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는 나를 성숙하기 위한 ‘하나님의 초대’”
자신의 욕망 위해, ‘하나님과 동료’ 이용 말 것
자기 성취에서 눈을 떼면, 비로소 기적 보여...
“은퇴 후, 무엇이 오던 나는 기쁘게 받아들일 것”
지난달 6일 주일예배에서 ‘은퇴 선언’을 했던 청파교회 김기석 목사가 최근 CBS의 유튜브 채널 ‘잘잘법’에서 은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김 목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계획”이라며 “어떤 일이 닥쳐와도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김 목사는 “은퇴라는 것은 공적인 일에서 물러남도 의미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삶의 경험 세계를 향한 돌입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퇴’는 나를 성숙하기 위한 ‘하나님의 초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나이 듦’에 대해 “젊을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았다. 나이가 드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적다는 것을 알아채기 시작했고, 슬프지만 그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니까 오히려 여유가 생겼다. 너그럽게 주변을 바라볼 수 있고, 이전에는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조차 ‘얼마나 힘들까?’라는 생각으로 바라보게 됐다”며 “나는 이것이 나이 듦이 주는 선물 가운데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것은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성찰해 가면서 깊게 생각해야 선물임을 알게 된다. 이런 ‘성찰과 내면화, 따듯한 바라봄’은 삶에서 의도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최근 천문학 책을 보며 깨달은 것이 “이 넓은 우주에 아직까지 생명의 증거는 오직 지구 뿐”이라며 “그 가운데 존재하는 우리의 삶은 우주적 기적”이라고 했다. 이어 김 목사는 “그런 면에서 물이 흐르는 것도, 대지에서 식물이 싹이 틔우는 것도 놀라운 기적이고, 우리가 서로 마주보며 미소를 짓는 것도 기적이다. 이것은 우리에게 고마움”이라며 “그런데 내가 해야 할 일들과 성취해야 할 목표에 사로잡혀 있으면 이것이 잘 안 보인다. 그런데 이런 목표로부터 조금 거리를 두고 눈을 열면 기적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내가 오늘 누리고 살고 있는 삶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인가’를 깨닫기 시작한다. 그때 내 속에 떠오르는 것이 ‘고마움’”이라고 했다.
김기석 목사는 “세상의 이 기적을 향유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있다”며 “초기 기독교의 교부 어거스틴은 우리에게 ‘향유와 사용’이라는 말을 구별해서 들려준다. ‘향유’라는 말을 있는 그대로 우리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것을 누리는 것이다. ‘하나님의 은혜’, ‘동료와 더불어 살아감’ 등이 그런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물건을 사용하여 일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 사람들은 이것을 사람들이 뒤집어 놓고 살기도 한다. 하나님을 사용하려고 한다. 즉 내가 바라는 바를 얻어내기 위해 하나님을 사용하려는 태도가 있다. 또 내 욕망을 이루기 위해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을 수단으로 사용하기도 한다”며 “오히려 사용해야 할 수단을 내 인생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 줄 것같이 여기며 거기에 탐닉하는 삶이 전도된 삶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향유와 사용’을 바르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우리의 삶에서 소중하다”고 했다.
김기석 목사는 ‘은퇴 이후에 행복한 삶을 사는 이들의 특징’에 대해 “은퇴하기 전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서 애쓴다. 때때로 그것이 우리의 인생에 보람을 주기도 하지만, 인생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 모든 짐들을 벗어놓고 나면 그 짐으로부터 해방된 자유로운 존재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시작한다”며 “이전에는 일에 치여 보이지 않던 이웃들도 보이기 시작하고, 은퇴 이후에 공적인 일에 조금씩 참여하면서 자신의 재능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봉사하는 사람을 나는 제법 많이 보고 있다. 이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정말 행복하다’이다.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일에 나를 선물로 줄 수 있는 사실이 인간에게 큰 보람이나 기쁨을 줄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김기석 목사는 자신의 ‘은퇴 준비 상황’에 대해 “그동안 조금 마련했지만, 우리 시대 기준에서 살아갈 대책이 별로 없다. 그냥 내게 주어져 있는 여건만큼 살아갈 것이다. 그래서 마음은 편하다”며 “적게 먹어야 한다면 적게 먹고, 좁은 집에 살아야 한다면 그것도 기쁘게 받아들이겠다. ‘무엇이 나에게 오던 나는 받아들이겠다. 기쁘게’ 이 생각 한 가지는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은퇴 후에 무엇을 할 것이냐?’라고 질문한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할 것’이라고 대답하면, 사람들이 그럴 일이 없다 라는 투로 ‘그래도 뭔가 하실 거잖아요’라고 말한다. 사람들이 ‘무엇인가 한다’는 표현을 좋아하는 것 같은 직감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하겠다’라고 대답을 했다. 즉,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내게 의미 있는 일로 채워 가겠다는 생각이다. ‘나는 이것을 해야겠다’고 구체적으로 계획한 것이 없다. 내게 요구되고 있는 바에 내가 응하면서 살겠다는 것”이라며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살면서 목회자든 신자든, 누가 됐든 삶에서 괴로운 일이 있고 해결되지 않은 일로 마음이 무거울 때, 문득 누군가가 나를 떠올리고 나를 찾아오면 함께 차 한잔 마시며, 이야기도 하고 산책도 하면서 그 어려움들을 함께 나눠주고 싶다. 그리고 ‘내가 그대와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그들에게 줄 수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 주어진 은퇴 이후의 삶의 하나의 길이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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