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복음주의조직신학회(회장 박찬호 교수)가 14일 오전 10시 경기 과천시 소재 과천소망교회(담임 장현승 목사)에서 ‘기독교윤리의 지평과 지향’이라는 주제로 제42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는 온라인 줌으로 개최됐다.
1부 개회예배는 박찬호 교수의 사회로, 이경직 목사(부회장, 백석대)의 기도, 성경봉독, 김길성 목사(총신대 명예교수)의 설교, 장현승 목사(과천소망교회)의 축도, 광고 순서로 진행됐다.
‘바울처럼’(갈 2:20)이라는 제목으로 설교한 김길성 목사는 “본문에서 바울이 고백한 것처럼 먼저는 그리스도에 대한 이해와 바른 순종이 필요하며, 둘째로 믿음의 출발은 하나님의 은혜이며, 자신의 비참함을 아는 것”이라며 “셋째로 바울에게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변화된 자신을 아는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는 사건임과 동시에 매 순간이 순종의 삶의 기초이고, 신앙과 행위라는 두 가지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사도 바울의 고백처럼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위해 남은 생애 동안 나의 주, 나의 왕이신 그리스도께 순종의 삶을 살 수 있기를 바라며, 한국교회와 후학들을 위해 믿음의 후배들을 잘 길러내는 동역자들로 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생태계 위기와 그리스도인의 청지기직’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송준인 박사(청량교회, 총신대)는 “로마서 8장 21~22절에서 바울은 피조물의 탄식과 고통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 바라는 것은 피조물도 썩어짐의 종 노릇한 데서 해방되어 하나님의 자녀들의 영광의 자유에 이르는 것이니라 피조물이 다 이제까지 함께 탄식하며 함께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우리가 아느니라’ 사도 바울의 생태적 감수성이 놀랍기만 하다”며 “바울이 보는 세상이 그러했을진대,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은 그야말로 피조물이 신음하며 탄식하고 있다. 세상의 상태가 온전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인간의 인간중심적인 관점이 바로 인간 자신의 존재를 위협하는 생태문제를 초래했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인정되고 있다”며 “ 존 캅 주니어(John B. Cobb, Jr.)에 의하면, 40년 전 기독교의 신학은 주로 인간중심주의적이었는데, 1970년대에 이르러서 자연을 비로소 신학의 주제로 삼는 변화가 일어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서구의 인간중심주의를 대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생태중심주의라고 주장하였다. 생태중심주의는 인간을 생태계의 한 부분에 불과한 것으로 보는 견해”라고 덧붙였다.
송 박사는 “청지기직은 돈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마이클 라이트(Michael Wright)의 말을 빌리면, 청지기직이란 피조물에게 주신 모든 복,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행하신 모든 것, 하나님의 성령께서 우리에게 주신 모든 은사에 대해서 하나님께 기뻐하며 감사하는 반응을 말한다”며 “성경에서는 누군가의 재산(농장, 가정, 돈)을 관리하는 책임을 맡은 자를 지칭한다. 그러므로 청지기는 주인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 때가 되면 재산 관리에 대해서 주인과 회계(會計)해야 한다. 동시에 청지기는 단지 맡겨진 것을 수동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주인을 온전히 대표(대리)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어 “창조에 대한 청지기직에 관해서는 창세기 2장 15절 ‘여호와 하나님이 그 사람을 이끌어 에덴동산에 두어 그것을 경작하며 지키게 하시고’라는 말씀에 잘 나타나 있다”며 “이외에도 많은 관련된 구절들이 성경에 나오는데, 집을 감독할 책임을 맡은 청지기에게는 궁극적인 권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청지기는 높은 종이기는 하나 여전히 종이다. 요컨대, 구약에서는 두 가지 면의 청지기직이 나온다. 적극적인 측면에서 보면 주인과 동일시되어 주인의 종이기는 하지만 대리인으로 간주되며, 소극적으로 보면 결국 주인이 아니고 주인에게 책임을 져야 하고 행동이나 태도에 있어서 권한을 남용하면 청지기직을 박탈당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종말론적인 믿음은 그리스도인들로 하여금 덧없음과 피조물 간의 결속력으로 인도한다. 우리 모두는 한 배를 탔다. 여기에서 청지기직의 종말론적이고 교회론적인 전제가 얽혀 있다. 요컨대, 청지기, 청지기직이란 말은 그리스도인들을 말한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의 피조물이요, 하나님의 종이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세상이 마침내 끝나고 하나님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우리는 진정으로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서 하나님의 비밀한 것들을 책임 맡은 종들”이라고 했다.
