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부모님과 가족이 처음 신앙생활을 시작한 고향교회가 사라졌다. 그 교회는 처음 개척한 목사님이 사재를 털어서 건축한 교회였다. 그 교회는 필자가 유초등부 시절 과자와 장난감을 받기 위해 다녔던 교회이다. 그 교회는 필자가 중고등부 때 주님을 만나게 해준 교회이며, 주의 종으로 부르심을 받았던 교회이다. 그 교회는 필자가 처음으로 주일학교 교사가 되어 후배 학생들을 순수한 열정으로 가르쳤던 교회이다. 그 교회를 개축할 때 필자와 친구들이 함께 땅을 파고 벽돌을 날랐다. 그 교회에는 학생과 청년들에게 따뜻한 밥과 사랑을 주시던 집사님 권사님들이 있었다. 그 교회는 가난한 작은 동네에 위치해서 큰 성장은 못했지만 한 때는 120명의 성도가 출석했다. 그 교회는 작았지만 문학의 밤과 찬양집회로 은혜가 충만했었다. 그 교회는 대단한 역사를 남기진 않았지만 그래도 53년의 역사를 이어왔던 교회였다.
필자는 유치부 때부터 다른 교회의 전도사로 부임하기까지 그 고향교회에서만 약 25년 가까이 신앙생활을 했다. 필자가 교회를 개척한 후, 또 고향교회에 새로운 목사가 부임한 이후에는 예의상 방문하지 않았지만 그 교회는 언제나 필자의 마음의 고향이었다. 고향교회는 개척한 목사님이 떠나고 3-4명의 후임 목사들이 부임하면서, 빚 한 번 없었던 교회였는데 빚이 생기고 늘어났다. 반면에 성도 숫자는 계속 줄어서 마지막 목사님이 시무하실 때는 10여명 정도만 남았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목사님이 은퇴할 때가 되었을 때는 건축할 힘도, 은퇴비를 드릴 힘도 없는 상태가 되었고, 그래서 지역 개발로 받은 종교부지를 대형교회에 매각하고 은퇴비를 드렸다고 한다. 그렇게 나와 또 많은 분들이 예수님을 영접하게 돕고, 아름다운 신앙의 추억을 쌓아주며, 53년의 역사를 이어온 고향교회가 사라졌다.
마지막 시무한 목사님은 성도도 없는데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교회를 지켜주셨으므로 은퇴금을 받는 것이 마땅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고향교회가 사라진 것은 못내 아쉽고 슬프다. 그 교회를 마지막까지 지키셨던 성도님들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필자가 개척한 교회가 크게 성장했다면 고향교회가 계속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미련이 남는다. 몇 년 전에는 고향교회 출신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하고 옛 추억을 나누기도 했었는데 무척이나 아쉽다. 그런데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사라지는 교회가 필자의 고향교회뿐일까? 코로나 기간에 많은 교회들이 문을 닫았다고 하니, 다른 많은 성도들의 고향교회들도 사라져가고 있을 것이다.
교회가 사라지는 것은 교회에서 성장하고, 예수님을 영접하고, 아름다운 헌신을 한 성도들에게 엄청난 고통이다. 교회 신앙생활은 성도의 삶의 중요한 역사이며, 인생항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또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며 영혼을 구원하고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사명을 가진 교회가 사라지는 것은 한국교회의 쇠퇴로 이어진다. 유럽에는 천년을 이어오는 교회들도 있다. 그 교회들은 어떻게 그렇게 오랫동안 역사를 이어올 수 있었는지 부러울 지경이다. 한국교회의 역사는 짧아서 유럽교회처럼 긴 역사를 간직한 교회는 없다. 하지만 저절로 역사를 이어갈 수는 없다. 필자가 개척한 교회와 또 다른 한국의 교회들이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고 영혼구원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며 수백 년, 수천 년, 주님 오실 때까지 역사를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바람으로 필자 나름대로 방안을 제시한다.
1. 무리한 건축을 하지 말라
한국교회는 한때 교회를 건축하면 부흥한다는 기독교적 미신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래서 교회 건축 붐이 일었다. 목회자들의 꿈이 교회건축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교회건축을 하기 전에는 사택도 마련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지켜왔다. 하지만 목회를 30년 가까이 하면서 또 고향교회가 사라진 것을 보고 그것이 바보 같은 생각이었음을 깨달았다. 한국교회에는 빚을 지고 무리하게 건축해서 경매당하거나 이단 교회에 매각되는 교회들이 꽤 많다. 이렇게 교회가 사라지면 교회 성도들은 큰 상처를 받고 필연적으로 흩어진다. 교회건축은 많은 성도들의 눈물의 헌신으로 이루어진다. 어떤 성도들은 집을 팔고 전세나 월세로 전환해서 건축헌금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건축한 교회가 경매당하거나 이단교회에 매각된다면 이보다 죄악된 일이 또 어디에 있을까? 차라리 건축을 안 하는 편이 낫다.
2. 성도의 희생을 강요하지 말라
교회부흥을 목적으로 교회건축을 하려고 부흥사를 초청하여 건축헌금을 강요하기도 하고, 직분임명을 조건으로 임직헌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하면 그동안 헌신하며 교회의 역사를 만들어온 기존 성도는 시험에 들어서 떠나고 건축 후에 새로운 성도들이 오는데 그런 건축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성도를 흩어지게 하고 성도의 영혼을 죽이는 건축은 죄악이다. 교회 건축은 목사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 건축은 성도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성도의 요구와 재정에 맞게 건축하면 된다. 그리고 요즘은 교회를 건축한다고 해서 성도들이 오지도 않지만, 교회의 본질을 보지 않고 외형의 크기를 보고 오는 사람이 진정한 성도일 수 없다. 예수님은 화려한 성전이 아닌 초라한 말구유에 오셨음을 명심하라. 교회 건물로 사람을 끌어들일 생각을 하지 말고 예수님을 보여주고 예수님께 오게 해야 한다.
3. 교회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갈 후임목사를 찾으라
건축된 교회가 후임목사 때문에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각 교회는 고유한 역사와 전통이 있다. 그것은 교회 구성원인 성도들이 대를 이어서 형성해온 것이다. 부임한 목사가 그런 역사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하면 성도들이 상처를 받는다. 교회 역사의 주체인 성도들이 동의하는 것만 하는 자질을 갖춘 자를 찾아야 한다. 또한, 후임목사로 인해 교회에 분쟁이 발생했을 때 빨리 해결하지 못 하고, 사임하지도 않으면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고 영혼을 잃어버리게 된다. 목사는 성도를 섬기라고 세운 자이므로 억울해도 성도 3분의 2의 지지를 받지 못 하면 사임하고 정해진 전별금 외에는 요구하지 말아야 한다. 목사는 돈이나 자리에 연연하는 세속적인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그것이 목사의 품격이며 진짜 주의 종이라는 증거이다.
4. 교회 공동체를 흩어지지 않게 하라
큰 교회를 건축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교회공동체가 흩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작은 교회를 건축하더라도 수백 년, 수천 년, 예수님이 다시 오실 때까지 대를 이어가면서, 영혼구원의 사명을 감당하며 아름다운 역사와 추억을 만들어 갈 수 있게 해야 한다. 교회 다니던 성도가 이사 또는 목회 소명을 받아서 불가피하게 교회를 떠났더라도, 과거의 예수님을 만난 추억과, 선후배 친구들과 함께 성장했던 행복한 추억이 고파서 고향교회를 방문할 때, 언제든지 두 팔 벌려서 따뜻하게 맞이해 줄 수 있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 최고의 건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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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