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는 “사순절은 십자가 아래서 부활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순례의 여정에 이정표와도 같은 절기”라며 “수난 당하는 삶의 자리에서 보배를 담은 질그릇과 같은 삶을 살아가도록 부름 받은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와 부활 그 사이에서 역설적 신앙을 살아가는 사순절의 존재”라고 했다.
이어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그리스도인들은 십자가의 고난의 자리에서 부활의 산 소망을 살아가는 하나님의 일꾼으로 부름 받았다”며 “사순절의 존재는 환란과 궁핍과 역경을 부활의 소망과 신앙의 인내로 극복한다. 고난 가운데서도 순결과 지식과 끈기와 착한 마음을 잃지 않고, 성령의 도우심과 꾸밈없는 사랑과 진리의 말씀과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존재”라고 했다.
이들은 “돌이켜 보면 우리 한국교회는 십자가와 부활 그 사이에서 보다 더 포용적인 시선으로 세상과 이웃을 바라보지 못했다. 우리의 삶이 철저한 자기 비움의 영성과 존재적 증언에 기초하지 못했다”며 “자기 의를 쳐서 굴복시키는 회개와 일치를 통해 참여를 위한 값비싼 친교를 이루고, 순교적 증언과 연대의 자리로 함께 나아가는 유기적 순환의 과정을 만들어내는데 많이 부족했다”고 했다.
또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들 사이에 하나님의 은총으로 주어진 마음의 일치를 누리지 못하고, 낮은 곳으로 흐르는 물과 같은 영성을 내면화하지 못한 채 서로 다른 해석과 이념으로 갈등하고 분열했다”며 “외부를 향한 비판의 소리를 정작 우리 자신을 향해 행하기를 주저하며 스스로의 변화를 꺼려했다”고 했다.
NCCK는 “2023년 사순절을 맞으며 한국교회가 십자가 아래서 부활을 살아가는 존재로 거듭나므로 복음의 진보를 이루기 바란다. 어느 누구에게도 매여 있지 않는 자유인이지만 복음을 위하여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될 수 있기 바란다”며 “어떤 사람을 대하든지 화해와 일치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그들처럼 되어 그들과 다 같이 복음의 축복을 나눌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이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사람을 존중하며 공정을 행하면서 인간이 만들어낸 수많은 경계들로 인해 구조화된 오랜 불의를 해결하기 위해 사순절의 삶의 자리인 성문 밖으로 나아갈 수 있기 바란다”며 “오늘 우리가 누리는 풍요 속에 공존하는 고난의 자리에서 생명의 안전을 위협당하고 있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숙고하며, 우리 시대의 악행과 불의에 맞서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한 변혁적 행동을 실천할 수 있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023년 사순절이 한국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사랑과 부활의 능력 앞에 철저하게 자기 의를 쳐서 복종시키므로 공동체를 재창조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포용과 환대의 기회, 화해와 일치의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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