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종교 자체를 사악한 것으로 보고 종교를 믿는 주민에 대해 가혹한 처벌을 가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이런 증언은 지난 10일 통일부와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한 ‘북한주민의 생명권 보호 및 인권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역할’ 주제의 토론회에서 나왔다. 영국 의회 내 북한인권 관련 초당파 의원모임의 공동의장인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정치적·종교적 박해, 강제 이동·실종, 장기간 기아를 고의로 유발하는 등 중대한 인도적 범죄를 저질렀다고 고발했다.
알톤 의원은 COI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은 종교를 가진 주민을 수용소에 수감해 신체적 구타 행위, 강제 낙태 등을 가한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에 의존하지 않는 사법재판소를 따로 창설해 이 같은 광범위한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책임규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북한의 가혹한 인권 탄압과 처벌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도 눈길을 끌었다. 강윤주 유엔 인권 서울사무소 법무관은 “유엔 인권이사회가 회원국 전체를 상대로 인권상황을 점검하고 개선책을 권고하는 제도인 보편적정례인권검토(UPR)에 북한은 지금까지 총 3번(2009년, 2014년, 2019년) 참여했고 2019년도엔 UPR로부터 받은 262개 권고 사항 중 132개를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탈북민 증언에 따르면, 정치범수용소 등 구금시설 내 폭력 감소, 화장실 외벽 설치 등 북한의 인권상황이 다소 개선됐다고 보고됐다”고 했다.
북한 내 인권침해 행위가 다소나마 개선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국제사회와 인권단체들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그렇더라도 북한 내에서 인권 개선에 근본적인 변화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권고를 일부 이행하고 있더라도 이를 변화로 보기는 어려우며 북한 내부의 사정과 형편이 고려됐을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북한은 최근 코로나19 방역을 빌미로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는 바람에 굶어 죽는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탈북민 김지은 씨는 국경 봉쇄조치로 북한 주민의 대중(對中) 교역이 81% 이하로 급감하면서 벌어진 심각한 식량난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북한이 세계 최고의 종교 탄압 국가로 지목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 국무부는 ‘2021 국제종교자유보고서’에서 북한이 2001년부터 종교 자유 특별 우려국(CPC)으로 지정된 근거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약 5~7만 명의 주민이 기독교와 관련돼 수감됐을 것이란 오픈도어의 발표를 인용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북한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이며, 평양을 비롯해 전국의 500여 가정교회에서 자유롭게 예배를 드린다는 주장을 버젓이 하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그 중 ‘NK VISON 2020’ 대표라는 직함으로 활동하는 최모 목사는 미국과 한국, 북한을 수시로 드나들며 북한에 대한 왜곡된 정보를 전해온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는 얼마 전 기독교계 모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6·25 전쟁 이후로 (북한) 곳곳에 가정교회가 세워졌다. 북한에 하나뿐인 평양신학원을 통해 목회자가 지속적으로 배출되면서 가정교회가 존속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다. 문제는 그의 신빙성이 결여된 일방적인 주장을 가감 없이 보도하는 매체의 의도와 그런 내용을 일부 교계 진보 인사들과 단체들이 무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언급한 ‘평양신학원’이란 예장 통합측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와 기감 서부연회가 북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조그련)에 재정을 지원해 지난 2003년 여름에 평양 모처에 완공한 건물을 일컫는다. 당시 통합측은 남·북한 교회가 협력해 평양에 과거의 평양신학교를 재건하기로 했다는 식으로 발표하고, 총회 임원과 위원회 관계자들이 평양을 방문해 ‘평양신학원’ 현판식까지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 건물이 신학생들을 모집해 목회자 양성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는지는 현장에서 확인할 수도 없었고 그 후에라도 확인한 사람이 없다. 아주 작은 크기의 간판 하나 달린 건물 앞에서 사진 몇 장 찍고 이걸 ‘평양신학교’라고 발표한 건 자기기만이다.
500여 가정교회가 존재한다는 주장도 마찬가지다. 이 또한 조그련 초청으로 평양을 방문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들었을 얘기다. 평양 방문 중에 한두 군데 가정교회를 보여주고 10명 안팎의 주민들과 예배를 드린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도 500개 가정교회가 북한의 어느 지역에 있는지 본 사람도 아는 사람도 없다.
오랫동안 조그련 위원장을 지낸 고 강영섭 목사도 한국교회 관계자들과의 공식 만남의 자리에서 매번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들이 말하는 북한의 가정교회가 진짜 하나님을 예배하는 교회라면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증감 없이 그대로 500개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
북한을 버리고 탈북한 수만 명의 탈북자 중 북한에서 기독교는 물론이고 그 어떤 종교라도 믿었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들은 북한에서 ‘종교는 아편’이라는 주체사상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사람들이다. 탈북민 중에 기독교인은 예외 없이 탈북과정에서 중국과 기타 국가에서 활동하는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고 주님을 영접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북한에 정말 ‘종교의 자유’가 있다면 이런 사실을 뭐라 설명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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