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 박상진)가 최근 서울 서초구 소재 백석대학교(총장 장종현) 비전센터에서 ‘공적 영역에서의 기독교학교교육’이라는 주제로 제3차 기독교적학교교육 포럼을 열었다.
이날 먼저, ‘마을과 함께하는 기독교학교교육: 교육의 공공성을 추구하는 크리스천 교육학자의 정체성 찾기’라는 주제로 발제한 강영택 교수(우석대 사범대학)는 “기독교교육과 마을, 교육, 공동체는 샬롬과 세계 형성적·변형적이며, 시대적 사명에 응답하고, 참된 지식 교육으로서의 기독교 교육으로서 건강한 마을공동체 형성의 기반과 방안을 제시한다”고 했다.
강 교수는 “일제강점기의 마을교육공동체의 성격을 가진 학교로는 오산학교(평북), 명동학교(북간도), 송산고등농사학원(평남), 신천농업학교(황해도), 마산복음농업실수학교(경남), 봉안마을(가나안농군학교, 경기도) 등이 있다”고 했다.
이어 “등장 배경은 유교적 이념에 근거한 이상적 마을공동체를 동경하는 전통과 근대적 사상과 가치를 추구하는 이상향 건설(안창호)과 교육구국 사상, 탐관오리의 학정과 일제의 약탈을 피해 고향을 떠나 낯선 곳으로의 이주 그리고 고난을 극복한 덴마크 그룬트비히의 사상과 실천의 영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명동학교와 명동촌의 마을교육공동체가 있다. 그 특징은 먼저, 명동학교와 명동촌의 유기적 협력관계에 있다”며 “명동학교의 설립과 운영 주체로서 명동촌이 존재했다. 이주민들은 처음부터 나라를 구할 인재 양성을 위한 학교를 구상했고, 김약연·김하규·남위언은 이주민들의 지도자들로서 고향에서도 학자와 교육자로서 신망이 높은 인물들이었다”고 했다.
이어 “이주민들이 명동촌에 정착하려고 토지를 매입할 때 제일 좋은 땅을 구별하여 학전(學田)으로 지정했고, 마을은 학교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물적 자원뿐 아니라 핵심 교원들도 배출했다. 그래서 명동학교가 큰 어려움에 빠졌을 때 마을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또한 “명동학교와 명동촌은 호혜적 관계였다”며 “명동촌은 학교의 운영을 책임지고 어려운 재정 부담을 감수했고, 주민들은 학전을 마련해 주었고, 교사들의 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제공해 주었다. 그리고 1920년 일제에 의해 학교가 전소되었을 때 당시 교장, 교직원과 학생, 주민들이 힘을 모아 복구했으며, 명동학교는 야학을 세워 학교를 오지 못하는 주민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두 번째로 명동촌 혹은 북간도는 건강한 교육생태계를 형성했다”며 “명동학교는 아동들에게 근대적 가치와 애국정신을 교육하는 공간의 역할을 하였고, 마을은 동일한 가치와 정신이 생활 속에서 실천되는 현장으로 보았다”고 했다.
이어 “마을이 교육생태계로서 작용함으로 아동들은 학교에서뿐 아니라 마을의 삶에서 큰 영향을 받았고, 윤동주의 시적 공간으로도 활용됐다”며 “명동학교 지도자들은 명동촌을 넘어 북간도 전 지역이 건강한 교육생태계가 되도록 노력했고, 북간도를 민족적 유대감이 있는 자치 지역으로 만들려고 시도했다”고 했다.
아울러 “명동촌은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하는 모범적 태도를 보이는 마을이었으며, 신분과 성별의 차별을 극복한 평등한 마을이었으며, 일제와 중국과 같은 외부의 통제를 벗어난 자치적 마을이었고, 기독교 신앙을 공유된 신념으로 예의범절을 지키는 신뢰의 마을이었다”고 했다.
