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전도·사회적 책임’ 강조한 로잔언약의 진정한 의미는…”

이승구 교수, 19일 대학총장포럼서 발제

이승구 교수 ©기독일보 DB

한국대학기독총장포럼(회장 정상운 박사)이 19일 오후 우리들교회(담임 김양재 목사) 판교채플에서 ‘오늘의 상황과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제8회 대학총장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발제한 이승구 교수(합동신대 조직신학)는 ‘비대면 예배’ ‘질병과 고통의 문제’ ‘기후 위기’ 등 오늘날의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고찰했다. 특히 그는 내년 9월 한국에서 제4차 로잔대회가 열리는 가운데, ‘세계복음화운동과 로잔 언약’에 대해서도 별도로 다뤘다.

이 교수는 “로잔언약은 기본적으로 WCC(세계교회협의회)적인 선교 이해에 동의하지 않는 복음주의자들이 한 선언이며, 동시에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같이 강조한 것이라는 데에는 모든 사람들이 동의한다”고 했다.

그는 “로잔언약에서는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 모두가 기독교 신앙의 본질적 부분이라는 것을 확실히 하면서 선언했다”며 “그런데 이 둘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입장이 나올 수 있다. 1974년 이후 이 로잔 언약에 근거해 복음주의 우파 주장도 나왔고 복음주의 죄파 주장도 나왔으며, 아주 복잡한 관계가 복음주의 안에 형성되었다는 것이 역사적 현실이다. 이는 한국 복음주의권 안에서도 그대로 나타난 현상”이라고 했다.

그는 “로잔언약이나 진정한 기독교적 사회 책임에 충실하려면 정치적 우파와 정치적 좌파 등과의 철저한 절연이 필요하다. 그런 정치적 운동에 말려 들어가면 결국 기독교의 목소리는 사라지게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19세기와 20세기 초에 나타났던 자유주의 방식으로 로잔언약을 이해하는 것은 복음주의 운동으로서의 로잔언약을 훼손하는 것이다. 또한 이전에 사회복음주의와 같은 방식으로 로잔언약을 이해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고 했다. 아울러 “더구나 해방신학과 같은 방식으로 로잔 언약을 이해하는 것도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로잔 언약에 근거해서 이제는 복음주의자들이 WCC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며 같은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로잔 운동이 의도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된다”고 했다. 또한 “좀 더 성경을 비평적으로 보는 것도 수용하면서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주장하는 젊은 세대의 로잔언약 해석도 결과적으로는 로잔언약의 의미를 해치는 것이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로잔언약 자체는 ‘다른 사람들과의 화해가 하나님과의 화해가 아니며, 사회적 행동이 복음전도는 아니다’는 것을 분명히 한 터 위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음전도와 사회-정치적 관여(socio-political involvement)가 모두 우리들의 기독교적 의무(both part of our Christian duty)이라고 확언한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교학자인 레니 빠디야가 “복음은 사회, 경제, 정치적 범주들로 환원될 수 없으며, 교회는 인간을 발전시키는 기관으로 환원될 수도 없다. 더구나 복음이 정치적 이데올로기와 혼동되어서도 안 되고, 교회가 정당과 혼동되어서도 안 된다” “구원을 몸에 필요한 것으로 만족시키는 것, 또는 사회적 개선, 또는 정치적 해방과 동일시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며 “이점을 충실히 지켜 나갈 때 로잔언약이 혼동되지 않고 진정한 복음주의 운동의 성격을 잘 드러낼 수 있다”고 했다.

포럼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대학기독총장포럼

끝으로 이 교수는 내년 한국에서 열릴 제4차 로잔대회의 방향성에 대해 제언했다. 그는 우선 “로잔언약은 진정한 세계 복음화를 위해 모임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복음을 전해서 사람들이 복음을 믿도록 하는 그 목적이 상실되면 우리는 로잔언약의 의미를 잊어버리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복음화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천국 복음을 사람들이 듣고 이해하도록 해서 성령님의 역사 가운데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진정으로 천국 복음을 믿고 천국에 참여한 사람들은 진정으로 이웃을 사랑하는 일로 나아가게 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회변혁은 복음화의 목표가 아니라 복음화의 여러 산물들 중의 하나다. 이 명제만 끝까지 지켜지면 오해받을 일이 없다”며 “그리고 진정한 복음화는 결과적으로 사회를 변혁하는 결과가 나타나기에 복음전도는 사회변혁과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나타나게 된다. 로잔언약이 복음전도와 사회적 책임을 둘 다 강조한 것은 바로 이런 의미에서라고 보아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그리스도의 재림을 참으로 믿는 가운데서 진행되는 것이 로잔운동”이라고 했고, “로잔운동이 진정 복음주의적 운동이려면 성경을 정확 무오한 하나님의 말씀으로 여기면서 우리의 믿는 바와 사는 것에 유일한 최종적 권위라고 인정하는 일이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한편, 포럼에 앞서 열린 한국대학기독총장포럼 정기총회에서는 초대 이사장 김양재 목사에 이어 고신일 목사(기둥교회)가 신임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김 목사는 명예이사장으로 추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