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연합기관 통합 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떠올랐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간에 통합을 위한 합의안이 나온 가운데 양 기관이 구체적인 절차를 밟기 시작했는데 기대 못지않게 진행 과정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두 기관 통합의 밑그림은 이미 나왔다. 명칭은 역사성이 있는 한기총의 이름을, 정관은 한교총의 것을 토대로 하는 방식이다. 재산처리, 직원 문제 등 세부적인 사항도 양 기관 통합추진위 간에 적절한 합의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한교총 통추위원장 소강석 목사가 지난 18일 상임회장회의에 보고한 내용은 △통합 기관 명칭을 ‘한국기독교총연합회’로 정할 것 △임원은 기존 한교총 정관을 토대로 규모에 따라 가·나·다순으로 분류된 각 교단에서 대표회장 1명, 공동대표회장 2명을 선출할 것 △한기총에서 이단성 있는 교단을 제외한 상태에서 조건 없이 통합할 것 △이단성 관련 사항 처리는 공 교단의 기존 결의대로 회원권을 부여하지 않고, 통합된 기관 운영에 따른 쟁점 처리는 ‘후속처리위원회’를 두어 처리하기로 한 것 등이다.
양 기관 사이에 이 정도 합의가 됐다면 통합까지 8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남은 건 두 기관이 각각 임시총회를 열어 통합을 결의한 후에 통합 총회를 개최하면 모든 게 완결된다. 그런데 앞으로 얼마 남지 않은 과정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기총은 오는 9월 7일 임시총회를 개최해 통합을 결의할 방침이다. 일단 한기총 명칭을 쓰기로 했다는 점에서 임원 다수가 통합에 긍정적인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난 16일 열린 임원회에서 양 기관의 정관을 비교해 문제점을 시정하자는 의견이 나온 만큼 변수가 생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에 비해 한교총은 비교적 신중한 입장이다. 상임회장회의에선 또 다시 한기총 내 이단 문제가 거론됐다.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통추위원장 소강석 목사 등이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으나 각 교단 총회장들은 대체로 서두르지 말자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날 예장 고신 권오헌 총회장은 “몇 년이 걸리더라도 이단 문제를 명확히 분석하고 충분히 조사해 합의해야 한다”며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통합이 추진된다면 고신은 빠지겠다”고까지 했다. 예장 통합 이순창 총회장도 “이단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명시한 이후 통합하는 것이 옳다”며 “연합기관 통합 논의를 각 교단 총회 이후에 하자”라고 제안했다.
일부 교단장이 제기한 이단 문제에 이영훈 대표회장은 문제가 된 인사는 한기총 내부에서 제명 또는 행정보류 등의 조치를 이미 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걸림돌이 다 치워졌다는 뜻인데 교단들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몇몇 사람에 대한 조치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게 교단의 판단이다.
선교단체 회원권 문제를 지적하는 발언도 있었다. 예장 대신 송홍도 총회장은 “선교단체의 회원권 문제도 합의해야 할 사항”이라며 통합 속도 조절에 힘을 실었다.
한교총 상임회장단 회의에선 부정적인 발언이 많이 쏟아졌음에도 일단 양 기관의 통합을 계속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거론된 문제점들을 검토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이상 통합이 완성되기까지 앞으로 좀 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9월 장로교단 총회에서 한 교단이라도 반대하는 교단이 나오면 통합의 동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교총의 신중한 분위기가 통합 문제를 결의할 한기총 임시총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변수다. 당장 한교총 내부에서도 지적된 한기총 내 선교단체 회원권 문제가 가장 큰 쟁점이 될 수 있다. 한교총 정관대로라면 한기총 내 선교단체는 ‘업저버’ 신분으로 남을지 탈퇴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이 이뤄지지 못하면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제들이 원만하게 해결된다고 해도 첩첩산중이다. 한교총 주요 교단들이 두 기관 통합에 적극 찬성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동의하는 분위기여야 하는데 지금으로 봐선 그것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한기총 내 이단 문제, 이미지 문제 등을 거론하고 있는 속내는 굳이 통합해서 얻을 실익이 없다는 데 있다.
이런 부정적인 기류는 통합 작업이 소수 인사의 전유물이 돼 온 것과도 연관이 있다. 통합의 공감대가 주로 위에서 이뤄지다 보니 아래로 전달돼 전체로 확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통합 논의에 한국교회연합(한교연)이 빠진 것도 명분 약화를 불러왔다. 그러다 보니 3~4년간 매듭짓지 못한 문제점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발목을 붙잡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한국교회가 하나 돼야 한다는 목표와 명제에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갈수록 교세가 감소하고 선교 동력을 상실하게 된 원인이 교회 분열과 갈등 등 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데 큰 요인이 있다는 점에서 연합과 통합이 이를 치유할 강력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힘만으론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건 이미 과거 통합 과정에서 숱하게 드러난 문제점이다. 누군가 앞장서서 추진하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한두 사람의 공명심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교회는 생명을 지닌 주님의 몸이란 인식이 중요하다. 그것이 현 통합 작업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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