그는 “청지기직에 함축된 생태학적 의미에는 첫째로 청지기직은 위임 받은 권한(delegated authority)을 의미한다. 하나님만이 절대적인 권위를 갖고 계신다. 피조물을 보살필 권위는 위임 받은 지배로 간주되어야만 한다. 이것은 자동적으로 피조물에 대한 자율적인 독재 지배의 개념을 배제한다”며 “둘째로 청지기직은 믿음(trust)을 함축한다. 하나님은 이 땅을 인간에게 보살피라고 맡기셨다. 우리는 하나님께 신실해야 하므로 이 신뢰는 우리에게 맡겨진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했다.
이어 “셋째로 자유(freedom)를 제한한다. 우리에게는 마음대로 하나님의 피조물을 파괴시키고 다른 사람들을 궁핍하게 할 수 있는 자유가 없다. 미래 세대와 지구 자체를 위해서 창조의 보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넷째, 도덕적 책임(Moral Responsibility)을 수반한다. 우리는 자연을 사용하고 관리하는 데 대해 하나님께 책임을 져야 한다. 주인에게 신실하고 다른 사람들의 필요에 냉담하지 않으며 지위를 이용하여 악한 유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냉담, 교만, 탐욕 등은 하나님께 대한 도덕적인 범죄”라고 했다.
또 “다섯째로 적절한 사용과 관리(Proper Use and Management)를 함축한다. 문제는 자연의 사용(use)이 아니라 오용(abuse)이다. 인간이 피조물을 조종하는 것은 하나님 자신의 우주를 향한 도덕적인 설계와 일치해야 한다”며 마지막 여섯째로 창조성(creativity)을 함축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형상은 곧 창조성이기 때문이다. 생태계는 늘 변화한다. 자연이 변화하는 것이 당연하듯이 우리가 환경을 변화시키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재창조되고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변화될 때 새로운 피조물이 되고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와 지성과 창조력을 사용해서 지구를 보살피게 되고 환경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성경적인 청지기직은 주인과 청지기 사이의 비인격적이고 기계적인 관계를 부인한다”고 덧붙였다.
송 박사는 “인간은 하나님의 소유된 동산에서 자신의 유익을 위해 그것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도록 부름 받았다”며 “그들의 사명은 하나님께서 설립하신 조화로운 관계를 보존하는 것이며, 전체 창조 공동체를 위해서 지구를 관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만일 성경적인 청지기직의 바른 개념을 인식하고 하나님께서 만드신 피조세계를 바라본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시하며 해왔던 일들이 얼마나 무모한 일이었는가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삶의 태도는 많은 부분 달라질 것”이라며 “청지기직은 하나님중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만일 인격적인 하나님의 개념이 청지기직에서 빠지면 인간의 착취를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 우리는 인간 혹은 자연을 위한 청지기가 아니라 우리를 청지기로 불러 주신 하나님을 위한 청지기들이다. 이것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의 청지기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루터와 칼빈이 말한 하나님의 도덕적 형상인 지식, 의, 거룩함의 파괴는 하나님과 인간과 자연의 상호 관계에 대한 무지를 낳았고, 하나님의 정의와 공의를 상실함으로 바른 상호관계가 파괴되었으며, 돌보며 섬겨야 하는 청지기적인 거룩함을 잃어버려서 방종하고 남용하고 오용함으로 생태계 위기가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제 우리는 잃어버리고 파괴된 하나님의 도덕적 형상을 되찾아 자연에 대한 그리고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하나님의 청지기적인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예언자적인 책임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인류는 오늘날 코로나19로 인해 유례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 오늘날 인류가 맞이하고 있는 이런 환경 재앙들은 하나님의 경고”라며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세상을 사랑했던 죄, 하나님의 구속의 목적을 저버리고 세상적인 부와 향락을 좇았던 죄, 편리라는 미명하에 환경을 파괴하고 욕심과 정욕에 이끌려 살았던 죄, 물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생명을 경시하고 탐욕의 종 노릇하며 살았던 죄, 하나님의 종이 아니라 사람들의 종으로 살았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다. 마지막으로 예루살렘 성전을 건축해 놓고 솔로몬이 드렸던 기도, 역대하 7장 13~14절 말씀을 묵상해 보자”고 했다.
한편, 이후에는 이상은 교수(서울장신대)가 ‘다원성의 도전 속의 윤리의 모색’, 강성호 교수(고신대)가 ‘성품윤리로 분석한 한국교회의 도덕적 성품 형성: Stanley Hauerwas와 H. Richard Niebuhr의 방법론을 중심으로’, 안인규 박사(중앙교회)가 ‘세례와 윤리의 상관성에 대한 연구: 바르트의 세례론을 중심으로’, 최수림 박사(성은교회)가 ‘교회와 국가의 관계에서 본 교회의 윤리적 과제’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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