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장신대 총장 김명용 박사가 최근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온신학TV에서 ‘로마서 강해 제2판의 핵심’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김 박사는 “1922년 출간된 칼 바르트의 ‘로마서 강해 제2판’은 어쩌면 20세기에 출간된 신학서적 가운데 가장 중요한 책일 가능성이 높다”며 “로마서 강해 제2판의 중요한 문장이 등장하는데, 그것은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너는 땅에 있다’는 표현으로, 로마서 강해 제2판을 요약한 표현”이라고 했다.
이어 “이 표현은 인간과 하나님의 질적 차이, 영원과 시간의 질적 차이를 얘기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19세기 신학에 대한 강력한 공격이었다. 인간과 하나님이 엉키게 되면 인간의 역사가 신의 역사가 되고, 인간이 만든 어떤 것들이 신적인 것들이 될 가능성이 있다. 로마서 강해 제2판은 이것은 철저하게 차단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로마서 강해 제2판을 통해 19세기 신학이 잘못된 신학임을 깨닫는 것이다. 제1차 세계대전의 배경엔 자유주의 신학, 또 헤겔 철학이 있다. 헤겔 철학이 잘못 발전되어 적용된 것이 제1차 세계대전이라 볼 수 있다”며 “인간이 만들어 놓은 고상한 이념 속에 신적인 어떤 것들이 들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에도 연결된다. 히틀러의 등장과 함께 국가사회주의 이념이 내세워진다. 헤겔 철학 속에 있는 절대정신의 자기발전이라는 것이 있는데, 절대정신인 하나님께서 자기 자신을 역사 속에 투영시켜서 역사를 발전시키고 있고, 그래서 역사 안에 중요한 인물과 사건 속에 절대정신이 있으며, 유토피아의 세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19세기 신학정신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유주의 신학자들이 생각했던 세계관과 역사관, 인간에 대한 낙관주의, 유토피아 세계에 대한 그들의 환상이 로마서 강해 제2판을 통해 한 순간에 무너지는 것”이라며 “칼 바르트는 제1차 세계대전이라는 비극 속에 로마서를 읽고, 이 세계의 비극의 원인을 깨닫게 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간은 근본적인 죄인이고, 무능하며,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착각했고, 그리고 하나님의 심판 앞에 있다는 것을 칼 바르트는 깨달았다”며 “그 당시 종교개혁자들이 로마서를 중요하게 생각했지만 자유주의 신학자들은 로마서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칼 바르트는 로마서를 통해 사도 바울이 얘기하는 메시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특별히 세계사적인 관점에서 정확히 파악하여 세상에 알린 책이 바로 로마서 강해 제2판”이라고 덧붙였다.
김 박사는 “인간이 유토피아 세계, 하나님의 나라를 세울 수 있다고 말하기 전에 겸손해야 된다는 것”이라며 “제국주의 국가가 세계 최고의 국가이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정신이 가장 위대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에는 엄청난 교만과 이기심인 것”이라고 했다.
이어 “로마서 강해를 통해 칼 바르트가 발견한 것은 ‘그 거룩한 것(Das heilige)’, 바로 하나님의 거룩함을 발견한 것”이라며 “이사야가 경험했던 그 거룩성에 대한 경험이 로마서 강해 제2판의 근본적인 정신”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로마서 강해 제2판을 ‘위기의 신학’이라고도 한다. 인간과 세상과 역사가 하나님과 부딪치는 그 순간 무너지는 것이다. ‘내가 하나님의 종이고, 내가 하는 이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교만인 것”이라며 “내가 하는 이것이 내 속에 하나님이 역사 하셔서 내가 하는 일이 하나님의 일이라며 교인들을 압박하고, 스스로를 거룩하게 생각하며, 사회운동을 일으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것이 로마서 강해 제2판”이라고 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때, 그 배후엔 자유주의 신학의 흐름이 독일에 그리스도인 연맹을 조직하고, 히틀러가 내세운 국가사회주의 속에 성령의 길이 들어 있다고 추앙하고, 히틀러를 하나님의 어떤 일을 대행하는 사람처럼 얘기를 했다”며 “이때 칼 바르트가 ‘바르멘 신학선언’을 쓰면서 철저히 저항했다”고 했다.
아울러 “칼 바르트는 (로마서 강해를 통해) ‘하나님과 우리가 연결될 수 있는 가능성은 불가능한 가능성일 뿐이며, 거기에는 역사와 기적이 일어나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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