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여성네트워크의 소송
성소수자 인권단체인 퀴어여성네트워크는 2017년 제1회 '퀴어여성 생활체육대회'를 열기 위해 동대문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동대문체육관 대관을 허가받았다. 그러나 민원이 제기되자 공단측에서는 다른 장소를 알아보도록 협조를 구하고 체육관 천장 공사를 이유로 대관을 취소하여 결국 이 행사를 열리지 못했다.
퀴어여성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하는 한편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대관허가를 취소한 것은 헌법 제11조 1항의 평등권 침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의 ‘성적 지향’ 차별금지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단체와 소속 인원 4명이 원고가 되어 공단을 상대로 손해배상(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 법원은 대관허가취소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손해배상청구는 기각하였지만 항소심은 이를 뒤집고 원고 단체에 5백만원, 소속 인원 1인에 각 1백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하였고 대법원은 2022년 8월 심리불속행으로 판결을 확정하였다. 이 판결의 상세한 내용은 앞의 글에서 소개한 바 있다.
◈판결의 의미
법원은 동대문 시설공단의 대관허가 취소가 위법하다고 판단하면서 그 이유를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로서 헌법상 평등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성적 지향’을 차별금지 사유로 정하는 법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이다. 그런데 이 법은 성별, 종교, 장애, 나이, 사회적 신분, 성적(性的) 지향 등 19가지 사유를 포괄적으로 차별행위로 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 국회에 상정된 4개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안과 동일하다. 다만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법 위반에 대해 직접 이행강제, 손해배상, 형벌에 처할 수 없고 시정권고를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직접 손해배상을 명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되지도 않은 현 상황에서 법원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를 근거로 ‘성적 지향’ 차별금지에 대해 거액의 손해배상판결을 내린 것은 이미 동성애 차별금지가 법적 강제력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구태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국회를 통과를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특히 이 판결이 남녀 양성평등 위반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명한 서울YMCA 판결을 근거로 제시한 것이 과연 타당한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성적 지향’ 차별금지
동성애를 가리키는 용어인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의 의미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아무런 정의규정이 없다. 일반적으로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등 감정적ㆍ호의적ㆍ성적으로 깊이 이끌릴 수 있고 친밀하고 성적인 관계를 맺거나 맺지 않을 수 있는 개인의 가능성을 의미하는 용어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성적 지향’이란 개인의 사적 영역으로 객관화하기 어려운 개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하는 차별을 금지하는 것은 동성애자가 사회적 차별을 받는 피해자 내지 소수자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차별받는 약자(소수자)의 대표적인 예가 남성에 비해 여성, 일반인에 비해 장애인, 내국인에 비해 외국인, 성인에 비해 어린아이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양성평등기본법, 남녀고용평등법, 장애인복지법, 외국인고용법 등 수많은 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이들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의 중요도와 심각성에 따라 각 다른 수준의 징계를 부과함으로써 차별의 다양성을 반영하여 진정한 평등의 실현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동성애자가 다수국민으로부터 차별받는 소수자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어떠한 국민적 합의도 없다. 여론조사기관마다 서로 다른 수치를 제시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한 예로 한국교회총연합회가 2020.9.에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차별은 남녀차별, 고용형태차별, 장애인차별이고 성 소수자 차별은 전체의 0.7%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 사회에서 성 소수자(동성애자 등) 차별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국가인권위원회법이나 국회에 상정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모든 이를 위한 평등’이라는 미명하에 동성애를 남녀 차별이나 장애인 차별과 동등한 수준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려는 법이다.
동성애를 지지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각자의 신앙이나 신념에 속한 문제로서 양심의 자유 또는 표현의 자유 영역에 속한다. 따라서 동성애자를 구분하거나 비판하면 무조건 차별로 규정하고 위반자에 대해서 형사처벌 또는 손해배상에 처하는 것은 다수의 국민을 역차별하는 동성애 독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어린 학생에게 동성애를 조장하고 가르치는 일부 자자체의 학생인권조례는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우려스럽다.
