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교회(담임 최상훈 목사) 수요예배에서 지난 16일 이용규 선교사(인도네시아)가 ‘하나님의 때’(전3:1-11)라는 제목으로 메시지를 전했다.
이용규 선교사는 “발리에서 조금 더 적극적으로 도전에 반응하는 훈련을 하면 좋겠다는 마음에 서핑을 배우러 나간 적이 있다. 서핑은 보드 위에 몸을 기울이고 있다가 파도가 확 몰려오는 순간 그 타이밍을 읽어서 파도 위에서 보드에 몸을 맡기고 일어나서 중심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그 타이밍이 너무 중요하다. 너무 앞서서 일어나면 파도가 보드 뒤쪽을 치면서 고꾸라져 버리고, 너무 늦게 일어나면 파도는 이미 지나가 버린다”고 했다.
그는 “서핑은 내 힘으로 나를 움직이는 게 아니다. 파도가 나를 이끌고 간다. 내가 파도를 일으킬 수는 없다. 내가 할 일은 파도가 이는 곳으로 가는 것이다. 부름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나를 맡기는 것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이때야’라고 말씀하시는 그 순간, 일어나서 내 몸을 보드에 맡기는 것이다. 저는 그 보드가 바로 믿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이 이때라고 하실 때 내 몸을 믿음에 의탁하고 중심을 잡으면 그 파도가 차원이 다른 스피드로 나를 끌고 가는 걸 경험하게 된다”고 했다.
이어 “제 사역의 영역에서 그런 경험들이 있었다. 어떤 때는 하나님께서 저의 손발을 꽁꽁 묶고 아무 일도 못 하게 막으신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었다. 아이 넷을 데리고 인도네시아에 갔는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일해주실 거라고 기대했던 것들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이었다. 비자 문제도 해결이 안 되고, 사역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도와주겠다는 분도 하나도 없었다. 또 췌장 수술 후에 후유증 때문에 평생 병원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은 상황이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때는 하나님께서 5분 단위로 일을 일으키시고 뭔가 강력한 힘이 나를 휘감고 확 밀고 가시는 것 같은 때를 살아가기도 했다. 오늘 성경에서 말씀하시는 것처럼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다”며 “인생의 패키지”라고 했다.
이 선교사는 “그런데 파도를 탈 때 이게 하나님께서 인생을 경영하는 방식이라는 걸 느꼈다. 우리 인생 가운데 하나님께서 너를 향해 부딪치는 그 파도를 맞으면서 파도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라고 명령하시는 때가 있다. 그리고 그 파도가 이는 한복판에서 하나님이 보내시는 큰 파도를 기다리며 몸을 납작 낮춰야 한다. 고개를 낮추고 그 파도의 타이밍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라고 말하는 순간 파도에 몸을 맡기면서 보드 위에서 일어서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이런 인생의 파도타기와 같은 경험을 여러 번 한 것 같다. 많은 분들이 제가 자카르타 국제대학교와 코너스톤 글로벌 아카데미 사역을 하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이야기할 때가 있다. 그런데 우리 사역자들은 이 사역은 누가 와서 해도 안 되는 사역이었다는 걸 알고 있다. 저희가 그 대학을 세운다고 했을 때 어느 누구 하나 잘한다고 말하는 분도 도와주겠다고 하는 분도 없었다. 이건 그저 하나님이 파도를 보내주실 때 그냥 균형을 잡고 일어서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나님께서 저에게 하라고 하시는 일은 딱 하나, 광야에서 깃발을 들고 흔드는 것이었다. 하나님이 주신 꿈을 선포하고 그 자리에서 버티고 깃발을 들고 서 있는 것이 저의 역할이었다”고 했다.
이 선교사는 “5년 전에 고등교육부에서 저희에게 두 개의 단과대학 허가를 내주었다. 지난 십 몇 년간 인도네시아 고등교육부에서 신규 대학의 허가를 내준 것은 우리가 유일한 케이스라고 했다. 또 외국인이 운영하는 대학의 허가는 인도네시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또 영어와 미국의 기독교 커리큘럼으로 가르치는 초중고등학교를 정부의 허가를 받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하나님께서 그 시기에 새로운 제도와 법을 통해서 길을 여시는 걸 경험했다”고 했다.
또 “신규 단과 대학이 종합대학이 되려면 보통 십수 년이 걸린다. 저희는 첫 졸업생이 나오기 전에 종학대학 허가를 받으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졸업식 한 달 전에 최종 허가 결재권자가 미국 순방을 하러 가서 돌아오지 않고 있었다. 저는 속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졸업식을 일주일 남겨두고 허가가 나왔다는 연락이 왔다. 졸업생들은 하나님께서 늦지 않게 일해주시는 것을 경험하면서 눈물을 터뜨렸다”고 했다.
이 선교사는 “저는 이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 건지, 도대체 누구 때문에 하나님께서 이렇게 급박하게 일하시는 건지 생각한 적이 있다. 그 시기와 맞물려서 한 가지 깨달아진 게 있었다”고 했다.
