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교회 개척을 준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과 전략을 모색하고 북한선교와 통일선교를 위한 한국교회의 역량을 강화하는 제5회 북한교회개척포럼이 23일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 김덕윤 예배실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이번 포럼은 북한기독교총연합회(북기총)와 통일소망선교회가 공동주관하고, 기독교통일학회, 북녘교회연구원, 선교통일한국협의회, 숭실대기독교통일지도자센터, 아신대북한연구원, 쥬빌리 통일구국기도회, 총신대통일개발대학원, 통일선교아카데미가 공동주최했다.
특히 이날 북기총 정기모임이 함께 열리면서 북기총 목회자와 신학생을 비롯하여 통일소망선교회 북한교회개척학교 수료생들과 북한선교 및 통일선교 기관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여하여 북한에 교회를 세우고 북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여 남과 북이 함께 열방에 복음을 증거하는 비전을 공유하고, 이를 위한 결의를 다시 한번 다지는 시간이었다.
1부 순서로 진행된 예배는 북기총 사무총장 김광호 전도사(생명나무교회 담임)의 사회로 최정순 전도사(새터교회 담임)의 기도에 이어 숭실대 기독교통일지도자센터 센터장 하충엽 교수가 ‘우리는 빛이다’(행 13:47)라는 주제로 설교했다. 하 교수는 “북한선교에 소명을 받은 사람들에게 있는 공통점은 ‘북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면, 북한 사람이 세상 끝까지 복음을 전하는 민족이 될 것’이라는 비전으로, 하나님의 특수선교와 보편선교를 같이 받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빛은 틈이 있으면 들어간다는 유대신학처럼, 하나님은 북한 백성을 통해 북한에 교회를 세우는 일을 한시도 쉬신 적 없이 계속 행하시고 있다”며 “하나님은 북한교회를 위해 우리를 빛으로 만드셨고, 더 적극적으로 북한 땅에 교회를 세우는 일을 위해 우리를 이곳에 모이게 하셨다. 하나님이 영광의 빛으로 만드시고 빛을 비추는 사역자들이 마음과 비전을 나누고 학문적 내용까지 나눌 때, 우리 심령에 빛이 있고, 하나님의 마음을 보며, 하나님이 주는 지혜를 얻는 귀한 시간이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북기총 이사장 강철호 목사(새터교회 선교목사)의 축도에 이어 북기총 회장 정형신 목사(뉴코리아교회 담임)는 축사를 전했다. 정 목사는 “우리의 소원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구원으로, 그 일을 위해 포럼을 열고 북한교회 개척을 준비하는 것”이라며 “남한 땅에는 벌써 70여 개의 북한교회가 27개 시도에 개척됐고, 기존 남한교회들 안에서도 전국에 100개 가까운 북한 주민 공동체가 있다. 남한에 있는 북한교회와 북한 주민 공동체는 모두 다 북한 땅에 심길 모판”이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이어 모판에 씨를 파종해서 자란 이삭을 농지에 옮겨심는 이양법을 상세히 소개한 후 “농부는 작은 모판을 보며 논 한 마지기의 꿈을 꾸게 된다”고 말하고 “이 포럼은 모판에 심긴 씨앗이 옮겨질 장소를 미리 그려보는 시간으로, 모판인 탈북민교회에서 농지인 북한교회로 마무리될 것이다. 그래서 모두가 농부가 되어 수백, 수천 평의 농지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장면들을 마음에 그려보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를 전했다.
격려사를 전한 통일소망선교회 대표 이빌립 목사(열방샘교회 담임)는 “저는 머지않아 저 북녘땅과 남녘땅의 한 형제가 한 제단에서 하나님을 예배하고 열방으로 함께 나가는 그날이 반드시 올 것을 믿는다. 이 자리가 그 모판이 되는 자리”라며 “이 작은 곳에서 복음통일을 실제로 경험하는 것처럼, 우리가 꿈꾸고 나갈 때 그날이 꼭 오게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이 목사는 일찍이 김창인 목사가 ‘백두산의 나무를 찍어 북녘땅에 교회당을 세우자!’라는 비전을 한국교회에 심어주고, 한경직 목사가 1976년 성탄절을 앞두고 북한에 무너진 교회, 하나님의 제단을 반드시 재건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한 설교 내용을 인용하며 “이 자리는 우리 믿음의 선배들처럼 하나님이 북한 땅에 다시 주님의 몸 된 교회들을 세워주실 것을 믿는 신앙고백의 자리이고, 믿음으로 북한교회 재건을 위해 기도하고 헌신한 수많은 믿음의 선배 목사님과 성도의 뒤를 이어 백두산의 나무를 찍어 북녘땅에 교회당을 세울 준비를 하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것은 한국교회의 일이고, 우리 민족과 교회 공동체, 디아스포라 공동체의 일이며, 북한 땅을 품고 기도하는 열방의 모든 하나님 백성의 일이므로 ‘연합’해야 한다”며 “공동주관과 공동주최를 통해 한국교회의 한 귀퉁이지만, 한국교회의 북한교회개척포럼이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2부 순서는 북녘교회연구원 원장 유관지 목사를 좌장으로, 김권능 목사(인천한나라은혜교회 담임)의 발제와 박상식 목사(새평양순복음교회 담임)의 토론, 송신복 목사(하나비전교회 담임, 하나비전학교 교장)의 발제와 김재호 목사(새벽별교회 담임)의 토론 및 호재민 목사(대한성서공회 총무)의 패널, 김성배 숭실대 명예교수(북한도시연구단 연구단장)의 발제와 강디모데 전도사(NK피플선교회 대표)의 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이후 점심 식사 및 소그룹 모임과 질의응답 등 약 4시간 30분 동안 이어졌다.
