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원칙에 따라 오랫동안 국가가 교회 내부 문제에 개입하거나 교회가 직접 정치에 관여하는 일은 자제되었다. 그러나 문재인정부에 들어와 차별금지법 등 인권으로 포장된 반성경적 법안들이 추진되면서 교회와 정권이 충돌하는 양상이 심해지고 있다. 여기에 전광훈목사를 비롯하여 일부 목회자들이 대규모 광화문 집회를 열고 직접 정권을 비난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목사들의 정치적 발언이 어디까지 허용되는지가 문제된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교회 예배나 옥외집회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설교를 한 목사의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가 법원의 판단을 받고있다.
2020년 4.15총선을 앞두고 교회의 예배도중 설교에서, 황교안당 후보의 지지를 호소한 목사에게 유죄(벌금형)를 선고한 판결(1)과 집권 여당과 대통령을 비난하고 지유우파 정당 지지를 주장한 전광훈목사, 김진홍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판결(2,3)로 엇갈린다. 판결 1의 내용을 먼저 살펴본다.
판결 1 – 교회 예배 설교에서 특정당 후보 지지를 호소한 목사에게 선거법 위반죄를 선고한 판결(2021도9669)
◈사건의 개요
송파구에 있는 OO교회 담임목사가 국회의원 선거일인 2020.4.15.을 2주 정도 앞둔 때인 2020.3.29. 주일예배 시간에 10여명의 교인을 상대로 “특별히 이번에 좋은 당이 결성이 되었죠. OOOO정당”, “지역구는 O번 찍으세요. 여러분, O번, OOO장로 당입니다. O번 찍으시고”, “그리고 비례대표에서 OOOO정당, 알았죠? 그거 꼭 찍으셔야 돼요. 그래서 기독교인들 대변할 수 있도록 이번에는 몇 사람 들어갈 것 같아요. 몇 명만 있으면 돼요.”라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다. 이 발언은 하박국서를 강해한 전체 설교 50분 중 1분 30초 정도 지속되었다.
이에 검사는 교회 담임목사가 그 지위를 이용하여 신도들에 대하여, 선거운동 기간 전에 공직선거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특정 정당과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선거운동을 하였다는 혐의로 기소하였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은 “누구든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거나 하게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인(목사)의 주장
[1] “예배 중 설교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는다“
피고인의 발언은 설교 과정에서 국내 정치 상황을 언급하면서 국가를 위하여 기도할 것을 촉구하는 취지이며 발언의 길이도 1분 35초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교인들도 국회의원 후보자 지역구와는 무관한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므로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2] ”설교의 자유는 보장되어야 한다“
피고인의 발언은 교회에서 설교 도중에 이루어진 것으로서, 헌법상 고도로 보장되는 기본권인 종교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행위인바, 정당성이 인정되어 형사처벌이 대상이 될 수 없다.
[3] ”종교직무상선거운동금지조항은 위헌이다“
피고인에 대하여 적용된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점) 등은 헌법상 기본권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 내지 선거운동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선거운동 기간 또한 과도하게 제한하는 등 위헌적인 법률이다.
◈판결의 요지
[1] 선거운동의 의미
‘선거운동'은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에 해당하는지는 당해 행위를 하는 주체 내부의 의사가 아니라 외부에 표시된 행위를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공직선거법 제85조 제3항은 교육적․종교적 또는 직업적인 기관․단체 등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바,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것인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조직에서 차지하고 있는 지위에 기하여 취급하는 직무의 내용은 물론 그 행위가 행하여지는 시기․장소․방법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관찰하여 직무와 관련된 행위인지 여부를 판단하여야 한다.
[2] 직무상 행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에의 해당 여부
피고인의 발언은 개신교 신앙을 같이하는 교인들의 단체로서 교회의 운영․사업을 주관하는 담임목사의 지위에 있던 피고인이 통상의 직무로서 그 구성원들인 교인들을 상대로 주일예배의 설교를 행하던 중에 한 것이라는 점,
피고인 발언이 이루어진 시간이 전체 설교시간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은 임박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할 후보자나 후보자를 낸 특정 정당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의사를 표명함과 아울러 투표기호 및 정당 명칭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해당 투표기호에 대응한 후보자 및 정당에 투표할 것을 직접 권유하였는바, 이는 선거인의 관점에서 해당 후보자 등의 당선을 목적으로 한 적극적 행위로 인식되기에 충분하다고 보이는 점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이 담임목사로서 개신교 교회의 주말예배를 위한 집회라는 종교적 단체의 조직 내에서의 직무상 행위를 이용하여 그 구성원인 교인들에 대하여 선거운동을 한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3]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는 정당한 행위인지 여부
설교 등의 자유를 통하여 보호되는 종교의 자유의 특별한 헌법적 의미는, 종교적 동기에 기인하는 행동에 대하여 종교적 동기가 없는 행동과는 달리 차별화하여 특별히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것인바, 만약 해당 행위가 포교나 선교 등 그 본래의 기능과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설교나 선교의 과정으로 볼 수는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인정되는 경우라면 종교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지 아니한다고 보아야 한다.
특정 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해당 선거에 출마할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노골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하면서 그에 대한 투표를 적극적으로 권유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이미 종교적 동기와 목적으로 이루어진 설교 행위로 평가될 수는 없을 뿐만 아니라, 포교나 선교 등 그 본래의 기능과 한계를 현저히 벗어나 설교 과정의 일부로 볼 수는 없음이 타당하므로, 헌법상 종교의 자유의 보호대상이 되는 정당성이 인정되는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4] 종교직무상선거운동금지조항의 위헌 여부
세속화된 기성종교 단체가 선거운동에서 이슈가 될만한 정치적․사회적 현실이나 정책에 관하여 깊은 관심을 갖고 종교활동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그 문제를 다루고 그에 관하여 의견을 표명하는 상황에서, 조직 내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바탕으로 구성원을 상대로 설교 등의 방식으로 표현되는 종교지도자의 정치적 견해는 그 전달과 수용이 일방적, 수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그때 전달되는 정보 및 의견에 대해 즉시 교정이 가능하지도 않아 선거의 평온과 공정에 미치는 파급력이나 영향력이 그와 같은 종교 내부의 조직적 관계를 수반하지 아니한 경우와는 크게 다르다고 볼 수밖에 없다.
종교직무상선거운동금지조항은 이처럼 종교적 관계를 이용한 부정선거의 위험을 차단하고, 선거운동에서의 부당한 경쟁 및 과열 양상과 종교와 관련된 후보자들 간의 선거 기회의 불균형을 방지하며, 선거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종교적 단체․기관 내에서 그 구성원들을 상대로 직무상의 행위를 가장하여 이루어질 수 있는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이므로 그 목적의 정당성 및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
[5] 양형
피고인을 벌금 500,000원에 처한다. <계속>
서헌제(교회법학회장, 중앙대 명예교수, 대학교회 목사)
☎ 1600-9830, 스마트폰 앱 ‘처치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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