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S 정명석 등 이단·사이비 교주들의 반사회적인 실체를 다룬 ‘넷플릭스’ 다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 방영 후폭풍이 거세다. 종교를 빙자한 사교집단의 폐해가 심각한 수준을 넘어 충격과 경악으로 다가오자 교계도 입장을 내고 대책에 부심한 모습이다.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엔 JMS(기독교복음선교회) 정명석, 오대양 박순자, 아가동산 김기순, 만민중앙교회 이재록 등 총 4명이 등장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기독교와 관련이 있는 이단·사이비라는 점이다.

국내 최대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가 이 영상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 10일 이단 대책 성명서를 발표하고 기자회견을 가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합동총회 이단(사이비)피해대책조사연구위원회(이대위) 위원장 김용대 목사는 교단이 발 빠르게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입장을 밝히게 된 데 대해 “사이비·이단 세력에 대한 방어와, 자칫 정통교회가 오해받을 수 있고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솔직한 심경을 밝혔다.

이날 성명서를 이대위 관계자가 아닌 총회장 권순웅 목사가 직접 발표한 것도 교단이 느끼는 중압감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권 총회장은 “해당 영상을 접한 국민들이 이단·사이비의 반인륜적이고 반사회적이며 저속한 실체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이단·사이비는 그들의 교주를 신격화하는 크나큰 죄악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거짓 복음으로 한국교회 성도와 국민들을 미혹해 개인을 피폐하게 하고 가정을 파괴하는 악행을 일삼았다”고 했다.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교단의 총회장이 JMS 정명석 등 이단사이비 교주들의 행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건 통상적인 일은 아니다. 교단의 목회자나 교회가 관련돼 야기된 문제라면 혹 모를까 교단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문제에 대해 총회장이 직접 나서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권 총회장은 언론 앞에서 이번 일로 큰 충격을 받았을 국민과 사회 앞에 책임을 통감하는 자세를 보였다. 한국교회가 그들의 실체를 이미 알고 경계해왔음에도 성도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미흡했음을 자인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준 건 의미가 있다.

이날 합동 총회는 주요 이단사이비동향을 파악하고, 국내외 이단대책세미나 개최, 이단사이비 경계책자 배포, 위장교회, 위장단체 공개활동을 펼쳐 이단·사이비로부터 성도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동안 해온 이단대책 활동 방향에서 크게 달라진 점은 없었지만 교단의 굳은 결의를 대내외에 표명한 것만으로도 바람직하다.

그러면서 이단·사이비들이 일반 교회에 침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요망했다. 그 환경이란 교회가 분쟁에 휘말리거나 목회자의 문제로 교회 공동체가 갈등을 겪는 경우를 말한다. 이런 문제가 이단·사이비의 공격의 빌미를 주지 않도록 교회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교회언론회는 최근 발표한 논평에서 JMS의 침투를 막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했다. 언론회는 교계 언론이 제시한 자료를 근거로 “기독교의 교회 간판을 달고 전국에서 활동하는 JMS 교회가 파악된 것만도 100여 개가 된다고 한다”며 “이들의 정체성을 드러나게 하여 선량한 젊은 여성들과 국민들, 그리고 성도들이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사실 JMS 등 이단·사이비 집단들은 내부에서 문제가 곪아 터지지 전까지는 외부에서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렵다. 이번에 일부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고소장을 접수하고 탈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든 다큐 영상이 어렵게 공개가 됐기에 망정이지 이들의 목숨을 건 용기가 없었다면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가 나왔을지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문제는 음지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의 수가 엄청나게 많은 데도 보복이 두려워 또는 자신의 치부에 대한 3차 가해를 염려해 진상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정명석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피해 여성의 전 연인은 피해 여성이 정명석이 자신에게 저지른 악행에 몸서리치면서도 “정명석이 진짜 메시아면 어떡하지”라며 혼란스러워 했다고 증언했다.

한국교회가 이단·사이비 피해 예방에 집중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이런 피해자가 한둘이 아닌 현실에선 몸과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보호와 회복이 급선무다. 이들을 2차 가해로부터 보호하고 끔찍한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도록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 또한 한국교회의 몫이란 점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사실 기성 교회에서 영적인 갈급함을 채우지 못하거나 교회에 실망한 사람들이 이단·사이비의 달콤한 유혹에 빠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현실을 한국교회가 보다 심각한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일부 이단 연구가들이 무분별하게 이단·사이비 규정을 남발함으로써 오히려 이런 이단·사이비에 대한 경계심을 느슨하게 만든 측면도 없지 않다.

이단·사이비집단과 그 교주의 반사회적이고 비윤리적인 엽기행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한국교회가 뼈아픈 자성으로 받아들여야 이런 음지가 더 이상 늘어나지 않는다. 사이비 교주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성 착취에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던 어리고 나약한 피해 여성의 절규가 한국교회를 향하고 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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