◇“탈북민은 ‘갈등 상황의 피해자에서 회복의 당사자’, 탈북민교회는 ‘갈등 치유 역할’ 담당”
‘남북통일 이전 북한교회 세우기에서 탈북민교회들의 역할’에 대해 발제한 김권능 목사는 탈북민의 대량 탈북 배경과 함께 탈북민과 북한 주민의 표면적 갈등과 잠재적 갈등을 소개하고, 탈북민이 갈등 상황의 피해자에서 회복의 당사자가 되고, 탈북민교회가 갈등을 치유하는 교회가 되기 위한 방안을 소개했다.
김 목사는 ‘표면적 갈등’은 북한 정권과 이념에 근거하여 북한 주민에게 주입된 갈등으로, 탈북자들에 대해 북한 정권이 ‘키워준 당과 국가 수령을 배신하고 혁명을 배신했다’며 ‘반역자’, ‘배신자’로 낙인찍고 탈북을 가로막는 등의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김권능 목사는 “그 갈등은 갈등을 조장하고 북한 주민에게 주입한 주체가 무너지거나 붕괴하면 갈등이 없어지거나 그 역작용이 나게 될 것”이라며 “정권이 이념과 체제의 이익 면에서 만들어 낸 갈등은 북한 주민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았을뿐더러, 오히려 북한 주민에게 큰 긍정적 영향을 주고 지금도 주고 있어 우려할 바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잠재적 갈등’은 현재 북한에 남은 탈북민 가족이 북한 사회와 이웃으로 받는 감시와 통제에 의한 것으로, 통일 후 탈북민과 북한 주민 사이의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목사는 “정권이 무너지거나 바뀐 후에 책임을 물을 대상은 직접 피해를 가한 이웃들, 눈에 보이는 법 집행자들, 정권에 호응한 사람들로, 이때 탈북민은 갈등 상황의 피해자에서 가해자가 될 수 있고, 또 갈등을 회복할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며 “탈북민과 북한 체제에서 수난을 겪은 많은 사람과 죽은 이들의 이름으로 결합된 증오심이 가장 우려할 치명적인 갈등”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갈등을 해결할 대안으로 “앞으로 한국교회 안에 탈북민 부서를 점차 교회 안 교회로 독립시키거나 분리 개척시켜 자율성을 띤 교회, 북한 복음화에 특화된 교회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며 “탈북민교회에서 탈북민 신학생이 사역할 수 있도록 장학금 혜택이나 사례비 지원 등을 통해 ‘탈북민교회를 건강하게 세우고 성장’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탈북민들의 고통의 여정과 아픔들을 기록하고 자료화하며, 분단 시대 고난당하는 북한 주민과 복음통일을 위한 기도문, 주보, 각종 집회 자료를 보관하고, 또 북한 복음화 사역 기관의 합의 하에 문서 기록이나 보관을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검증된 자료를 보관하는 등 ‘탈북민 역사를 바르게 기록하고 잘 남기는 것’을 통해 북한 주민의 이해를 돕고, 마음을 여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마지막으로 “한국교회가 자율성이 보장되지만 상호작용하는 유기적 연합이 이뤄지고, 모퉁이돌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북한교회, 남한교회가 한 건물로 지어져야 한다”면서 “‘연합은 사명’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상식 목사는 “닫힌 지역에서의 사역은 은혜를 체험한 분들이 사회의 각 영역에서 더 많이 지도자로 세워져야 한다”며 일반학문을 더 많이 공부해 북한 지도자로 들어갈 인재로 키우는 전문인 통일선교사훈련학교 등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또 “탈북 차세대 자원을 발굴해 우수한 자원은 유학을 보내고 박사과정까지 장학금으로 공부하도록 하여 북한 재건 시 지도부로 갈 수 있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남북한 사람이 함께 읽을 하나의 성경 필요해”
‘남북한 언어의 차이를 극복하며 남북한 사람이 함께 읽을 하나의 성경에 대한 필요성 연구’에 대해 발제한 송신복 목사는 “하나의 성경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선교사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원어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성경은 히브리어와 헬라어로 하나님이 주셨기에, 원어에 충실하여 집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송 목사는 이날 자신이 시무하는 탈북민교회인 하나비전교회의 26명과 예배 시간 조선어 성경과 한글 개역개정 성경을 함께 읽으며 복음통일을 준비하는 로뎀나무교회(유병용 목사)의 19명의 성도를 대상으로 사전 조사를 한 결과에 대해 “짧은 기간에 많은 성도를 만나지 못해 아쉽지만, 82%가 남북한 사람이 함께 읽을 수 있는 성경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라며 “남북한 사람이 다 함께 읽을 하나의 성경이 필요함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송 목사는 아울러 “남북한 언어통합의 역사와 한글 성경 번역과 개역의 역사를 보며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의 섭리 속에서 언어를 통해 우리 민족의 하나 됨을 지켜가고 계셨고, 성경을 주셔서 하나님의 백성으로 키우시고 다져가시는지를 보았다”라면서 일본 통치와 전쟁, 분단의 역사 가운데서도 남북한 언어의 고유성을 지키신 하나님의 섭리와 분단 이전과 이후의 한글 성경 번역과 개역의 역사, 성경이 한국 근대 역사에 미친 영향들을 소개했다.
