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캠퍼스 선교단체인 한국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University Bible Fellowship, 이하 UBF)의 대표의 이·취임식이 서울 종로에 위치한 UBF 본부에서 열렸다. 지난 코로나 팬더믹 3년 동안 대표직을 맡은 김모세(학모) 전 대표는 공식적으로 6월을 마지막으로 대표직을 내려놓는다. 지난 이·취임식에서 김 전 대표는 “UBF의 새 기초를 놓는 작업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3년은 코로나로 다들 힘든 기간이었지만 김 전 대표는 “이러한 때에 대표가 되어 ‘세대 간의 갈등 중재, 공동체 정체성 재확립, 선교 지원체계 확립’ 등 한국UBF의 굵직한 문제들을 잘 다룰 수 있었다”고 했다. 이를 기초로 이제 신임 대표(느헤미야 김 목사)가 이끄는 한국UBF가 이들의 기초 정신인 ‘성서한국, 세계선교, 캠퍼스 사역’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UBF 김모세 전 대표는 이임사에서 “나는 조금 자유로운 성향의 사람으로 UBF를 몇 번 떠나려 시도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대표까지 됐다”고 고백했다, 그가 대표 기간 동안에 하나님이 이루신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국UBF 본부에서 만나보았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Q. UBF의 창립자 故 이 사무엘 목사님 전기를 내셨다.
A. 이 책은 꼭 나와야 하는 책이었고 또 적절한 시기에 나왔다. 이 책에는 UBF 개척 초기의 사람들, 즉 이사무엘 선교사님과 이 선교사님으로부터 직접 훈련받고 동역해 온 선배, 선교사들의 사상, 믿음, 성경공부, 등의 내용들이 잘 담겨있다. UBF의 정신은 ‘성서한국’, ‘세계선교’, ‘캠퍼스 미션’인데 이것이 어떻게 UBF 내에 확고하게 자리를 잡게 되었는지 이 책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이사무엘 선교사님은 2002년 작고하셨다. 그래서 이때를 지나 UBF에 들어온 세대들은 선배들을 통해 그분에 대해 듣고 배우기는 했지만 그가 어떤 분이셨는지를 인격적으로도 잘 모르고 그가 어떻게 UBF 역사를 섬기셨는지를 잘 모른다. 그리고 이런 젊은 세대들이 본부 스테프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 가운데는 초기와는 달리 UBF에 대한 정체성도 약화되어 있었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에게 이사무엘 선교사님의 믿음과 사역에 대해, 그리고 이분에 우리 모임에 남긴 신앙의 유산을 체계적으로 전수할 필요를 느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과거와는 달리 온라인을 통해 다른 단체나 사역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듣고 배우고 있다. 이렇게 듣고 배우는 것은 좋지만 이런 것을 무분별하게 도입하면 상대적으로 우리 UBF의 정체성이 흐려지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 실제 UBF의 독특성과 차별성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UBF는 어떤 모임인가, 그 정체성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이 책을 만들게 되었다.
먼저 이 사무엘 목사님의 초기 직계 제자들로부터 많은 자료들을 모았다. 이 사무엘이 처음 사역하신 광주 UBF에는 그때의 각종 회의록 등 자료들이 모두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사무엘 선교사님들로부터 직접 배우고 훈련받고 선교사로 나간 많은분들의 간증을 세계 각처에서 모았다. 이 자료를 준비하는데 약 7년이 걸렸다. 그리고 이 자료들을 연도별로 정리하고 또 내용을 따라 분류하였다. 그래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으로는 2021년 ‘세계선교보고대회’에 맞춰 발간하려고 했는데 수 없는 교정, 출판 일정의 어려움 등으로 2022년에 비로서 나올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초기 사역의 내용, 배사라(Sarah Barry, UBF의 공동창립자) 선교사님을 만나게 된 배경 등이 나와 있다. UBF는 처음부터 제자양성을 하는 모임으로 출발했다. 모인 학생들은 성경공부와 기도에 대해 아주 열정적이었고 그런 만큼 비젼도 강했다. 그러면서 전국이 개척되고 세계선교가 시작되었는데 이런 부분들이 이 책에 명확하게 잘 정리 되었다. 이로서 우리 모임의 시작과 함께 초기 개척 조상들의 믿음을 알고 배울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것이 우리 UBF 정체성을 재확립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전기는 인물편과 역사편, 2 권으로 구성됐다.
