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은 3.1절로 대한민국의 기념일입니다. 이날은 일제강점기 시절 대한독립을 위해 모든 백성이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던 날입니다. 오늘날에도 애국의 이름으로 활동하는 많은 이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기독교 신앙과 애국은 어떤 관계일까요?
종종 어떤 이들은 성경 로마서 13장 1절에 근거해서, 모든 권세는 위로부터 왔기에 어떤 정권에서든지 그에 순복하고 복종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만일 이런 식으로 성경을 접근했을 경우 3.1운동은 권세에 저항한 잘못된 행동이 되는 것일까요?
과연 3.1운동을 주도해서 일제에 저항한 것을 두고 하나님으로부터 온 권세에 저항하는 잘못된 행동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는 나치에 대해 저항했던 양심적인 인물입니다. 대한독립을 외쳤던 유관순 열사는 일제에 저항한 신앙의 인물입니다. 또한 기독교 역사에 이름을 남긴 순교자들은 로마 정권 안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다 죽임을 맞이했습니다.
만일 모든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라고 가정하면, 권력자들에 대한 그 어떤 저항도 용납될 수 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렇다면 로마서 13장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사실 이 문제는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분별의 문제입니다.
성경의 말씀처럼 모든 권세는 위로부터 온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불의한 정권(나치, 일제, 다양한 형태의 독재정권 등)은 위로부터 온 권세가 아니라, 그냥 권세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권세’라고 불러줄 수 없는 형태의 기형적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서 위와 같은 불의한 권력의 형태는 특수한 정치적 이념을 기치로 선전 선동하는 독재자가 등장하는 상황에서 파생된 비정상적 형태의 가짜 권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바울의 증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점이 남아 있습니다. 왜냐하면 로마서 13장에서 말하는 위로부터 온 권세는 필시 당대의 로마 황제의 권력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 난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됩니다. 로마서 13장을 쭉 읽어가면, “모든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왔다”라는 이 본문은 조세 문제에 있어서 의무를 다하라는 것이지 신앙을 포기하라는 요청이 아닙니다. 예수님 역시도 “가이사의 것은 가이사에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즉, 권세에 순복하라는 것은 사회적 질서와 규칙에 대한 것이지, 악한 권력자인 로마 황제에게 충성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세금은 사회적 질서 유지를 위한 시민의 의무입니다. 세금을 바치는 행위가 권력자에 대한 충성 맹세로 해석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결정적으로 바울 자신도 로마 권세에 복음으로 저항하다 순교한 인물입니다. 따라서 유관순 역시 애국과 신앙의 이름으로 ‘권세’가 아닌 것이 ‘권세 행세’를 하는 것에 저항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는 신앙을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모든 권세를 부정하거나, 또는 그와 반대로 반기독교적 정책에 대해서 권세에 복종한다는 명목하에 타협하는 행동들입니다. 성경은 무정부주의나 세속주의를 표방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러한 양극단의 행태들은 단연코 반기독교적 행동이라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신앙과 이념을 혼동해서 ‘로마서 13장을 오늘날의 정치 논리로 이용해선 안 된다’라는 것입니다. 신앙은 언제나 양심에 따른 행동과 분별을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는 권세들을 어떻게 분별할 것이며, 또 권세 행세를 하는 가짜에 대해서는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요?
아마 정치적 진보주의는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을 떠올릴 것입니다. 반면 정치적 보수주의는 공산주의에 대한 저항을 떠올릴 것입니다. 무엇을 떠올리듯 개인의 양심이 작동할 것입니다. 단, 설교자는 로마서 13장을 근거로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 정권을 지지하는 형태의 설교를 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정권이 바뀌었을 때, 자신의 설교로 자신이 공격받게 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데올로기와 개인적 정치이념을 신앙이라고 착각해선 안 됩니다. 왜냐하면 “위로부터 온 진짜 권세”가 발휘되는 진짜 나라는 오직 “하나님 나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성도는 시민권이 두 개입니다. 그리고 천국 시민권을 소유한 이들은 이 땅에 살면서도 하나님의 통치안에 거합니다. 하나님의 통치안에거 살아가는 이 땅의 성도들이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권세에 따라서 세속의 권세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3.1절입니다. 대한독립 만세!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요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