◈판결에 대해 가지는 의문
이러한 전제하에 이 판결이 과연 타당한지 살펴보기로 한다. 대관허가취소판결(판결 1)은 피고 공단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를 “평등권이라는 기본권의 침해도 민법 제750조의 일반규정을 통하여 사법상 보호되는 인격적 법익침해의 형태로 구체화되어 논하여 질 수 있다”는 서울YMCA판결(판결 2)을 인용하고 있다.
즉 대관허가취소 사건과 YMCA사건을 헌법상 평등권의 침해를 이유로 민사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점에서 동일한 법리가 적용되는 사건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얼핏 보기에 이 두 개의 사건이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좀더 깊이 들여다 보면 그 법적 기초를 달리하고 있어 동일한 법리를 적용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YMCA 판결과의 차이
앞의 글에서 소개한 바와 같이 YMCA판결은 서울 YMCA가 여성을 회원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남성 회원과 차별하여 여성회원에게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지 않은 것이 헌법 제11조가 명시하는 차별금지사유인 ‘성별’에 의한 차별임을 명확히 한 사안이다. 즉 헌법 제11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남녀의 성별에 의한 차별금지는 헌법이 정하는 사항이다.
그런데 이번 대관허가취소 판결에서 문제가 된 ‘성적 지향’ 차별은 헌법상 금지되는 차별이 아니라 하위법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가 정하는 차별금지를 위반한 사안이다. 이 판결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서 금지하는 ‘성별’ ‘종교’ 이외에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법이 국가인권위원회법으로 보고 이법 제2조 제3호가 열거하는 19개의 차별행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차별행위 중의 하나가 ‘성적 지향’ 차별이므로 공공시설의 이용에 관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적 지향을 이유로 대관허가를 취소한 것이 바로 헌법상 평등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헌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이
위와 같은 판결의 논리에 따른다면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바로 헌법적 지위를 가져 한국교회가 그토록 입법에 반대하고 있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되고 말 것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서 말하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는 본질적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수행하는 업무 범위에 관한 규정이다. 즉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를 당한 사람이 그 내용을 위원회에 진정하면, 위원회는 그 내용의 조사, 합의의 권고, 조정, 구제조치 등의 권고 등을 할 수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이 법을 위반하였다고 해서 바로 민사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과 헌법을 혼동한 무리한 판결이 아닐 수 없다.
◈맺으면서
‘차별 없는 평등한 세상’은 우리 헌법이 지향하는 이상향이다. 특히 여성과 종교에 의한 차별이 심했던 역사의 교훈을 바탕으로 헌법은 ‘성별’과 ‘종교’에 의한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이 심해지고 여러 형태의 차별이 생기면서 헌법은 여기에 ‘사회적 신분’에 의한 차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추가하면서 그 구체적인 형태를 개별법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장애인, 고용형태, 외국인(인종) 등 여러 차별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었다. 이는 장애인이나 고용형태에 의한 차별금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성적 지향’ 차별금지에 헌법상 지위를 부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국민적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연일 국회 앞에서 벌어지는 동성애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시위나 반대로 유명한 목사와 기독교 단체에서 차별금지법 반대 일인시위를 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 합의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 이번 판결은 동성애 차별을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판결을 함으로써 국가인권위원회법에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같은 강제력을 부여하였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다. 차라리 적법한 대관허가를 받은 수익적 행정행위를 민원 등을 이유로 취소한 것이 적법하였는지를 살펴보았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사회적 갈등 해결의 최후 보루인 대법원이 이토록 중대한 사안을 무책임하게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심리불속행은 항소심 판결에 중대한 법령 위반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경우 대법원이 별도의 결정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원심판결을 확정하는 제도이다.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면 내용도 제대로 보지 않고 그대로 기각하는 하찮은 사건이라는 의미이다. 과연 그런지 심히 유감이 아닐 수 없다.
동성애, 이단사이비 합법화를 위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完>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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