이어 두 번째로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종교교육’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정문선 박사(성균관대)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종교교육을 논의한다는 것은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되었든, 어떤 형식의 종교교육을 떠올리든 종교가 공적영역(공론장)에 참여하는 것에 관한 논의와 관련된다”고 했다.
정 박사는 “다원주의자들은 종교를 ‘진리 혹은 지식(체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신념’으로 이해한다”며 “그들은 종교를 상황, 언어, 역사적 배경에 따라 다른 일종의 주관적 신념체계로 본다. 따라서 다원주의 사회에서 종교는 상대적 가치를 갖는 신념으로 지식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이며, 종교는 공적 지식으로 논의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고 했다.
이어 “물론 종교에는 신념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종교는 생생한 실재(Reality)”라며 “예를 들어 ‘나는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것을 믿는다’는 진술은 신념의 문제이지만,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진술은 ‘사실’과 관련된 지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자는 사적 선택의 문제이지만, 후자는 개인의 취향이나 선호와는 상관없는 공적 지식의 문제”라며 “실제 삶에서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날카롭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다.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을 구분할 수 있으며, 사적 신념은 공적 영역에서 논의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사실은 하나의 신념이다. 따라서 다원주의는 논리적으로 자기모순을 안고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신념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서는 다원주의일 수 있지만, ‘사실’과 관련해서는 그럴 수 없다”며 “다원적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종교는 사적 신념이 아닌 공적 지식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공적영역 내지 시민사회에서보다 적극적으로 대화와 토론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종교가 세계와 인간에 대한 사실을 담고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하나의 공적 지식으로서 교육을 통해 가르쳐질 수 있으며, 또한 마땅히 가르쳐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공공신학은 다원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신학적 문제의 다양성만큼 그 내용과 방법이 다원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 박사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종교교육의 목적은 세속적 인본주의적 관용이라기보다는 마우(Richard Mouw, 1940~, 미국 신학자·철학자)가 제안하는 ‘신념 있는 교양’을 지향해야 한다”며 “신념 있는 교양은 한편으로는 교양 있는 사람들이 더 확고한 신념을 갖도록 하는 것으로, 이것은 ‘전도’와 관련이 된다”고 했다.
이어 “다른 한편으로는 강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더욱 교양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다. 이것은 ‘성화’와 관련된 것으로, 전자를 위해서는 일종의 복음전도가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의 선한 사람들이 복음을 알고 그것에 대한 강한 확신을 품고 살아갈 수 있도록 초대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그럴듯한 말로만 복음을 전하거나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자의 삶이 참으로 매력적인 생활 방식임을 최선을 다해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우리가 하나님 안에서 성화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함을 촉구한다”며 “그리스도인으로서 더 온유하고 더 흠모할만한 인격이 되는 법을 배우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살아가고자 애쓸 때, 우리는 신념을 가지면서도 교양을 갖춘 시민이 될 수 있을 것이며, 구별된 삶을 보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종교교육은 단순히 종교 내지 세계관 사이의 표층적인 차이와 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그것은 교육에서 학생들이 직면하는 실존적 문제에 적극적으로 직면하도록 돕고, 타자와의 상호존중을 전제로 한 열린 대화를 통해 진정한 자기 이해와 공동선을 위한 포용성을 갖추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이러한 종교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진리에 대한 진지하고도 열린 탐구 태도를 갖추도록 하고, 성찰적 이해를 지향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기독교적학교교육 포럼은 이 땅 교육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소망하는 교육학·기독교교육학을 공부하는 학자들의 모임으로, 자신의 공부와 학문을 통해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육을 드러내고 확장하는데 그 목표를 두고, 함께 고민하고 연구하는 공동체다. 기독교적 학교교육을 연구해 오신 선배 학자들과, 관련 박사 학위 소지자와 박사과정 학생을 주 대상으로 하며, 기존의 선배학자들과의 멘토링을 통해 이 분야의 학문 후속 세대를 길러 가는데 그 목적이 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박상진소장 #제3차기독교적학교교육포럼 #다원주의사회 #종교교육 #강영택교수 #정문선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