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보통 나치스를 독재자 히틀러의 광기를 추종한 전체주의자들로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유태인들을 학살하였으며 결국 멸망을 자초한 집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치스는 생각보다 복잡한 집단이며, 생각(이데올로기)도 독특하였다. 흔히 나치 독일이 극우적이라 생각하지만 성혁명의 차원에서는 극단적으로 진보적이었다. 나치 독일에,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독특한, 그러나 사람들이 내심(무의식적으로) 추구하는, 성과 폭력의 “노골적인” 문화가 단기간에 피어났다.
유태인 프로이트가 독일 문화 풍토 속에서, 무의식과 유아성욕론이라는 정신분석이론을 만들어 내었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프로이트는 독일의 내부에서 일차세계대전 이전에는 독일 사회의 억압된 성(섹스)을 보았고, 전쟁을 통해서는 분출된 공격성(죽음의 본능)을 보았던 것이다. 또한 역시 유태인이자 게이였던 마그누스 히르슈펠트가 베를린에 성연구소를 만들고, 동성애를 옹호하고, 세계 최초로 성전환수술을 한 것 역시 “선진” 독일의 문화풍토에서 가능했던 것이라 본다.
정신과의사로서 필자는 나치스가 일시적이나마 성공한 것은 독일인들의 내심을 파고들었기 때문으로 본다. 독일인들의 내심이라하지만 실은 나치스는 인간본성을 꿰뚫어 보았다고도 볼 수 있다. 나치 지도자들이 현명해서 그랬다기보다, 자신들의 악랄한 본성대로 행동하였더니 독일인들에게 먹혀들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그리하여 나치독일은 성혁명사에서 독특한 페이지를 장식한다. 그들이 만들어낸 성문화는 보수적인지 진보적인지 혁명적인지 어느 한편으로 규정하기 어려운, 극단적 형태들이 공존한 성문화였다고 본다(내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몇 회에 나누어 쓰고자 한다).
1920년대, 즉 일차성혁명 때, 당시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의 타락된 문란한 성문화(매음굴, 게이바, 나체주의자 등)에 대해 다수 독일인들은 개탄하였다. 일부는 유태인 때문이라 생각하였다. 나치스는 성적 타락문제와 유태인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 하였다. 1933년 히틀러와 나치스가 권력을 잡으면서 프로이트의 저술은 불태워졌고, 히르쉬펠트가 세운 성연구소는 폐쇄되었다.
또한 1933년 히틀러와 나치스가 권력을 잡을 당시 독일 인구가 감소하고 있었다. 나치스는 아마도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인구를 증가시키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기 시작하였다. 국민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강조하고 격려하였다. 출산이 국가에 대한 기장 큰 기여라고 하였다. 급기야 불륜도, 혼전 섹스도, 사생아 출산도 인구증가의 한 방법으로 간주하였다.
제3제국은 순수 아리안족을 번성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경제적 인센티브와 정치적 선전으로 자식 낳기를 독려하였고, 법으로 피임과 낙태를 제한하였다. 피임은 자연과 모성에 대한 거역으로 간주되었다. 독일 민족을 번성시키기 위해 나치는 은근한 쾌락 추구를 인센티브로 하여, 공개적으로 혼외 섹스를 조장하기 시작하였다.
1938년 인구증가를 위한 정책의 하나로 이혼법을 바꾸었다. 이 정책에 암시받아 2년동안 3만쌍이 이혼했는데, 그중 85%가 남편이 45세 이상되는 부인을 버리는 것이었다. 즉 바뀐 이혼법은 이혼한 남자가 다시 젊은 여자와 재혼하여 아이를 낳게 하도록 하는 자치였다. 독일이 전쟁에 이긴다고 생각한 히틀러는, 장차 이중 결혼이라는 제도를 고려하고 있었다고 한다.
1939년 이차세계대전이 터지자 나치스는 “모든 여자에게 남자가 있어야 한다”는 선전을 “모든 여자는 아기를 가져야 한다”고 바꾸었다.
나치스는 “순수” 독일인 인구증가에 강박적이고 편집증적으로 되어 갔다. 그리하여 우생학적으로 생식을 통제하였다. 뉴런베르그법에 의해 독일인이 유태인과 섞이는 것은 금지되고 있었다. 독일인들의 낙태는 엄격히 금하되, 그 외 인종의 낙태는 강제하였다. 유태인, 집시, 선천적 장애자, 정신장애인 등을 독일 사회에 맞지 않는 사람들로 간주하고, 강제 불임, 강제 유산, 대량 살상 등으로 그들의 인구증가를 억제하려 하였다.
이런 사상들과 정책들을 어떻게 설명할지, 또한 사려 깊다고 알려진 독일인들이 어떻게 이런 정책에 순응하였는지(일부는 열광적으로 신봉하였다), 일관성 있게 설명하기 난감하다. 분명한 것은 나치스의 성 정책은 철저히 유물론적이며 적자생존과 약육강식의 진화론적이라는 것이다. 즉 나치스가 꿰뚫어 본 인간본성은 짐승이었다. 그들은 인간을 오로지 “번식과 지배”라는 동물적 차원에서 다루었고. 나치스는 그 사육자로 자처하였다. 히틀러는 적그리스도라 할만하다. (계속)
민성길(연세의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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