 모태신앙인 주인공 ‘주아’의 ‘신앙 성장기’로 흘러간다. 배경호 연출은 “이용도 목사의 삶을 깊이 다루기보다는 이용도 목사를 만나며 성장하는 ‘주아’의 모습을 통해 이용도 목사가 한국교회에 던졌던 메시지를 다시 한번 되새기자는 의도”라고 했다.
배경호 연출은 ‘이용도 목사를 둘러싼 논쟁’에 대해 “이미 성결교와 감리교에서는 그의 위치가 복원됐다”며 “중요한 것은 논쟁이 아니라, 이 목사의 메시지이다. 그의 삶을 통한 메시지인데, 이 메시지가 지금의 한국교회에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했다.
배 연출은 ‘이용도 목사의 메시지’에 대해 “돈과 명예가 아닌 하나님 한분만을 바랄 것”이라며 그는 이용도 목사의 말을 인용하여 “또한, 껍데기같이 허울 좋은 신앙을 버릴 것이다. 하나님을 만나고 싶으면 낮은 곳으로 가라”고 밝혔다.
드라마투르기 정재현 작가는 “사역의 내용 신비주의적 요소가 논쟁의 여지가 됐다. 나는 논란의 부분을 여러 책을 집필했으며, 이미 학회에서도 이 부분을 다뤘다”며 “논쟁이 됐던 내용을 잘 살펴보면 이용도를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 이용도 목사가 하지 않은 말을 가지고 이용도 목사를 비판한다”고 했다. 이어 “나는 한국교회사에 이런 인물이 있다는 것이 문화사적으로뿐 아니라 교회사적으로 하나의 큰 유산 같았다. 자부심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배 연출은 이번 뮤지컬 ‘제작’에 대해 “원래 내가 제작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했다. 지인으로부터 우연히 ‘이용도 목사’에 대해 알게 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껴 이 일을 맡게 된다고 했다. 그는 “이 일을 진행하면서도 계속 ‘이 일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를 주님께 질문하게 됐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주님이 이 뮤지컬을 우리에게 하도록 하신다는 것을 준비하며 너무 실감하고 있다”며 “이용도 목사님에게 주셨던 하나님의 메시지가 이 시기 한국교히에 한 번 더 울리시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고 ㅂ락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캐스팅조차 결과적으로 오디션을 통해 뽑힌 인원이 1명도 없다. 1명이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도 다른 원인에 의해 참석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1명도 없다”고 고백하며, 이번 뮤지컬에 캐스팅된 참여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대해 짧게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힘으로, 우리 계획으로 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이번 뮤지컬은 캐스팅부터 제작의 여러 영역에서 일반적 제작과정보다 열악한 상황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쇼케이스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뮤지컬 가운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느낀다. 특히, 드라마에 참여하게 된 상황과 환경들이 각자 다르지만 신기할 정도로 연결되게 됐다. 의미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 3월 배우 이지훈과 원더걸스 출신의 선예의 참여로 화제가 됐던 뮤지컬 ‘루쓰’에서 선예와 함께 주인공 ‘루쓰’ 역으로 활약했으며, 이번 뮤지컬에서는 극 중 이용도 목사의 아내 송봉애 사모와 박주아의 엄마 역을 맡은 엄태리 배우는 “원래는 내가 출연할 생각은 아니였다”고 한다. 그녀는 지인에게 제자나 다른 배우를 추천해 줄 수 있냐는 연락이 와서 대본을 먼저 검토했다가 출연을 결심했다.
그녀는 “이용도 목사님이 논란이 된 것 중 한 가지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다’라는 것이다. 나도 이용도 목사님처럼 하나님의 음성을 경험한 적이 있다”며 “이전에는 나는 굵직한 역을 많이 했었다. 이번 뮤지컬은 여러 가지로 어렵게 제작되어 왔다. 그런데 이번 뮤지컬을 준비하며 여러 가지로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경험하고 있다. 하나님이 이 뮤지컬을 준비하고 계신다는 느낌이 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번 뮤지컬에서 드라마 투르기 역할을 맡은 정재헌 작가는 “뮤지컬을 위해 이용도 목사에 대한 글을 쓰신 민경배 박사님께 추천사를 써 달라고 했는데 흔쾌히 써 주셨다. 민 박사님은 이용도 목사님을 존경하는데, 자신이 쓴 글로 인해 이용도 목사가 나쁘게 이야기되는 것에 마음이 좋지 않다 하셨다”고 밝혔다.
정 작가는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제한된 시간이 있으니 선택적으로 이야기를 골라야 했다. 오늘 우리의 이야기로 풀어내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뮤지컬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박주아란 인물이 주인공이다. 그는 현대 관객과 같은 선상에 있다. 그를 통해 이용도 목사를 알아가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며 “이용도 목사는 독립투사로서 부흥사로서 다양한 삶을 살았다. 이 목사의 다이내믹한 삶이 다양한 이야기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한, 이번 뮤지컬에서는 다양한 추천사들이 눈에 띈다. 민경배 교수(연세대 명예), 제 8대 국사편찬위원장 이만열 교수(숙명여대 명예), 감리교 총장 이후정 박사, 김수천 협성대 기독교 영성학 교수 백석대 실용음악과 김형미 교수 등이 추천사를 남겼다.
민 교수는 “이용도 목사는 그 스스로 예수님과 같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으면 하더니 실제 33세의 일기로 그 고결하고 경건한 생애를 마친 한국교회의 성자”라며 “이용도 목사는 시대적 사역과 그 역할을 적시에 고귀하고도 예언자적 풍모로 수행하고 가신 역사적 인물”이라고 했다.
이만열 박사는 “한국교회 영성사에서 우뚝 솟은 이용도 목사를 뮤지컬로 현대화해 기쁘다”며 “역사적 인물의 현대적 표현으로 신앙의 유산을 젊은이들과 활기차게 전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정 박사는 “이 목사님의 삶을 그리스도를 본받는 십자가와 고난, 헌신의 길이었다”며 “영혼을 감동시킨 피를 토하는 설교들을 통해 이 민족의 아픔을 주님의 사랑으로 승화시킨 위대한 부흥사였던 이용도 목사님을 기억하는 뜻깊은 좋은 기회”라고 했다.
김형미 교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랑이 식고 기도의 열매를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우리의 삶에, 그리고 다투며 아파하는 이 세상에 하나님의선하심이 저나되는 통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교회와 청년들을 향한 마임이 다시 뜨겁게 일어나고, 건조한 우리 삶에 단비와도 같은 눈물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김수천 교수는 “이용도 목사는 일제 강점기 가난에 찌들었던 시대에 부흥사로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부흥회 사례비를 대부분 부흥회를 인도한 지역의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 줬다. 한양의 자신의 집에는 늘 식객들을 모시고 살았지만 그에게는 이웃 사랑이 우선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 목사는 이기적인 본성이 이타적 본성으로 바뀌는 기도의 삶의 모범자이다. 그는 늘 새벽 2시 쯤 기도를 시작했다. 그에게 기도란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이 신성을 닮아가는 생명의 교환소였다. AI가 인류에게 새로운 도전이 되는 이 시대에 인류는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신과의 대화라는 기도를 통해 인간의 위대함을 증명하고 AI가 선한 선택을 하도록 가르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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