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김 목사가 열정적으로 선교에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바로 ‘이스라엘’이다. 그는 현역시절에는 이스라엘 선교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받은 민족이라는 보편적인 기독교인들 안에 있는 인식과 별 다른 점이 없었다. 바울 서신에서의 기록과 같이 이미 촛대가 이방인으로 옮겨진 이후 이스라엘은 기독교인들에게 잊혀져도 되는 민족으로 인식됐고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가 이스라엘에 대한 인식이 변하게 된 계기가 현역 시절 몇 차례 있었다. 먼저는 이스라엘을 선교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한 차례 변화됐다. 그들이 현대의 미전도종족이기에 열심히 복음을 전해야겠다는 것을 느끼면서 이스라엘 선교를 시작하게 됐다. 그 이후 결정적인 전환점은 나이 60세, 은퇴하기 딱 10년 전에 왔다. ‘이스라엘이 회복되지 않으면 예수님이 오시기 어렵다’고 생각하게 됐고 그 때부터 이스라엘 회복에 대한 공부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수님은 성경말씀의 성취로 오시는 것입니다. 성경에는 이와 관련한 예언에 이스라엘의 회복이 분명히 나와 있는데 정작 성경이 언급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빠지면 성경말씀이 성취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그는 성경에 이스라엘이2300번 이상 나온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예루살렘은 1000번 이상 나온다. 결국 3000번 이상 성경에 나오는 것이 이스라엘이고 예루살렘인데 이것을 잊고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김 목사의 주장이다.
“온누리교회 하용조 목사님은 개척 때부터 이스라엘의 회복을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교회가 크게 성장한 후 10주년일 때 교회가 성장한 원인에 대해 하나님의 심정으로 이스라엘을 위해 헌신하고 기도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결국 선교는 두 가닥입니다. 유대인과 이방인입니다. 하용조 목사님도 선교의 한 파트는 이방인이고 다른 파트는 동등하게 유대인이라고 봤습니다. 월터 카이저 박사 또한 이방인과 유대인에 대해 하나는 오른팔이고 하나는 왼팔이라는 설명을 했습니다. 우리가 이스라엘 회복을 기독교인으로서 고민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 목사는 ‘은퇴 하는 순간까지는 은퇴를 위한 준비기간’이라고 봤다. 그는 은퇴 이후에도 오히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더 많은 시간을 사용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은퇴 후 새로운 사역을 해야 하는데 이미 자녀들도 다 자랐고, 목회에도 신경을 안 써도 되기 때문에 하나님이 가장 감동을 주신 그것만 붙들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현역시절 목회에 대해 “하루 동안에 종합적으로 담임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았다. 성경 묵상 또한 하나를 깊게 들여다보기가 정말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의 성경묵상에 대해 “설교 준비를 위한 성경묵상이 아니라 정말 내가 필요한 성경묵상이 기에 깨달음이 더욱 많고 깊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현역 때에 잘 할 수 없었던 성경통독도 은퇴 이후에만 매해 여러차례 가능해지면서 성경 전체의 큰 줄거리가 들어오게 됐다고 기뻐했다.
남가주에서도 잘 자리잡은 중형교회의 원로목사이기 때문에 이런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는 현재 이스라엘 선교를 위한 선교단체를 만들었고 교회는 김 목사 개인이 아닌 이 선교단체에 매달 지원을 한다. 금액은 그렇게 크지 않다. 한 사람의 최소 생활비 수준의 금액이지만 이것을 모아 지금까지 해외 세미나 등 선교활동에 모두 사용했다. 김 목사 개인적인 생활은 소셜연금에서 충당한다고 한다. 청빈한 삶을 살면서도 은퇴 이후 더욱 풍족함을 느끼는 이유는 그가 정말 하고 싶은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70세 중반을 이미 넘었지만 외적으로 보여지는 겉모습이나 열정은 현역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는 은퇴 이후 벌써 이스라엘과 관련한 저서 2권을 발간했다. <이스라엘의 회복과 종말>이 2020년 2월에 나왔고, 가장 최근에는 <성경, 빅 픽처를 보라>를 썼다. 이스라엘 회복에 대한 개요에 해당하는 <하나님의 마스터 플랜>은 은퇴 직전에 나왔다. 이스라엘의 회복이 기독교인들에게 왜 그렇게 중요한지에 대해 김 목사는 이렇게 답했다.