그는 “어느 날 아이들을 기다리면서 우리 집을 보는데, 그 집을 인도네시아가 아닌 어디에서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예전에 몽골에서 이사할 집을 찾을 때 하나님께 예비해 주시는 집의 인도함을 받고 싶다고 기도한 적이 있었다. 그때 미국의 타운하우스 같은 느낌의 집을 보여주셨다. 당시 몽골에는 없는 집이어서 천국에서 살 집을 보여주시는 건가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에서 집을 보는데 기도했을 때 봤던 장면이 오버랩되었다. 그리고 17~18년 전에 하나님께서 제가 인도네시아에서 살 집을 미리 준비해 놓고 계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바로 하나님의 예비하심이고 이것은 하나님의 타이밍에 드러나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이어 “우리 학교는 가난한 기독교 섬에 교육의 기회가 없는 아이들, 특히 목회자와 선교사의 자녀들을 데려와서 교육하고 있다. 또 아프간에서 난민으로 와 있는 아이들도 있다. 저는 하나님께서 이 아이들 때문에 내가 인도네시아에서 할 일을 주시고 인도네시아에서 살 집까지 준비하고 기다리고 계신 거라는 걸 알게 되었다. 또 저는 아펜젤러 목사님이 세운 배재고등학교 101회 졸업생이다. 그 졸업의 의미가 무엇인지 하나님께 물은 적이 있는데 지나고 보니까 내가 나온 학교의 파운더가 했던 일을 지금 아이들을 위해서 하고 있다는 게 연결되었다. 저는 이게 하나님의 타이밍이고 하나님의 복선이라는 걸 이제 깨닫게 되었다”고 했다.
이 선교사는 “우리 삶의 시점에선 하나님께서 우리 인생에 하시는 일의 시종을 측량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일 가운데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타이밍을 맞춰 살아갈 때 우리의 삶의 궁극적인 관심이 영혼을 사모하는 것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파도는 내가 만드는 게 아니라 하나님이 만드시는 것이다. 우리는 그저 가라 하시는 곳에 가서 서라 할 때 서서 깃발을 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프간 난민 출신의 한 학생의 이야기를 전하며 불공평한 은혜에 관해 말했다. 그는 “아프간 난민 출신의 한 학생의 팔뚝에는 불공평이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장래의 꿈을 가지고 살던 아이가 어느 날 부모를 잃고 길바닥에 나앉은 것이다. 어느 날 아이는 이민권 승인이 나서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다. 저는 아이에게 아직도 팔뚝에 쓴 불공평이 유효하냐고 물었다. 아이는 웃으면서 길바닥에서 부모 없는 삶에 대해서 한탄하고 원망했는데,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많은 선생님과 부모님을 만났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아프간을 떠올리기조차 싫어하던 아이들이 아프간의 복음화를 위해서 기도하기 시작하고, 때가 되면 그곳에 가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같은 하찮은 인생 때문에 고귀하고 흠 없고 죄 없는 하나님의 아들이 대신 죽어주신 것, 우리와 인생을 바꿔주신 것보다 불공평한 일이 없다. 그런데 우리 인생은 그런 불공평한 은혜에 기초하고 있다. 저는 아이에게 네 인생에 진짜 불공평한 일이 일어나서 그것이 너를 새롭게 살릴 수 있게 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얘기해 줄 수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까 하나님의 수많은 계획과 복선 가운데 내 인생이 이끌림을 받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님께서 반응해 주지 않겠냐고 질문하실 때 내가 주님을 신뢰하면서 반응하겠다고 내 몸을 그냥 맡겨드렸던 그것밖에 없다”고 했다.
이 선교사는 “어느 날 아내가 저에게 옛날로 돌아갈 수 있다면 같은 길을 선택했을지 질문했다. 오늘 말씀을 보면 이런 때도 있고 저런 때도 있다. 하나님께서 묶으실 때도 있고 푸실 때도 있고, 끌고 가실 때도 있고 중간에 내버려 두실 때도 있다. 그런데 이 모든 여정 가운데 하나님과의 동행이 이뤄졌을 때 그 순간순간에 담기는 은혜가 있다. 아내의 질문 가운데 제 인생을 돌아보니까 삶의 고비마다 묻어나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는데, 그 은혜중에 버릴 것이 없었다. 저는 아내에게 다시 선택해도 똑같은 선택을 했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돌아보니 다 은혜의 씨줄과 날줄로 짜인 하나의 천이기 때문에 버릴 것이 없었다”고 했다.
이어 “때로는 우리 인생 여정 가운데 버리고 싶은 순간, 지워졌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푸른 초장만 경험했으면 좋겠고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는 건너뛰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그런데 하나님이 이끄시는 여정 가운데 이 모두가 하나의 패키지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 모든 여정은 거기서 경험하는 하나님의 은혜에 초점이 맞춰진다. 우리 인생 가운데 지금은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특별한 은혜의 씨줄과 날줄이 있고, 또 그것이 하나님의 특별한 예비하심의 은혜 때문임을 고백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하나님의 때를 맞아 주님께서 ‘이때야’라고 말씀하실 때 우리가 많은 걸 할 필요가 없다. 헤엄치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가 들고 있는 그 믿음의 보드 위에 나를 맡기고 한 방향을 향해 서 있으면, 나머지는 하나님께서 생각지 않은 방식으로 나를 끌어올리고 내가 생각하지 못한 스피드로 이끌어 가시는 순간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하나님께서 나를 대신해서 이 광야에서 깃발을 들어주지 않겠냐고 말씀하실 때 허허벌판을 바라보면서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나도 모르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예비하셨던 하나님의 특별한 은혜의 손길들이 때를 따라 만나질 것이기 때문이다. 또 내 인생이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지독히도 불공평했던 그 은혜가 우리 인생 가운데 유일한 소망이 되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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