UBF가 초기 광주, 서울을 비롯해 전국적인 개척의 확산, 이어 유럽과 미국, 중남미, 아시아, CIS, 아프리카까지 초기의 세계 선교 개척 기사가 잘 나와 있다. 그리고 그에 맞는 사진들도 적절히 잘 넣어 현장감 있게 책 내용이 전개되었다. 이것은 전국의 UBF 센터에 배포됐을 뿐만 아니라 각 선교지에도 다 배포됐다. 이로 인해 UBF의 젊은 세대들도 UBF의 정체성과 독특성 등을 이해하고 확신 속에서 우리 고유의 영적 유산을 이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Q. 어떤 세대 간의 갈등이 있었나?
A. 개척 초기부터 80년대 한국 기독교의 부흥에 역사를 개척하고 섬긴 초기의 개척자들, 곧 시니어 세대들은 이사무엘 선교사님 믿음에 대해 깊은 존경심이 있고 모임에 대한 정체성이 강하다. 그리고 UBF 역사에 대한 방향성도 분명했다. 그런데 새로운 세대들은 생각이 좀 다른 거다. 2000년대가 넘어서 UBF에 들어온 젊은 세대들은 ‘1대1 성경공부’, ‘소감문작성’, ‘제자양육’ 등 기존의 것들이 중요하고 좋은 것인줄은 알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끼며 뭔가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입하고 싶은 것이다.
또한, 젊은 세대들은 신학공부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기성세대보다 더 체계적인 성경의 이해를 갖고 싶고 더 많이 배우고 싶은 요구가 있었다. 80년대는 윗사람에게 공경하는 문화가 있어 질서도 분명했고 또 당시는 오늘날과 같은 정보화사회도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지식을 가질 방도가 별로 없었다. 그래서 배운 것으로 열심히 기도하며 가르쳐 큰 개척역사를 이루었다. 그런데 새로운 세대들은 더 많은 지식을 얻고 많은 정보에 자유롭게 접촉한다. 이에 기존의 개척 세대들은 새로운 세대들이 UBF 초기로부터 시작된 좋은 전통에 이질적인 요소들을 끌어들이려고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장차 UBF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우려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자연히 새대 간의 갈등이 생긴 것이다.
나는 1세대와 그 다음세대에 ‘낀’ 세대이다. 그래서 UBF의 대표로 섬기는 과정에서 양쪽의 갈등을 잘 이해해고자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대표임기 기간을 ‘UBF의 과도기’라고 생각했다. 다음세대를 향한 기성세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다음세대들이 모임 내에서 자기 정체성을 잘 지키며 활동할 수 있도록 상호 신뢰를 위한 ‘중재 역할’을 하고자 한 것이다. 기존 세대와 젊은 세대가 하나 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했다. 개척세대들을 깊이 이해하면서도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하나씩 수용해서 실천하고자 했다. 스텝들의 의견을 잘 듣고 그들이 원하는 것의 길을 열어주고, 그러면서도 개척세대의 목자님들의 헌신을 깊이 인정하고 감사하고 존경하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이러면서 UBF의 전통과 정체성를 명확히 확립하고자 했다. 이런 과정에서 기존의 개척 세대들은 후배 젊은 세대들을 믿어주면서 기도해주면서 격려해주었다. 이런 ‘하나 됨’의 역사는 앞으로 더 잘 이루어지리라고 믿는다.
