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온전히 서려면, 교회 울타리 넘어, 교회 생태계가 회복되어야"
지난 4월 30일 한길교회는 위임예배를 드리며 공식적으로 고광선 목사의 리더십 아래 새로운 출항을 알렸다. 고광선 목사는 한길교회를 ‘말씀의 토대가 잘 세워진 교회’ 이면서도, 동시에 ‘일반적인 한인교회 안에 나타나는 어려움도 갖고 있던 교회’라고 소개했다.
또한 한길교회 사역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교회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 교회 생태계의 회복’이다. 한길교회에서는 중보 기도 헌신자 60여 명이 기도로 섬기고 있는데, 이들의 기도제목은 교회의 공동체 울타리를 넘어 지역교회가 다 함께 건강하게 세워지고, 지역 사회가 변화되는 데까지 이른다.
“60여 분의 중보기도 헌신자들이 교회의 다양한 사역뿐 아니라 지역 커뮤니티, 나라, 열방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저희가 특별히 기도하는 것 중의 하나는 한길교회가 소속되어 있는 지역 교회의 생태계이다. 한 교회가 지역 교회와 사회의 도움 없이 한 성도를 성숙한 신앙인으로 세워가는 게 쉽지 않다. 지역 교회 전체가 함께 건강하게 세워져야 한 영혼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고 커뮤니티 블락 파티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를 섬기고 있다.”
이를 위해 성탄절 전날인 23일 지역 커뮤니티와 ‘참여하고 싶어도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교회들’과 함께 메시아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무엇보다 한길교회는 강해설교, 말씀 중심 사역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15일(금), 한길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고광선 목사는 한길교회의 성경공부 교재들을 책상 위에 준비해 놓았다. 그 중 <은혜의 복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교재는 개혁주의 핵심 5대 교리(TULIP)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으로, 교회의 핵심 리더십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뿐 아니라 ‘라브리’ 강좌 등을 통해 성도들의 영적 필요를 공급한다. <화평한 가정 만들기>는 30-40대 ‘다리놓는공동체’ 수련회를 위해 제작한 교재이다.
또한, 이 교회는 총 3년 과정인 바이블 아카데미를 통해 교인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강사진으로 이승구 교수, 김연수 선교사 같은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빙해 현장과 줌으로 진행한다.
"중요한 것은, 말씀을 '아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살아내는 것"
그러나 고 목사는 그는 그리스도와의 친밀한 사귐 없이 지적인 만족에 머무는 신앙을 경계했다.
“말씀과 기도를 통해서 하나님과 친밀한 영적인 사귐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그리스도와의 연합이라고 생각하는데, 또 하나의 신앙 성장의 중요한 요소는, 누군가의 영혼을 함께 양육하고, 목양 관계안에 들어가서 그 영혼을 섬기는 경험이 없으면 신앙에서 있어서 정말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제가 한길교회 와서 가장 많이 고민하고 함께 바꿔가려는 부분 중의 하나가, 한길교회는 신앙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성도분들이 많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 예배 안에서 설교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하는, 그것을 누리는 것에서 자족하는 정도에 머물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놓친다.”
"한길교회가 도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나눌 수 있고 그 복음을 나눈 한 영혼을 잘 양육하고, 그 영혼을 책임질 수 있고, 그 영혼을 위해 자신을 내어줄 수 있는, 십자가의 도를 삶으로 살아내는 자리까지 가야 성숙한 교회라고 생각한다."
복음 강요할 수 없어
그러면서도 교회가 복음을 실천하는 삶을 강요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교회가 가지고 있는 규칙과 규율을 가지고 성도가 복음을 살아내도록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스도와의 온전한 연합이 이루어진 자들은 그 은혜의 복음이 삶을 바꿔 낸다고 생각한다. 그 은혜가 삶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어서 나를 변화시켰듯, 누군가를 변화시켜 낼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하면 삶의 변화는 따라온다.”
