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신학회가 20일 서울 총신대학교에서 ‘개혁신학과 예배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제55차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2개의 세션으로 나눠 진행됐으며 하나는 ‘개혁신학과 예배의 회복’, 다른 하나는 ‘예배회복을 향한 성장들’이라는 주제로 진행됐다.
세션에 앞서 김영한 박사(기독교학술원 원장)가 기조강연을 했다. 김 박사는 “코로나19가 지나간 엔데믹 시대에 교회는 그동안 제대로 드리지 못한 예배의 회복을 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해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드려지는 온라인 예배는 신학적으로 비대면 공간의 특성으로 성례전과 세례의식이 불가능하며 혼자 또는 가족이 모니터 앞에서 예배를 화상으로 시청하기 때문에 예배의 진정성과 집중도가 떨어지는 경험을 했다.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기독교회 예배의 본질을 살펴보고 엔데믹 시대 예배 회복을 위한 신학적 입장을 성찰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는 “예배는 바빙크가 시도한 바같이 내면적 예배와 외면적 예배로 구분될 수 있다. 예배는 먼저 신자 개인의 하나님에 대한 내면적인 경외에서 출발하고 이는 교회의 외면적인 공적인 예배로 나아간다. 내면적 경외 없는 외면적 예배는 종교적 의식에 불과하다”며 “내면적 예배로서의 경건은 믿음, 소망, 사랑의 덕성에 의해 특정된다. 믿음, 소망, 사랑은 하나님과의 인격적 관계에 기초한다. 기독교 경건과 예배는 하나님의 인자, 진실, 정의와 공의를 인격적으로 지향한다. 또한 기독교 경건과 예배는 변덕스러운 신들에 대한 두려움, 이들의 진노를 달래는데 기인하고 의와 공의를 도외시하고 번영과 기복에 집중하는 이방 종교의 경건과 제사와는 다르다”고 했다.
이어 “기독교 예배가 타종교 예배와 구분되는 것은 인격적 헌신과 교제다. 이방 종교 예배는 예배자의 인격적 헌신과 도덕적 삶보다는 드리는 제물과 의식적 크기와 화려함이 중요하나 기독교 예배에서는 하나님에 대한 인격적 소통(헌신과 도덕적 삶)이 중요시된다. 기독교 예배 가운데서 예배자들은 삼위일체 되는 하나님, 성부 하나님의 존재와 속성에 대해 깊은 묵상을 해야 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의 은혜와 아름다움과 영광을 맛보고, 성령 하나님의 감화와 내주를 소유하고, 충만하게 누리도록 제공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교회당 예배가 예배의 본질은 아니다. 가시적 교회당 예배는 보이지 않는 영적 예배에 의하여 온전하게 된다. 현장 예배당에서라 할지라도 아무런 영적 헌신 없이 드리는 자는 예배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예배당의 마당만 밟을 뿐”이라며 “비대면이나 온라인에서가 아니라 현장의 대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영과 진리 안에서 마음과 몸으로 드리는 온전한 영적 예배를 드릴 수 있다. 마음과 몸은 현장과 분리되지 않는다. 몸과 마음은 현장 상황, 여러 회중들이 함께 동시에 모인 예배 현장에서 함께 기도하고 찬양하고 경배드림을 필요로 한다. 더욱이 신자들에게 세례나 성만찬은 현장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김 박사는 이어 “진정한 개혁신앙 전통의 예배는 의로운 삶의 예배가 동반된 영과 진리 가운데 드리는 예배다. 그리고 기독교 전통이 가져다주는 성경이 규정한 예배예식을 갖춘 예배를 드리는 것이 주님이 기뻐하시는 합당한 예배다. 기독교 예배는 오늘날 시대의 풍조인 동성애와 탈진실을 허용해서는 안된다. 포스트모던 엔데믹 시대에 우리는 진정한 예배를 드려야 한다. 그것은 영과 진리의 예배요 우리의 전 존재(마음, 목숨, 뜻, 힘)를 하나님께 드리는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엔데믹 시대에 신자들은 다시 교회 현장으로 복귀하여 믿음의 공동체로서 성도의 교제를 나누며 자주 모이기를 힘쓰며, 말씀 연구와 찬양과 성도의 교제를 통하여 하나님의 임재를 확인하여야 한다. 대예배, 찬양예배, 말씀사경회, 새벽예배, 구역예배, 소그룹 예배, 성만찬 및 소기도 그룹, 말씀 연구 모임 활성화를 통하여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하여 멈추었던 현장 예배는 회복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재은 박사(총신대학교 신학과, 조직신학)가 ‘헤르만 바빙크의 예배론: 존재와 행위의 관계성으로 살피는 예배’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박 박사는 “신자들에게 예배는 익숙한 개념이다. 주중에 교회에서 다양한 공예배를 드리고 학교에서는 채플을 드리며 가정에서도 예배를 드리면서 자신의 몸을 ‘거룩한 산 제물’로 드리기 위해 부단히 애쓴다. 그러나 익숙한 개념일수록 그 개념의 진정한 본질과 속성에 대해 깊이 묵상하지 않은 채 습관을 따라 혹은 형식주의에 빠져 그 개념을 무의미하게 소비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바빙크는 예배의 본질을 ‘주를 경외함’으로 이해한다. 그는 예배의 본질을 가리켜 하나님을 경외함으로 설명하면서 이 경외가 하나님을 ‘기피하며 잔뜩 겁 먹음’과는 다르게 경외함을 ‘믿다, 신뢰하다, 피난처로 삼다’ 등의 동사로 표현하면서 예배는 하나님을 믿고 신뢰해 사랑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고 했다.