Q. 이념의 문제도 있나?
A. 사실 이념이라든가 노선 등의 갈등은 없다. UBF는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라는 이름으로 모두의 방향이 분명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상대에게 귀를 기울이고 들어주고 이해하고 섬겨주는 것이다. 각 사람들은 본인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스스로 방향을 잡고 잘 해결해나간다. 문제는 '들어주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의논하며 나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디서든 다 마찬가지이지만 상대방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것, 이것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Q. 임기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A. 온라인으로 하는 ‘2021 세계선교보고대회’였다. 5년마다 하는 컨퍼런스이다. 코로나로 인해 모일 수 없다고 생각해 다들 이번에는 세계선교보고대회를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코로나를 겪다 보니까. 서로 모일 수도 없고 소통도 상대적으로 부족해지면서 뭔가 공동체가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줌(Zoom)을 사용해서 온 세계선교지와 연결하며 세계선교보고대회를 하고자 했다. ‘이것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스탭들이 마음을 합하니까 할 수 있었다. 각 대륙별로 대표를 세우고 간증을 해야 하니 영어의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미국 스태프들에 요청해서, 북미와 한국의 협력으로 이뤄졌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영상으로 제작하고 자막을 넣고 또 영상으로 리허설도 여러 번 해야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지체들과 모든 것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대륙별 시차를 고려해 진행해야 한다. 조를 짜고 리더를 세우고 그룹 스터디를 진행하는 것도 아주 복잡했다. 그런데 내용 면에서나, 기술적인 문제에서나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깝게 잘 됐었다. 이로써 세계 각 곳에 흩어져 있던 지체들이, 그리고 모임 내의 세대 차이 등이 잘 극복되어 하나가 되는 계기가 됐다.
감사했던 것은 온라인으로 하게 되니 평상시에는 세계 선교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다 함께 참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선교보고회가 현장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여기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 값, 호텔 값 등에 드는 돈이 많았다. 휴가를 못 내는 사람은 못 오고, 또 오지에서 사역하시는 분들, 가정 상황에 따라 많은 선교사님들이 오고 싶어도 못 왔었다. 그런데 ‘온라인 세계선교보고대회’를 하게 되니까 이런 문제 없이 세계의 구석, 구석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들어왔다.
몇 달 동안 이 대회를 위해 실제 진행을 위해 기술적인 연습해 보고 시나리오를 짜고,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스튜디오를 빌려 특별 프로그램을 만들어내야 하는 등 정말 힘든 일이 많았지만 잘 되었다. 이 세계선교보고대회는 이후 코로나의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코로나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축복이 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것이 이후 하나님 역사를 섬겨나가는데 큰 동력이 되어주었다. 무엇보다도 이 일로 인해 UBF가 하나 된 것은 참으로 감사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후 본국과 선교사님들 사이, 또 선교사님들과 선교사님들 사이의 교류가 더 활발해졌다. 서로 만나면서 힘과 위로를 얻는 계기가 됐다. 또한 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루면서 세계 각지에 선교사요 목자를 파송한 우리나라가 목자의 나라라는 인식을 다시 심는 계기가 되었다.
두 번째는 임기 중 코로나로 서로 대면으로 만나기는 어려웠지만, 이때 온라인 소그룹 모임을 만들고 활성화시킬 수 있어 감사했다. 스텝들 끼리 온라인 소그룹을 형성해 함께 연구하고 싶은 것들, 공부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교제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2주일에 한 번씩 모여 말씀 공부를 했는데 이제는 온라인으로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해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원하는 시간에 공부할 수 있었다. 이런 모임이 12개가 형성되어 스텝들이 지적 욕구를 채워가면서 말씀 공부를 더 풍성하게 섬길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소그룹이 20개까지 생겨 스텝들이 자기 원하는 분야를 공부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본국의 스텝들이 영어공부를 하게 되어 감사했다. 우리 모임이 세계선교를 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예전에는 영어 공부가 많이 강조됐었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에는 영어에 대한 문제의식이 많이 약해졌다. 이런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고 기도하던 차에 마침 선교사님들이 온라인으로 그룹 영어공부를 만들었다.
우리 모임에서도 상담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났다. ‘부부 갈등’, ‘자녀 갈등,’ 또한 제자양성 과정에서 부딪치는 인간 이해 문제 등 사실 우리가 공부해야할 것들이 많다. 물론 기존의 성경공부를 열심히 하며 목자의 마음으로 양들을 돕고 동역자 간의 갈등을 잘 해결해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예전 방식으로만 사람을 이해하기에는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상담학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이다. 우리는 성경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 때문에 성경적 상담학을 배우는 것은 매우 필요한 것 같다. 그래서 기독교 상담학 교수님들을 초청해 상담학 강의도 개설했다. 아마 이것이 자리가 잡히고 호응이 좋으면 상담 강의를 좀 더 확대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전국의 평신도 목자님들, 사모님들은 이런 특강 요구를 많이 한다.