해방 이후 남한에 설립된 남산장로교 신학교(좌경화 되기 이전의 조선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신 할아버지, ‘70년대 한국 엑스플로(Explo)집회’ 훈련 교재들을 유산으로 남겨주신 증조 할머니, 그렇게 4대째 신앙을 해왔음에도,어린 시절, 부모님이 아픔을 겪는 과정을 지켜보던 그의 마음속에는 하나님을 향한 불신이 싹텄고 그러다 교회를 떠났지만 하나님의 손길은 그를 다시 교회로 이끌었다.
말씀을 묵상하며 첫사랑 같은, 주님과의 친밀한 사귐을 경험한 그는, 이후 철원에서 군복무를 하던 20대 무렵, 40대 초반의 목사님을 통해, “하나님께서 한 사람의 영혼을 빚어 가시는 고귀한 통로로 교회를 사용하신다”는 것을 깊이 체험하고, 목회자의 소명을 확신했다.
20대 청년의 가슴에 꽂힌, 젊은 목회자의 한 마디, “크건 작건 진실한 목회자 되라”
젊은 목회자의 한 마디가 그의 가슴에 꽂혔다. 20대 초반 그의 내면에는 ‘그래도 큰 사역을 하고 싶다’는 내밀한 욕망이 있었던 것. 그런데 ‘진실한 목회자’라는 그 말이 반향을 일으켰다. 그 한 마디는 세월을 가로질러, 그의 사역을 관통하고 있었으며, 그가 나눈 모든 이야기 속에 흐르고 있었다.
“낮에는 소총수로, 저녁때는 대대군종으로 교회를 섬기고 있었는데, 교회가 조립식 막사로 되어 있었다. 그 추운 지역에 건물 안에 얼음이 얼 정도로 열악한, 가건물로 지어진 곳이었다. 그곳에서 군종병들과 부대 교회 건축을 위해 매일 새벽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교회를 지어주는 사역을 하는, <군복음화후원회>에 선정되어서 서울의 한 교회에서 교회를 지어주셨다. 동료 군종들과 벽돌을 옮기며, 서로의 연약함을 고백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성전으로 지어져 가는 하나님의 영광을 경험했다.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어머니로서의 교회의 역할’, ‘하나님의 영광의 통로로 교회를 어떻게 사용하시나’를 경험하게 되었다.”
“은혜의 흔적들, 교회 안에 고스란히…교회는 이것 전하는 통로”
그는 한 사람이 온전하게 길러지는 것은 교회를 떠나서는 가능하지 않다며, 여기에 교회의 신비가 있다고 말한다.
"교회 안에서 어린 영유아부터 시작해서 나이 많은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전 세대에 걸쳐서 하나님께서 모든 한 사람 한 사람을 다루어 가시는 은혜의 흔적들이 교회 안에 고스란히 남겨져 있으니까, 교회 안에서 영혼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이 목회자로서 너무 감사하다."
고 목사는 얼마 전 어르신 한 분의 임종을 준비하면서 다시 한번 교회의 사명을 묵상했다. 이민생활 내내 한결같이 신앙생활을 해온 어르신의 하나님을 향한 순전한 믿음의 고백 속에서, 그는, 영혼의 아름다움을 목격했다. 그는 이 믿음의 고백이 이민 2세, 3세에게 전해지길 바라며, “그것을 전할 수 있는 매개체, 통로는 교회”라고 말한다.
한국 교회 사역과 이민 교회 사역을 비교한다면
“사람에게 상처가 있으면 상처의 아픔 때문에 누군가 사랑으로 다가갈 때, 그것을 밀어낸다.”
그는 이민교회 목회의 특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 교회의 사역은 목회자와 성도가 목양관계 안에서 마음을 나누는 것이 보다 자연스럽고 쉬웠다면, 이민교회 안에서는 그 사랑을 확인하고 그 진정성이 전해지기까지 좀 더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한다고. 그러나 그 진정성이 전해지면, 누구보다도 그 마음을 깊게 나누게 되는 것이 이민교회 성도들이라고.
그는 “인간의 죄성으로 인해 빚어지는 갈등의 요소, 교회 안에 일어나는 분쟁과 아픔에도 결국은 하나님이 교회의 궁극적인 주인되시고 다스리신다는 것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며 “사람에게는 소망이 없고, 하나님을 소망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가 사역을 하면서 기대하는 것도, ‘하나님께서 일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의 손길이 경험되는 교회, 성령께서 주관하는 교회’를 섬기는 것이다.
