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적인 기독교 영화제인 ‘2023 서울국제사랑영화제’가 지난 14일 개막해 한창 진행 중이다. 특히 올해 사랑영화제의 특징은 규모 있는 행사로 진행되기보다 영화를 관람한 후 ‘시네토크’를 통해 영화 관계자와 관람객들이 함께 만나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생각을 들어보고 나누는 시간으로 보내는 것이다.
지난 16일 서울 신촌에 위치한 필름포럼 영화관에서는 올해 영화제에서 ‘아가페 초이스’(Agape Choice)에 선정된 웬인 왕(Wayne Wang) 감독의 영화 ‘커밍 홈 어게인’(Coming Home Again)을 관람 후 시네토크가 개최됐다.
‘아가페 초이스’는 주님이 빚은 세상의 다양한 모습과 삶을 영화를 통해 조망해보는 섹션으로, 올해 아가페 초이스로 선정된 작품들은 주로 소외된 인간의 구원을 말하고 있다. 이는 ‘내가 속한 세상에서 나의 존재는 무엇인지’를 묻는 영화들이다.
이번 ‘아가페 초이스’에 지정된 영화로는 이방인이 다른 이방인의 시선으로 어느 재미교포의 삶을 바라본 ‘커밍 홈 어게인’, 쿠르드족 난민 고등학생 사랴의 일본 성장기를 그린 ‘나의 작은 나라’, 덴마크 입양아 출신 말레나 최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 ‘조용한 이주’, 전쟁 중 우크라이나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파편들의 집’ 등이 있다.
영화 ‘홈 커밍 홈’은 2019년 탈린 블랙나이츠 영화제 최우수 촤영감독 심사위원상을 수상했으며 재미교포 이창래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를 영화화 했다. 영화의 상영시간은 87분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주인공 창래는 위암 말기 진단을 받고 생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저녁식사를 준비하는데 가족들과 오랜 시간 복잡하게 얽혀온 감정은 켜켜이 쌓아온 상처를 폭발시키며 내용이 전개된다.
영화는 미국교포인 이창래 작가가 매거진 ‘뉴요커’에 어머니의 병수발을 하며 연재한 에세이를 바탕으로 했다. 할리우드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이야기를 담아온 웨인 왕 감독과 원작자인 이창래 작가가 함께 각본을 썼다. 2022년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드라마 ‘파친코’의 감독인 저스틴 전이 창래 역을 맡아 가족에 대한 애증과 고민을 섬세하게 연기해냈다.
16일 저녁 진행된 영화 ‘홈 커밍 어게인’ 시네토크의 패널로는 성현(필름포럼 대표), 영화 ‘공동경비구역’의 작가인 이무영 감독(영화감독, 서울국제사랑영화제 부집행위원장)등이 참여했고 사회로는 심혜영 교수(성결대학교 중문과 교수, KPI 시네토크 디렉터)가 맡았다
# 작품의 전체적 느낌, 내지는 소개
이 감독: 웨인 왕은 과거의 작품에는 뚜렷한 네러티브의 구조를 가졌다. 이번 작품은 지금은 독자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많이 남겨놨다. 이창래 작가의 문학을 영화로 옮기며, 원작의 에세이적 성격을 고수하면서 이야기의 전개가 뚜렷하거나, 메시지가 분명하지는 않은 것 같다.
심 교수: 이창래 작가 복잡하고 섬세한 내면묘사가 돋보인다. 문자 텍스트를 영화로 바꿀 때, 정말 난해한 영화일 수 있는 것 같다. 영화는 한인 이민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본인의 이민 경험을 토대로 만든 이창래 작가의 자전적 내용이다.
영화에서는 한인 이민자들의 1세대, 1.5세대와 2세대 가운데 불협화음을 전면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어머니의 죽음으로 가는 과정 속에서 월스트리트의 유망있는 직장을 내려놓고 돌아온, 그 가운데 실존적인 삶에서 느끼는 고통과 아픔을 보여주며 독자로 하여금 그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성 목사: 이창래 작가가 자신의 삶을 돌이켜 보면서 삶을 정리해 성찰해 보는 측면이 있지 않은가 했다. 작가 본인이 자신을 치유하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야기의 논리구조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는 측면에서 그런 감성을 잘 드러낸다.