송신복 목사는 특히 “대한성서공회가 새로운 개정판 성경을 펴낸다고 하는 시점에서 남북한 언어 차이를 극복하며 남북한 사람이 함께 읽을 하나의 성경에 대한 필요성을 정중히 제기해 본다”고 말했다.
김재호 목사는 “통일 후에는 하나의 언어가 필요하지만, 현재 북한 주민이 사용하는 언어에서 복음의 효율성을 고민하여 각각 남한 언어 성경책, 북한 언어 성경책, 남북한 사람이 함께 읽을 번역본으로 북한 주민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남한 언어 성경으로 전할 때 통일 이후 남북한 성도의 교류가 용이할 것이지만, 남한과 북한의 일반어 38%, 전문어 66%(2016년 겨레말큰사전편찬회 ‘남북한 언어차이 극복방안’ 세미나)의 차이가 있다면 오히려 북한 언어 성경이 더 용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호재민 목사는 “남북한이 함께 읽는 성경 연구라는 의미 있는 기초작업”이라고 평가하고 “대한성서공회는 2021년 이미 개역개정판을 재개정하기 위해 다음세대 젊은이들이 보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새한글성경 작업이 막바지이고, 2024년 말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든 교단이 역량 따라 북한교회 설립에 참여하는 방안은?”
‘북한교회 세우기를 위한 역할분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에 대해 발제한 김성배 교수는 북한교회를 세우기 위한 개신교 교단 차원의 역할 분담 방안을 제안했다. 김 교수는 1997년 북한교회재건위원회가 발간한 ‘북한교회재건 백서’를 토대로 북한에 재건해야 할 3,500개 교회와 새롭게 세워야 할 9,000개 교회(인구 2천 명당 성도 100명의 1개 교회) 등 총 12,500개 교회를 언급하며 “교회 위치와 숫자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세울 것이냐, 곧 역할 분담에 대한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김성배 교수는 역할 분담의 원칙으로 “모든 개신교단의 합의 하에 북한선교를 추진하되 단일교단보다 교단별 접근 방식을 적용하고, 종교 공급자보다는 수요자의 관점에서 만족도가 높아질 수 있도록 추진하며, 소수의 재정적으로 취약한 교단이라도 모두 참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북한에 존재하던 기존 기독교를 존중하면서 새롭게 거듭나게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할 분담의 4단계로는 ‘전체 총괄조직’인 가칭 북한선교총괄위원회를 설립하고, 광역자치단체별로 의료선교와 교육선교를 담당할 ‘지역 선교센터’, 긴급 구호의 역할을 담당할 ‘커뮤니티센터’, 모든 교단이 참여하여 높은 순위 우선으로 추첨, 배정하는 ‘개별교회’ 설립 방안을 제시했다.
김성배 교수는 “북한교회 세우기를 위한 역할 분담은 모든 교단이 역량에 따라 참여할 수 있고, 인적·행정적·재정적 부담을 교단이 서로 나누어 소수 교단의 배제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지역 내에도 여러 교단의 커뮤니티 센터와 교단들이 있을 수 있어 북한교회나 단체, 남한의 교단과 단체들 간 대화를 통한 상호교류와 협동 사역이 가능하여 볼프가 지적한 선교와 개종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와 함께 “동일 지역 내 신자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교회를 찾아 신앙생활을 할 수 있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출석 교회가 결정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며 “향후 교회의 지역할당이 끝난 이후 현재 남한 상황과 같이 세워졌다가 사라지는 교회들이 있을 수 있고, 일부 교회는 대규모 교회로 성장하여 현재 남한의 교회 배분과 같은 형태가 생겨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강디모데 전도사는 지역센터, 커뮤니티센터, 개별교회로 나누는 기준과 한국에서의 사례, 분류 이유, 기능적 역할, 지역센터나 커뮤니티센터의 타당성 등을 질문하고 “교회 입지를 위한 배치와 위치를 정하기 위해 통일 후 어떤 제도 위에 세워져야 하는지, 또 한국교회와 탈북민교회, 해외교회의 역할에 대한 정책적 논의가 중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럼 참석자 중 일부는 같은 날 오후 중국대사관 옆에서 남북사랑네트워크가 주최한 탈북난민 강제송환 중지 시위에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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