“성령님께서 주관하시는 교회를 함께 섬기고 싶다. 그것은 어떤 탁월한 소수의 목회자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고 교회의 인프라 때문도 아니다. 영혼이 변화되는 것은 복음의 능력이다. 좀 처럼 변화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이 어떻게 바뀌겠는가? 제가 은혜의 복음을 강조하는 것은, 복음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그 마음을 열어주시고 하나님의 때에 하나님의 방법으로 변화시켜 주시기를 기다린다. 하나님이 일하셔야 만 참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한길교회도 여타의 이민교회와 마찬가지로 세대와 성향에 따른 갈등으로 부터 자유롭지 않다.그럼에도 고 목사는 갈등은 문제가 아니라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는 기회라고 본다.
“선배 장로들께서 화평한 교회로 바뀌어 가도록 기도하면서 애쓰고 계시다. 피스 메이커 사역을 통해 교회 안에서 갈등을 성경적으로 해결해 가는 화평의 문화가 확산되길 기대한다. 교회 내의 갈등의 요소들이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되면, 한길교회가 이민교회 안에 건강한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믿음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한길교회가 기대하고 꿈꾸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화평한가정만들기>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고 목사는 학부 때 철학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철학을 공부하게 된 것은 목회자로서의 소명을 확인한 다음에 다시 공부한 것이다. 철학을 처음 공부하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요한복음 수가성 여인처럼, 목마른 저였는데 예수님을 만나고 나서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넘치는 것 처럼 예수님을 경험하게 되었는데 그런데 고민이 생겼다. ‘나를 변화시킨 복음 내 영혼에 흘러넘치는 생수를 다른 사람들에게 이 생수를 길러서 전해주고 싶은데 두레박의 역할을 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했을 때 내 영혼의 생명수를 길러서 두레박의 역할을 하는 것이 언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에게 좋은 생수를 길러 주기 위해 우물을 파는 과정, 그것을 사고의 훈련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복음의 야성 잃고 좋은 예배 한 편 관람하고 돌아가는 성도들
크리스텐돔, 교회 화려한 외형 자랑하나, 복음의 능력은 쇠락
“천 만을 자랑하던 한국교회가 6백만, 5백만도 안되게 쇠락했다. 4세기 초 로마 제국인구의 1/20 정도가 그리스도인이었다면,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아들 콘스탄티우스 2세 통치 말에는 제국 인구의 거의 절반(1/2)이 교인이 되었다. 이처럼 로마 교회가 국교화되면서, 크리스텐돔(christendom), 기독교 사회로 바뀌어져 가던 시기가, 오히려 교회가 세속화의 길로 접어들게 된, 복음의 능력을 잃게 된 결정적 시점이라고 본다. 기독교 사상사를 공부하면서, 오늘의 기독교가 쇠락하게 된 부분들을 거울로 삼아서 보게 된다. 기독교 사회를 기대하며, 교회가 힘의 논리, 교세, 이런 것들을 추구하고 그런 속에서 어떤 면에서 복음의 능력이 희미해지고 연약해졌다.”
“펜데믹 이후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나온 자료를 보면 이민 교회 3,500개 가운데 700여 개 이상의 교회가 사라졌다. 대부분이 약한 교회들이다. 그러면서 오히려 인프라를 갖춘 대형 교회는 수평이동으로 성도들이 들어오고 개척교회 미자립 교회들은 생존이 위험한 상황이다. 약한 교회들은 무너져 가고 있다. 하나님의 교회는 병들어 가고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유투브 컨텐츠를 정말 잘 만들고 화려한 외형과 보여지는 사역이 잘 이루어지면 교회가 뭔가 해낸 것 처럼 생각하지만, 실상은 수평이동 성도들이 옮겨가고, 성도들은 복음의 야성은 잃어버리고 관중석에서 좋은 예배 한 편 관람하고 돌아가는 성도들로 전락해 버리고 있다. 교회들이 드러내는 양상은 화려하나 복음의 능력은 잃어버리고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