그는 “바빙크는 예배를 하나님께서 규정하신 ‘율법’으로 이해한다. 바빙크는 율법을 ‘속 마음’과 ‘겉 행위’로 구별해 설명하면서 예배의 본질을 파악하고 있다. 율법은 단지 사람의 말과 행위들뿐만 아니라, 마음의 성향과 생각, 욕구를 규정했다. 그것은 사람 전체, 영혼과 육체, 마음과 뜻과 온 힘을 요구했다”며 “율법으로 구원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무리 제6계명 ‘살인하지 말라’와 제7계명 ‘간음하지 말라’가 명령하는 살인죄와 간음죄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성경은 율법 준수의 기준을 겉 행위에 두지 않고 마음에 두기 때문에 율법 준수 행위로는 절대 구원에 이를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바빙크는 내적인 예배를 사람 내면의 ‘주관적 종교’ 혹은 ‘내적인 성향과 욕구’라고도 칭했는데 이는 사람 내면의 내적인 성향과 욕구가 죄악된 성향으로부터 거룩한 성향으로 뒤바뀌지 않는 한 외적 행위는 크게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신앙, 신뢰, 두려움, 사랑, 감사로 대변되는 내적 예배가 결여되어 있는 한, 외적으로 드려지는 모든 예배 행위는 종교적 행위가 아니라 ‘윤리적 행위’ 혹은 ‘의식적 행위,’ 더 나아가서는 ‘가식적 행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말씀을 통해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으로 의롭다 인정을 받은 후에는, 즉 하나님 앞에서 존재성이 해결된 자는 부족하고 연약한 몸부림을 친다고 할지라도 하나님 아버지는 미세하게 반응하시고 기뻐 흠향하신다. 칭의가 있다면 그리스도의 의의 전가로 인해 드디어 의롭고 거룩한 삶을 살 수 있는 능력을 성령 하나님께서 허락해주시기 때문이다. 칭의를 통한 존재의 해결은 성화의 행위로 우리를 이끈다”며 “칭의와 성화의 이런 관계성이 존재와 행위의 바른 관계성이고 예배론에도 그대로 가감없이 적용 가능한 원리이다. 참된 예배자가 참된 예배의 행위를 하는 것이다. 반대 방향은 신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아무리 예배 행위를 열심히 한다 하더라도 그 행위 자체가 죄인에서 의인으로 우리의 존재성을 궁극적으로 변화시켜줄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 박사는 이어 “교회, 신학교, 가정은 행위론에 치우치기 전에 먼저 ‘말씀 사역’을 해야 하며 존재와 행위 사이가 서로 분리되는 것을 지극히 경계해야 한다. 또한 예배 신학을 더 깊이 발전시켜 각각의 예배 현장 속에 올바르게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배는 실천성이 강하다. 이처럼 실천성이 강한 종교 행위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오랫동안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신학적 고찰 없이 습관을 좇아 무의식 가운데 하는 경향이 크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종말론적 시각을 염두할 때, 참된 신자는 장차 참된 예배 행위를 하게 될 날을 목도하고 그날의 중심에 서서 그날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게 될 존재이다. 현재의 불완전한 존재와 행위의 관계성이 장차 온전히 회복·갱신될 그날을 오늘의 ‘산 예배 속에서’ 고대해야 할 것이다. 그날이 되면 완성된 존재와 완성된 행위가 온전히 연합하게 되어 하나님을 지복직관 하며 하나님과 더불어 참된 예배를 드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학술대회는 이어 안용준 박사(토론토대)가 ‘루터성경 개정본에 표현된 생명 복음의 예술적 특징’, 이재국 박사(애든버러대)가 ‘사무엘 러더포드의 언약적 종교개혁과 예배: 반율법주의 논쟁과 그리스도의 제사장 직분’, 권태경 박사(총신대)가 ‘존 닉스의 우상숭배론 낙스의 저서 <미사 희생이 우상 숭배라는 교리의 번호>를 중심으로’, 문정수 박사(기독교세계연구원)가 ‘칼빈의 공교회적 삼위일체론과 예배: 그 신학적 함의를 중심으로’, 김광연 박사(숭실대)가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성도의 교제와 회복’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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