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회를 찢어 놓았다. 그의 연설은 멋지고, 놀랍고, 당당하여 미국 의회를 들었다 놓았다 했다. 사실 윤 대통령이 미국 의회 상·하원에서 영어로 연설을 한다고 했을 때, 모든 언론은 시큰둥했다. 검찰 총장 출신이 뭔 영어 연설을 하냐면서, 언론은 처음부터 비판 모드, 깎아내리기에 혈안이 되었었다. 기껏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어 연설을 한 후 처음이란 식으로 기사를 썼을 뿐이다. 그리고 윤 대통령 일행이 성남공항 출발 때부터 언론은 시시콜콜하게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일거수일투족을 현미경 들여다보듯이 살피면서, 대통령 내외가 실수를 해서 대박 뉴스가 터지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오늘의 대한민국의 언론들은 좀 치사하다.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뜻깊은 미국 국빈 방문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 될 일을 눈에 불을 켜고, 제발 실수 좀 하라는 식으로 빌고 있었다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어쨌거나 윤 대통령은 행사마다 홈런을 쳤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에서 윤 대통령은 즉석에서 그 중후한 목소리로 돈 멕클린의 <아메리칸 파이>를 불렀다. 윤 대통령은 무반주로 미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추억의 노래를 한 곡 멋지게 뽑았다. 박자, 음정도 좋고, 거기다가 감정까지 넣어서 천연덕스럽게 부르자,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의 지도자들을 뒤집어 놓았다. 백 마디 미사여구의 외교술보다, 윤 대통령의 그 노래가 미국 정치권뿐 아니라, 미국인들의 마음도 움직이고 재미 동포들에게 자부심을 안겨 주었다.
지난번 윤석열 대통령 방미의 하이라이트는 <미 의회 영어 연설>이었다. 44분 동안의 연설로 50여 번의 박수 중에 26번의 기립 박수를 받았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를 접수해 버린 격이다. 윤 대통령의 연설은 내용도 훌륭했지만, 그의 영어 연설은 탁월했다. 솔직히 한국에는 각 분야에 유학파들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기 분야의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도 대중들 앞에서 당당하게 연설하는 사람은 별로 못 봤다. 대개는 원고를 읽는 수준이 전부다.
미국의 정치가들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서 친화적이며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예컨대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 레이건 대통령, 그리고 설교자로는 마틴 루터킹 주니어 목사가 유명하다. 물론 설교와 연설은 다르다. 설교는 복음을 증거하는 것이고, 연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생각과 사상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나 스피치의 원리와 방법은 똑같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목사와 교수로 55년을 일했다. 그동안 수많은 집회와 강연을 해왔다. 그때 내 강연을 들은 사람들은 한 번에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사람도 있었다. 설교나 강연 때 가장 핵심적인 것은 메시지의 내용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 못지않게 ‘어떻게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은 훈련이 필요하지만, 여러 가지 원리가 있다. 아무리 내용이 좋다 해도 그곳에 모인 청중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이나, 소통이 안 된다면 그것은 실패작이다.
오래 전에 연세대학교 음대학장을 지내셨던 나운영 교수의 생각이 난다. 그가 쓴 논문이 <연세 신학>이란 계간지에 실렸다. 그 제목은 <음악가가 본 설교자>란 것이었다. 그의 논지는 다음과 같다. 자기는 성가대의 지휘자로 평생을 지내면서 설교자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설교자를 지켜봤다. 그런데 목사님들이 그렇게 위대한 복음을 전하면서도 전달 방식이 좀 <음악적>이면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했다. 음악은 고저, 강약, 적절한 휴지, 그리고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표정, 그리고 감성과 영성 등이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교자들은 신학과 교리는 잘 알지만, 전달 방식을 잘 몰라서 오히려 복음을 훼손하는 일이 적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은 음악적이었다. 영어 발음도 정확하고, 리듬이 있고, 고저 강약이 분명하고 청중들과 호흡이 잘 맞고, 적절한 멈춤 그리고 청중들과 눈과 눈을 맞추면서 연설을 이어가면서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윤 대통령은 미 상·하 양원들을 들었다 놓았다 해버렸다. 흔히 동양권 사람들의 영어 발음처럼 딱딱한 것이 아니고, 아주 자연스럽게 굴러가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그는 연설 내용을 철저히 숙지했을 뿐 아니라, 적절히 유머를 사용하는 그의 영어 연설은 대단했다. 그리고 한·미동맹 70주년에 걸맞게 국부이신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경제를 일으킨 <박정희> 대통령을 언급했을 뿐 아니라, 한·미동맹은 한·미혈맹이란 것을 강조하고, 6·25 때 5만 명 이상의 미국군이 목숨을 잃은 것에 대해서 감사의 뜻을 전했다. 또 한국교회에 복음을 전해 준 미국 선교사들의 노고를 알려주는 대목도 너무 좋았다. 특히 마지막 말에, “God bless you, God bless America”로 결말을 지은 것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크게 움직였다. 이 연설을 들은 재미 동포들은 눈물을 흘렸다.
연설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윤 대통령의 성공적인 미국 국빈 방문과 멋진 연설 때문에, “God bless Korea!”가 될 줄 믿는다. 앞으로 대통령으로 나오려는 사람은, 이 정도로 <영어 연설>을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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