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는 담임목사 외에 부목사, 전도사 등 부교역자가 담임목사를 보좌하여 목회 사역을 수행하는데 이들 부교역자의 법적 지위가 사역자인가 아니면 근로자인가 하는 점이 문제된다. 부목사는 근로자가 아니라고 한 판결에 대해서는 앞에서 소개하였고 여기에서는 (전임)전도사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근로기준법상 유족보상을 인정한 판결(4)과 전도사에게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담임목사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유죄(벌금형)를 선고한 판결(5)을 살펴본다.
■ 판결 4 – 교회 전도사가 근로자임을 전제로 근로기준법상 유족보상 청구를 인정한 판결(2013누500)
∎ 사안의 개요
전도사는 교회로부터 매월 정기적·고정적으로 150만원을 지급받았고, 이는 전도사 가족의 생계유지를 위해 사용되었으며, 그 외 별다른 수입이나 직업이 없었다. 교회에는 취업규칙은 없고 단지 교회규약이 있는데 이 규약 제17조 제2항에서 전도사를 부교역자 중의 한 직책으로 규정하고 있다. 교회에서 근무할 당시 전도사는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교회가 전도사의 건강보험 지역가입자 보험료를 대납해 주었다.
전도사는 교회 내 체육관에서 사다리를 이용하여 약 5m 높이의 벽면에 흡음판을 부착하고 내려오던 중 균형을 잃고 바닥으로 추락하여 사망하였다. 전도사의 부인은 업무상 재해로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정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하였다. 그러나 공단측은, 전도사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지급을 거절하였다. 이에 전도사의 유족은 공단을 상대로 유족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 판결의 요지
[1] 전도사의 지위
통상 전도사는 목사 자격을 취득하기 전에 일정한 교회 등에 소속되어 목사를 보좌하여 종교 활동을 하는 직책으로서 설교나 예배 인도 등을 직접 주관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전도사 역시 소속 교회에서 전도사로서 종교활동을 함에 있어서 담임목사의 지휘를 받아 그를 보좌하는 지위에 있었고, 본연의 종교활동 이외에도 담임목사의 지시에 따라 소속 교회와 관련된 각종 업무를 망라하여 수행하였다. 이 사건 재해도 소속 교회 체육관의 흡음판 부착 공사를 하라는 담임목사의 지시를 받아 이를 수행하다가 발생하였는바, 위와 같이 이 전도사가 수행한 제반 업무의 특성상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 또 전도사의 종교활동을 포함한 업무의 특성상 스스로 제3자를 고용하여 자신의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는 없었다.
[2] 보수의 성격
전도사로 활동한 것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것으로서 생계만을 목적으로 한 것이라고 볼 수 없음은 명백하다. 그러나 전도사로 부임할 당시부터 소속 교회 측과 매월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받을 금액에 관하여 협의하였고 이 금액이 결코 작다고 볼 수 없다. 이는 실질적으로 이 전도사의 가족이 생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었으므로, 전도사가 교회로부터 매월 정기적·고정적으로 지급받은 돈은 전도사가 제공하는 근로의 대가로 볼 수 있다.
[3] 취업규칙
교회의 규약과 퇴직규정에는 전도사의 선임, 휴직, 휴가, 해임, 정년에 관한 규정이 있고, 특히 퇴직금에 관하여는 그 지급방법까지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비록 전도사가 교회에서 근무할 당시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고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도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이는 전도사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으로 참작할 수는 없다.
[4] 근로자
종교적 관점에서는 성직자를 두고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자라고 평가하는 것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개별적·구체적 사안에서 해당 성직자를 사회적 관점이나 법적 관점에서 산재보험법상 ‘근로자’로 평가하여 사회보험의 일환인 산재보험 등의 혜택을 받도록 할 것인지 여부는 서로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따라서 전도사가 산재보험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음을 전제로 한 공단의 유족보상금 지급 거절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 판결 5 – 근로자인 전도사에게 시간외 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담임목사에게 근로기준법 위반의 유죄(벌금형)를 선고한 판결(2020노1052)
∎ 사건의 개요
2009년에 설립된 개척교회의 담임목사인 피고인은 4명의 전도사를 채용하여 함께 사역하였다. 그중 한 명인 고소인은 신학교 및 목회대학을 졸업하고 성직자로서 정규 교육을 받고 2012.10.7.경부터 2018.6.27.경까지 근무하다 퇴직하였다. 이 전도사는 채용당시 선교에 생애를 바쳐 헌신하고, 선교방침에 따라 어떠한 임무가 부여되더라도 순복하며, 교회 개척의 사역에 최선을 다하고, 교무행정에 의해 주어진 임무를 성실과 최선을 다해 이행한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교회에 제출하였다. 이 서약서에는 근무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근무조건, 근무 대가에 대한 기재는 없고, 연봉제로 시무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은 있으나 지급 금액은 명시되어 있지 아니하다. 이외에는 달리 근로계약서를 작성한바 없으며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도 없다.
전도사의 근무시간은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08:20부터 18:00까지, 일요일 06:30부터 18:00까지이고, 휴일은 월요일이었다. 그러나 근무시간 외에도 새벽기도회에 참석하거나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신도들을 위하여 차량을 운전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이 전도사는 교회로부터 사례금 명목으로 처음에는 월 110만 원을 지급받다가 퇴직 당시에는 월 140만 원을 받았다. 교회에서는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하고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에 ‘직장가입자’로 가입되어 있었다.
전도사는 퇴직 직후 시간 외 근로수당과 휴일근로수당 합계 76,863,670원과 퇴직금 17,223,378원을 퇴직일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담임목사를 검찰에 고소하였다. 제1심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으나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피고인(담임목사)에게 벌금 700만 원의 유죄를 선고하였다.
∎ 소송의 경과
피고인(담임목사)의 상고에 대해 대법원은 항소심 법원의 전도사에 대한 근로자성 인정에 잘못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일부 미지급 임금과 수당에 대한 근로기준법위반죄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파기환송 하였다(2022도742). 파기환송 후 춘천지방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를 인정하여 벌금 500만원을 선고하였지만(2022노707) 피고인은 다시 대법원에 재상고하였다.
∎ 판결의 요지
이 교회에는 별도로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이 존재하지 않으나, 상급단체의 인사관리 규정에 따라 피고인(담임목사)이 전도사를 비롯한 교역자들의 채용 및 면직에 관하여 최종적인 권한을 행사하고 있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
전도사는 근로시간과 수행한 업무 내용 및 담임목사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업무에 관한 구체적인 지시·감독을 받았으므로, 그 업무 내용에 예배, 심방 등 종교활동이 일부 포함되어 있더라도 오로지 본인의 신앙이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율적으로 영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또한 전도사는 채용된 이후 교회로부터 매월 고정적으로 사례금 명목의 돈을 지급받았고, 이 고정급에 대하여 교회에서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를 하였으며, 전도사는 교회에서 재직하는 동안 국민연금보험과 건강보험에 교회를 사업장으로 하는 ‘직장가입자’로 가입되어 있었다.
이러한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이 전도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피고인(담임목사)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자’로 볼 수 있다. 피고인은 전도사에게 최저임금에 따라 산정된 시간외 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과 퇴직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음에도 일부만 지급하고 나머지를 지급하지 않았다. 또한 피고인에게는 이 금액의 미지급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위반죄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위반죄의 고의가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계속>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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