# 미국 내 한인 이민자의 모습
이 감독: 나도 이민가정으로 미국에서 목회를 하시는 아버지와 그리고 많은 자녀를 키우시며 교회에서 사모로 살아가셨던 어머니와 힘든 환경 속에서도 가족이 똘똘 뭉쳐 살았기에 나는 개인적으로 부모님과 너무 사이가 좋았다. 모든 이민자 가정들이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 같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지만 인간은 보통 자신만을 위해 자신을 발전시키기 위해 혹은 힘든 환경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그런데 아들을 예일대에 입학하게한 창래의 부모님들은 아주 가난하게 살았던 것 같지는 않다. 그러나 이민사회에서 힘들게 집안을 섬기기만 했던 어머니들은 보상심리가 작용하기도 한다. 자식을 충분히 챙기지 않는 모습에 대해 섭섭하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오해할 수 있다. 아들인 주인공 창래는 집으로 돌아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챙피해 하거나 실수했던 자신의 행동에 대한 후회, 그 감당할 수 없는 격정에 대해 극중에서 이상하거나 기괴한 행동 방식으로의 표출된다.
심 교수: 척박한 이민사회에서 독립적인 삶을 위해 투쟁적으로 살아가고 그런 삶의 방식과 관점이 굳어진 모습들이 보여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성 목사: 어머니가 어린 아들에게 차려준 밥상을 먹다가 채한 창래의 모습과 늙어서 위암에 걸린 어머니가 아들 창래가 해준 밥을 먹지 못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이민자 가정 안의 세대 간에 서로에게 주는 사랑이 맞물리지 못하는 모습에 대한 복선 같은 느낌이다.
# 영화에 비취는 기독교의 이미지
성 목사: 구역예배 장면에서 ‘시편 23편’으로 교회의 사역자들이 위암에 걸린 어머니와 가족들을 위로하는 장면에서 사역자들의 모습이 어색하고 냉소적인 뉘앙스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이 장면은 배우들의 연기력 부족이라기 보다, 감독은 의도된 연출로 보인다. 이것은 인간에 대한 이해가 혹은 신앙에 대한 이해의 부족한 기독교인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위암에 걸린 어머니에게 사역자들은 시편 23편을 인용하여 마치 ‘믿음이 있다면 평안해야 한다’라는 뉘앙스로 강요하는 모습이 있다. 이것은 굉장히 폭력적인 모습이다. 아픈 자에게 사랑의 시선이 아니라 신앙과 성경을 기계적으로 교리적인 적용하고 있다. 참 아이러니는 여기에 성경을 인용한 맞는 말이 섞여 있다는 것이다. 맞는 말과 합당하지 않은 종교의 언어가 뒤섞여 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뒤틀어지게 된다.
심 교수: 크리스천은 보통 자신을 남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는 메신저가 되려는 경향이 있다. 그들과 고통을 함께 나누고 함께 아파하기보다는 무엇인가 가르치려고 한다. 김기석 목사님의 책 ‘욥기’를 읽어보면 욥의 친구들은 다 교리적으로 바른 말을 한다. 그런데 그들에게 없었던 것은 욥의 고통을 자기의 고통을 느낀 사람처럼 함께 느끼고 공감하는 것이 없다. 어머니의 아픔을 유일하게 자신의 모습처럼 느끼는 것은 창래이다. 어머니처럼 아파하고 분노하고, 어쩔줄 몰라 한다. 이것은 원래 크리스천이 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것은 철저하게 무력한 것을 견디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의 핵심은 거창하고, 신비롭고 위대한 일보다는, 하나님이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고 우리와 고통을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돈과 시간을 들여 왜 이렇게 힘들고 불편한 영화를 보게 하는가? 우리는 영화에서 창래의 모습(위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를 보고 아버지는 직장으로 바로 떠나버리고, 그곳에 남아 힘들어 하는)을 통해 불편하고 고통받고 힘들고 아픈 삶을 살아가는 것을 함께 아파하는 것, 같이 먹먹해 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 감독: 밝은 영화는 우리를 위로해 줄 수 없다. 우리의 삶이 힘들다는 것은 수학공식처럼 정명하다. 기도를 통한 하나님의 만지심과 손길 신앙은 우리에게 강력한 위로와 힘이 있다. 성경에 “즐거워하는 사람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는 말을 교회에서 많이 얘기되야 한다. 사회적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한국 교회가 사회와 같이 아파하고 호흡해야 한다. 이것이 이 교계의 문제를 헤쳐나가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성 목사: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못하면서 눈이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할 수 없다”는 구절이 있다. 사랑은 피상적이지 않다.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구체성을 띄기 시작한다. 경쟁 사회에서 뒤쳐지지 않게 살기 위해 노력하는 현대인들은 효율성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쓰면서 우리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내용과는 많은 시간들을 보내면서 정작 우리가 함께해야 하는 사람들과는 시간을 쓰고 있지 않는다. 참으로 현대인들의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 맻는말
심 교수: 우리가 고난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은 함께라는 것, 혼자가 아니라는 것, 그것이 우리를 치유하는 가장 큰 사랑인 것 같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에 있어서 누군가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낭비라는 사고와 가치관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함께 하는 사랑의 힘이 이 영화 중요한 주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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