“쉽게 이야기하면 그렇습니다. 교회는 주후 30년대 부터 핍박 속에서 커갔던 반면, 예루살렘은 주후 70년에 완전히 파괴되고 멸망했고 이스라엘은 결국 나라가 없어지고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바로 이스라엘 없는 신학, 예루살렘 없는 신학을 했습니다. 흔히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외쳤을 때 그 죄값을 자신의 후손들에 돌리라고 했기 때문에 정말 저주를 받아서 이스라엘이 멸망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기독교인들이 많은데 그것은 너무 지엽적인 생각입니다. 이스라엘은1948년 독립하면서 현대 이스라엘 국가로 다시 탄생되었는데 이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애써서 된 일이 아니라고 봅니다. 20세기에 일어난 가장 큰 사건이라는 것이 저를 비롯한 이스라엘을 연구하는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생각입니다”
김 목사는 이스라엘의 회복운동과 이스라엘 선교는 조금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이스라엘의 유대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도록 하는 점에서 같지만 이스라엘 전체의 회복을 위한 활동과 직접적으로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과는 구체적인 활동내용에 있어서 조금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유대인들에게는 일대일의 선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그들의 집단적인 변화가 중요하다고 봤다. 결국 유대인들 전체가 한번에 복음을 받아들이는 때가 온다는 것이 김 목사의 생각이다. 특히 이런 역할은 다른 어떤 민족보다 한인 디아스포라가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대인들 안에는 기독교인들에 대한 상처가 깊이 남아 있습니다. 이스라엘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유대인들의 심리를 먼저 깊이 잘 알아야 합니다. 십자군 전쟁 당시 유대인들도 무참히 죽임을 당했는데 군인들이 유대인들을 죽이면서 피묻은 칼을 머리 위로 휘두르며 찬송을 불렀습니다. 참 안타까운 역사적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서양사람들이 유대인들에게 사랑의 말을 건네거나 복음을 전할 때 유대인들은 기본적으로는 예의를 갖추겠지만 마음 속 깊이 어딘가 불편한 부분이 있는 것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인들은 다릅니다. 우리가 사랑을 전하고 복음을 전할 때 그들은 아무 거리낌없이 우리를 맞아주는 것을 보게 됩니다”
김 목사는 최근 일어나고 있는 반유대주의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를 나타냈다. 2000년 기독교역사 속에서 많은 지도자들이 말씀을 잘못 알아서 반유대주의로 빗나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현재의 기독교인들이 바로 영적 이스라엘이라는 이론을 지나치게 발전시키면 반유대주의가 커지고 유대인에 대한 핍박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예수님의 십자가로 하나님과 죄인 된 우리 사이의 막힌 담이 허물어졌지만 그는 한 발 더 나아가 역사 속에 하나의 막힌 담이라고 할 수 있는 유대인과 기독교인의 담도 허물어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 2000년 역사 가운데 유대인들이 당했던 고난과 핍박에 대해서도 기독교인들이 잘 알고 있기를 소망했다.
“나치가 집권할 때 독일인들 97%에 이르는 대부분이 루터교인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인들을 향한 끔찍한 학살이 일어났습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그 뿐만이 아닙니다. 존경받는 교부인 어거스틴도 반유대주의였습니다. 그는 유대인을 표현할 때 전 세계 돌아다니면서 저렇게 핍박을 받는 것이 그들이 저주를 받았다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그 외에도 존경받고 유명한 설교가들이 유대인에 대한 혐오를 표시하던 때가 많았고 그렇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당연히 거기에 따라 갑니다. 흑사병이 유럽에 돌았을 때도 유대인들이 원인이라고 많은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지금도 유대인들 안에는 가족 중 한 명이 예수님을 영접하면 그를 더 이상 가족으로도 보지 않는 정서가 있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더하기 +를 T로 쓰니까요. 일제 36년 치하의 상처와 그로 인한 분노가 지금도 한국인들 안에 남아 있는데 2천년을 핍박 받은 그들에게 기독교에 대한 얼마나 큰 반감이 있을지를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김 목사는 이스라엘의 복음화에 앞서 먼저는 다양한 회복 사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귀환 사역도 그 일환이라고 봤다. 그는 1991년 소련 붕괴 후에 150여 만 명의 유대인이 본국으로 돌아간 것도 주목했다. 이스라엘이 지리적인 회복, 민족적인 회복이 되어 가는 중에 복음적인 회복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회복을 위해 많은 교회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주길 소망하고 있다”고 기도를 요청했다.
▶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press@cdaily.co.kr
- Copyright ⓒ기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