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일까?’ ‘그렇다면 하나님은 선하신 분이 아닐 수도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사탄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피조물이 아닐까?’ ‘그렇다면 하나님이 창조하시지 않은 존재도 있는 걸까?’ 이 질문들은 그동안 누구도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없었던 난제였다. 사탄이라는 존재의 기원에 관해 성경은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류는 그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오랜 시간 동안 노력해 왔고, 그 노력의 결과가 오늘날 그리스도인이 이해하는 사탄의 모습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전원희 작가는 구약성경부터 중간기 유대 문헌에 이르기까지 점차 발전되고 있는 사탄의 개념사를 본 도서를 통해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이 제공하는 사탄에 대한 역사적인 이해가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영적 존재에 관련된 건강한 이해와 신앙 형성에 크게 도움을 주길 소망하고 있다.
저자는 책 속에서 “이 책에서는 초기 기독교와 유대교의 사탄의 개념 수용을 비교하기 위해 두 종교 내에서 큰 권위를 가진 문헌들인 구약성경과 중간기 유대 문헌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1장에서는 구약성경 스가랴, 욥기, 역대상을 다루면서 사탄을 인격적으로 보는 개념의 발전을 연구한다. 하지만 구약성경에는 사탄의 기원, 구체적 기능, 존재의 선악, 인간에게 주는 영향 등에 관한 내용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 책의 뒤에서 다루게 될 신약성경과 초대 교부들은 사탄을 하나님을 대적하고, 악한 존재이며,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인식한다. 이는 중간기에 발전한, 사탄을 보는 시각을 수용한 결과다”고 했다.
이어 “구약성경에서 영적인 존재로 사탄이 처음 등장하는 본문은 주 전 6세기의 상황을 다루는 스가랴서다. 여기서 사탄은 관사가 붙은 일반 명사로 표현된다. 스가랴가 대제사장 여호수아를 대적하려고 오른쪽에 서 있는 사탄과 사탄을 책망하는 여호와를 보고 있다. 사탄의 행동이 설명되어 있지 않기에 무엇을 고발하고자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사탄은 책망받는 중이다. ‘책망하다’라는 단어는 구약에서 하나님이 혼돈의 상징이었던 ‘물’을 책망하실 때 사용되었다(시 106:9; 나 1:4). 하나님이 여호수아를 선택하여 새로운 공동체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고자 하셨는데, 그것을 사탄이 막으려고 한 것은 마치 혼돈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구약성경에서 인격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사탄이 중간기 유대 문헌에서는 악과 더욱 긴밀해졌고, 이원론적 개념과 연결되었다. 중간기 유대 문헌의 저자들은 세상에 들어온 악의 기원을 파악하려고 시도했다. 그중 에녹1서, 희년서, 열두 족장의 유언과 같은 문헌들은 감시자들의 타락 모티브를 사용했다. 또, 이원론을 활용하여 악의 원인을 사탄에게 부여했고, 선과 악의 지속적인 전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헬레니즘으로 큰 위기를 경험했던 중간기 유대 문헌의 저자들은 자신들이 당하는 고난을 악으로 여겼다”고 했다.
끝으로 저자는 “그러나 그들은 악을 설명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그들과 민족이 함께 당하고 있는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민족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사탄이 권세를 잡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언젠가 멸망하리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금의 위기가 끝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들은 이원론을 사용했지만, 구약성경부터 이어지던 일원론도 포기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사탄을 여전히 일원론에 갇혀 있는 존재로 이해했다”고 했다.
한편, 전원희 작가는 서울신학대학교 학부와 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했으며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구약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오후다섯시교회를 섬기고 있으며, 랜선신학교 교학처장 및 구약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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