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시대는 어떤 시대인가? 과학기술 발달로 편리함이 점점 더해지는 시대, 인간의 이성이 모든 것을 알고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개인 중심의 시대, 그로인해 기존의 사회질서를 지탱하던 모든 기준이 뒤흔들리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Post-Christian'의 저자 진 베이스(Gene Veith Jr.)는 서구 세계관의 시대에 따른 변천을 유명 건축물의 붕괴와 연관시켰다. 계몽주의 시대에서 모던 시대로의 전환은 파리의 바스티유 감옥이 무너진 프랑스혁명(1789년)으로, 모던에서 포스트모던 시대로의 전환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동구권 공산주의 몰락의 시작(1989년)과 연관시켰다. 그는 2001년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빌딩이 무너진 9.11사건으로 포스트모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사람들이 기독교 친화적으로 변화될 것을 기대했었다. 그 사건 이후 초기에는 많은 사람이 하나님께 기도했고, 그분의 도우심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붕괴된 건물의 먼지가 가라앉자 사람들은 이슬람을 비난하다가 이슬람 근본주의로 방향이 바뀌었다. 다시 그 비난은 모든 근본주의로 옮겨 가서 결국 기독교 근본주의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때를 탈기독교(Post-Christian) 시대로의 전환 시기로 보았다.
탈기독교 시대란 무엇인가? 팀 켈러는 그의 저서 <탈기독교 시대의 전도>에서 “세상에서 기독교적인 모든 삶의 기준이 주류에서 밀려난 시대”로 정의한다. 기독교 문화가 세상의 주변으로 밀려남에 따라 교회 속으로 세상의 문화가 은밀하게 침투해 들어와 세속화 되고, 기독교 신앙이 선택적으로 적용되면서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기준이 교회와 세상에서 서로 달라지는 이분법적인 삶의 정황이 나타났다. 그 결과 기독교는 활력을 잃어버리고, 복음전파의 힘이 약해져서 신앙 후속세대를 길러내지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포스트모던 시대(1990년대)에는 혼외 성관계 관점에서 성 혁명을 논의했는데, 이제는 동성애, 포르노, 섹스로봇으로 넘어갔다. 1990년대 인류는 문학과 예술을 해체하고 있었지만, 21세기에는 결혼과 가정을 해체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아이디어를 구성하고 있었지만, 21세기에는 인체를 구성(성 전환)하고 있다. 1990년대에는 페미니즘이 있었지만, 21세기에는 트랜스젠더가 있다. 1990년대 우리는 다문화주의를 수용하도록 권유 받았지만, 21세기에는 문화적 독점을 경고 받는다. 모든 것을 관용하자는 다원주의는 약자와 소수자를 위한 정체성 정치에 자리를 내주었다. 휴머니즘은 인간과 기계의 결합인 트랜스휴머니즘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교회 밖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우리가 격리되어 있는 동안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격리된 사람들은 SNS에 매달리고,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왓챠’, ‘애플티비’, ‘쿠팡플레이’ 같은 OTT 채널을 통해 전달되는 극단적인 이야기(내러티브)들의 영향을 더 깊고 강렬하게 받게 되었다.
탈기독교 시대를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교회에 은밀하게 침투해 마치 기독교 세계관인 것처럼 행동하는 다른 세계관의 요소들을 잘 분별해 내고, 성경의 세계관이 우리에게 가리키는 진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 요소에는 첫째, 상대주의가 있다. 상대주의는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고 생각하는 관점이다. 둘째, 해체주의다. 세상의 모든 권위와 기준을 해체해 버리자고 생각하는 관점이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개인을 제한하는 것이 없는 무정부 상태이다. 셋째, 율법주의다. 자신들 나름의 틀을 가지고 그 틀에 맞춰 살아가려는 특별한 기준을 가지고 있는 관점이다. 넷째, 과학주의다. 과학만이 세상의 가장 믿을 만한 지식의 근원이라고 믿는 관점이다. 더 나아가서 과학적 지식이 아닌 것은 그 어떤 것도 진리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관점이다. 다섯째, 하나님보다 다른 어떤 것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각종 우상숭배이다. 물질, 출세, 명예, 자녀에 가장 높은 가치를 두는 관점이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진리를 알고, 우리가 사는 이 시대의 풍조를 이해함으로써 개인의 신앙과 교회에 은밀하게 침투한 비기독교적 요소들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 요소들은 거듭난 그리스도인이 성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부딪칠 견고한 진이며, 영적전쟁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 중에 주님께서 우리에게 분명히 보여주시고, 깨닫게 하시고, 인도해 주시기를 간구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류현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