선교사들을 위해 본국 UBF에서 교회사와 조직신학 등 각종 강의를 하게 되어 감사하다. 본부가 언제든지, 어디로든 선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질 좋은 강의를 해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UBF의 내용이 상당히 풍성해졌다. 남미 같은 경우는 남미 대표가 직접 주도해 다 같이 모여 온라인을 통해 강의와 교육을 나눈다. 이것이 전반적인 추세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선교사들이 견고한 말씀의 터 위에 서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Q. 코로나 기간에 대한 평가는?
A. 코로나 시기에 교인들이 잘 모이지 않아 재정도 어려워져 교회가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우리 모임이 이를 잘 극복하게 된 것은 감사한 일이다. 오히려 전국의 재정 상황도 더 좋아졌고 또 수적으로 성장하는 곳이 많았다. 그 이유가 어디 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그것은 우리가 ‘성경공부’와 ‘제자도’로 강조되는 말씀 중심의 사역을 이루기 때문이었다고 판단된다. 외적 상황이 어떻든 교회나 개인이 뿌리를 내리고 견고한 공동체가 형성하고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구제를 위한 헌금에 잘 참여해준 것도 감사하다. 우크라이나에 전쟁에도 헌금을 하자고 하니까 적극적으로 열심히 헌금했다. 코로나 기간 때에 세계 곳곳에서 자비량으로 선교하던 많은 분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워졌다. 그런데 이들을 위해 헌금하고자 할 때 많은 지체들이 헌신적으로 헌금하므로 선교사들이 잘 도와줄 수 있었다. 결국은 교회는 제자도가 강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이것이 환란 속에서 하나 되며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기반이요, 힘이다.
과거에는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무엇을 하는 것을 번거롭게 여기고 이에 대한 거부감이 많았었다. 그런데 코비드로 인해 온라인이 삶에 깊숙이 들어오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온라인 사역은 코로나가 우리에게 가져다 준 큰 선물이 됐다.
Q. 문화사역에 대한 견해가 있는가?
A. 예수님을 믿기 전 대학생 시절에 데모하다가 제적당하고 다시 복학하기 전 5년 동안 나는 책과 음악, 문학을 많이 접했다. 이것이 나중에 말씀을 전하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됐다. 그래서 누군가 책이나 상식, 예술에 관해 어떤 내용에 대한 얘기를 하면, 독서의 바탕이 조금 있었던 나는 이것을 비교적 잘 이해했고, 사람들과 소통이 원활했고, 주일에 말씀을 전할 때도 내용이 풍성해졌다. 목회자들 사이에서도 독서그룹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목회자가 ‘영적 가치관’이 분명하다면 독서는 사람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UBF 관악 센터에서 독서모임을 하는데 20 여년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서 스텝들이 해석학, 근대철학, 현대철학, 신학, 문학등 정말 많은 공부를 했다. 이런 모임이 많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UBF가 성경공부만 하는 모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UBF는 성경공부와 제자양성, 세계선교에 힘쓰는 모임인 만큼 다양한 문화사역을 이루어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문화사역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도록 다양한 면에서 노력하면 좋겠다. 문화는 우리의 내면을 풍성하게 하고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을 보다 깊이 이해하고 한다. 우리는 해마다 가을에는 전공자, 비전공자들이 모여 UBF 음악회를 열고 있다. 작년부터는 UBF 신춘문예 행사를 마련해 전 세계UBF를 대상으로 시와 수필, 응모부분을 만들어 진행하고 있다. 경성 UBF에서는 음대생들을 잘 도와 그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연주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그리고 곳곳에 뛰어난 미술전공자도 있다. 젊은 세대들이 재능과 관심이 다양한 만큼 그들이 분명한 제자도 안에서 자기의 전문분야를 잘 키워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Q. 신앙고백 서적을 저술하셨다.
A. 안암센터에서 리더들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2번 공부한 적이 있다.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도 금요일마다 2년여에 걸쳐 강의했는데 이것이 교우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오래전에 이단의 교리 때문에 혼돈에 빠진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교리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 인터넷으로서 ‘벨직’(Belgic) 신앙고백을 다운받아 책으로 편집해 교리공부를 진행해본 적이 있다. 그런데 공부를 진행하면서 보니까 번역이 엉성하고 말도 어색하고 아무리 읽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심지어 어떤 부분은 의미를 반대로 해석해 놓기도 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는 교리공부를 할 수 없겠다고 여겨 한국 교회에 대한 사명감을 가지고 아예 내가 모든 신앙고백을 새롭게 번역하기로 했다. 보다 의미를 정확하게, 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번역체가 아닌 자연스러운 우리말 번역이 되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벨직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 ‘도르트신경’,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 ‘대요리문답’, ‘소요리 문답’ 전체를 다 번역하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부흥과 개혁사’에서 출판했고 이제는 ‘대학생성경읽기선교회’ 이름으로 출판했다.
교회에서는 말씀을 은혜롭게 잘 전해주는데 의외로 교리가 부족해 이단에 빠지거나 혼란스러운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말씀공부를 열심히 하고 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좋지만 여기에서 더해 교리공부는 꼭 해야 한다. 교리교육이 부족하면 이단이 치고 들어오면 대응을 잘못한다. 이단들은 나름대로 조직적인 교리 체계를 만들었다. 그래서 교리교육이 안된 성도들이 그런 이단 교리의 논리에 빠져들어 교회를 떠나는 것이다. 사실 들여다보면 엉터리인데도 그렇다. 그래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앞에서 말한 신앙고백을 다 번역한 것이다. 성경 본문 중심의 성경공부와 교리교육은 서로 연계되어야 한다. 그래야 견고하고 확신있는 신앙을 확립할 수 있다.
실제 학생들과 여름방학 3주 동안, 그리고 3박 4일 동안 신앙고백을 공부하는 수양회를 해보았다. 그랬더니 학생들이 그동안 온갖 궁금했던 교리 부분들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확신 있게 신앙생활을 하는 것을 보았다.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하니까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알고 있다가 신앙고백 공부를 하며 모든 내용을 하나님 말씀으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어느덧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확신을 갖는 것을 보기도 했다. 성경 본문 중심의 공부는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신앙을 고백하는데 큰 강점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 교리공부를 더해 신앙의 틀을 확고해 제공해줄 때 견고한 제자도가 형성된다. 나는 ‘개혁주의 신앙고백’ 책을 만들면서 어깨에 오십견이 왔다. 2년이나 걸렸다.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했다.
Q. 앞으로 향후 계획은 어떤가?
A. 몇 주 전에 국제UBF의 란 워드(Ron Ward) 대표와 목사 안수와 지도자를 세우는 부분에 있어서 의논하며 조율했다. 한국 UBF는 보수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미국은 조금 자유롭게 지도자를 세우는 성향이 있다. 란 대표가 나에게 이것을 조율하고 담당하는 ‘UNITY COMMITEE’(일치위원회) 의장을 하라고 부탁했다. 전 세계 흩어있는 UBF의 그룹들이 각기 다른 기준을 가지고 가면 혼돈이 있게 될 것이다. 그래서 국제 UBF의 교리, 교육, 안수, 은퇴선교사 지원과 복지 등에 대해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려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서로 양보하며 맞춰가는 조율이 필요하다. 이것이 잘 운영되면 세계 UBF가 하나의 질서 속에서 서로 유연하게 움직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UBF의 연구소’를 만드는 것과 연관이 있다. 과거 60년 우리는 열심히 선교하고 일을 했지만 조금 정리가 필요하다. UBF의 정체성 다시확립을 하고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의 UBF에서 생길 수 있는 일을 잘 연구하면서 정리해나가고 대책을 마련할 때 UBF가 계속 귀하게 쓰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또한, 나는 조직신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앞으로 이것을 잘 활용하고 싶다. 특히 UBF 나름대로의 교리문답을 만들고 싶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교리문답을 만들어 주고 싶다. 창조신앙은 어린이들에게는 정말 중요하다.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게 어린이 문답집을 만들면 귀하게 사용될 것이라고 믿는다. 외부에 좋은 교리문답이 좋기는 하지만 이런 것을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제 대표직무가 끝났으니까 여유를 가지고 기존의 가졌던 이런 문제의식을 잘 다루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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